(193.1)

 볼테르의 그 유명한 “ 깡디드 ” (Candide)는 리스본 대지진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는데 회의주의를 진작시키는 데 크게 한 몫을 했다. 리스본 지진은 볼테르와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어 낙관주의의 종말을 가져 오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켄드릭은 말하기를 “그 후 이 관주의가 더 친숙하고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하였다.¹¹ (193.2)

 많은 사람들이, “만약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신경을 쓰고 계시지 않는다면 차라리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떠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시작된 분위기를 한 세대 후에 프랑스 대혁명의 엄청난 폭력 행위로 그 결실을 거두었다. 실로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 역사의 진로를 바꾸어 놓은 또 하나의 대지진이었다고 할 것이다. (193.3)

 1780년 5월 19일의 암흑일은 그 매서운 뉴잉글랜드의 겨울에 곧 이어서 발생하였다.¹² 아직도 시골에는 녹지 않은 눈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던 때였다. 미국의 독립이 선언된 지는 4년이 채 못된 해였다. 독립 전쟁에 수많은 남편들과 아들들이 출정했었고 물가는 나날이 높아져서 미래가 불안정하였다. (193.4)

 5월 12일의 뉴잉글랜드의 하늘은 유난히 음침했고 안개가 짙었다. 태양 빛은 가끔 육안으로 쳐다본다 해도 눈에 아무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희미하였다. 17일에는 옥수수를 심고 있던 농부들이 밭의 건너편 끝을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18일에는 두꺼운 어둠이 저(低)지대 위를 내려 덮고 있었다. 태양은 평일보다 30분이나 일찍 넘어갔다. 불길한 정적이 일대를 압도하였다. 보름달이 솟았으나 구리빛에 가까운 붉은 색이었으며 시간이 흘러도 빛깔은 달라지지 않았다. (193.5)

 19일 아침에는 뉴잉글랜드의 거의 전역에서 일출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태양의 빛깔은 전날 밤의 달처럼 핏빛이었다. 남서쪽 하늘에 커다란 검은 구름이 불길하게 솟 아올랐다. 같은 방향에서 새롭게 바람이 일어 구름은 서서히 동북쪽으로 퍼져 나갔다. 검은 구름은 계속 퍼져 보스턴과 포틀랜드와 메인과 그 너머에까지 도달하여 그 영향권에 들어간 지역은 2만 5천 평방 마일에 달했다. (194.1)

 나무들과 풀들은 봄철의 푸르름을 잃고 누렇게 변해 있었다. 가축들은 음매하고 울면서 축사로 되돌아갔다. 수탉들이 홰를 치면서 보금자리를 찾았다.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서로 이것이 왠 일이냐고 불안해 하다가 교회로 몰려갔다. (194.2)

 코네티컷 주(州) 의회는 11시에 산회를 선포하였다. 어두워서 회의장의 의원들이 서로를 식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네티컷 주 의회의 산회 결정은 곧 철회되었다. 코로넬 데이븐포트(Colonel Davenport)가 심판의 날이 닥친 것이 아니냐고 주의를 환기 시켰기 때문이다. 심판의 날이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지금이 심판의 날이라면,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다가 심판을 맞기 위해서는 촛불을 켜서라도 회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4.3)

 주 의회 회의실에는 촛불이 켜졌다. 다른 여러 장소에도 촛불들이 켜졌다. 대낮이면서도 어둠이 너무 짙었기 때문에 신문도 읽을 수 없었고, 주부들이 음식을 준비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바 뉴욕 주 서부, 뉴저지 주의 북부, 남부 잉글랜드에 걸친 2만 5천 km²가 동시에 갑자기 어두워졌던 것은 아니다. 어둠의 중심이 계속 이동했기 때문에 지역마다 심하게 어두운 시간은 2, 3 시간 정도였다. 오후에는 어둠이 한결 걷히었으나 그 시각은 장소마다 일정치 않았다. 그러나 꽤 걷히긴 했어도 보통 날의 어둡기 직전 정도에 불과했다. 그 날은 보름 하루 뒷 날이었는데, 여러 지역에서는 평상시의 달이 떠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달을 볼 수가 없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 괴이한 어둠이 마치 수의(壽衣)를 덮어씌운 듯 깜깜하여 촛불이 오히려 무력하게 느껴졌다. (194.4)

 당대인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자연과 하나님 양쪽에서 찾으려 하였다. 공기 속에 배어 있는 매연과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검댕, 해안 가를 따라 띠처럼 길게 줄지어 있는 잿더미 등은 모두 어떤 화재 사건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때에 북부 버몬트, 북부 뉴햄프셔, 그리고 카나다 등 여러 곳에서 큰 산불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그 중의 일부는 경작자들이 땅을 개간하기 위해 일부러 놓은 불이었다. (194.5)

 그런데 날씨는 여러 날에 걸쳐 바람 한점 일지 않아서 산불로 인한 매연이 흩어지지 않았다. 그때에 같지 않은 기류(氣流)의 움직임으로 말미암아 북쪽으로부터 빽빽한 매연층이 이동되고 동쪽으로부터는 바다 구름이 이동되어 옴으로써 검은 구름이 이중으로 겹쳐지고 이로써 태양이 가려지는 현상이 발생되었다. (194.6)

 그러나 어찌하여 하필 그때에, 그리고 그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게 된다. 이전과 이후에도 북아메리카에서 예외적이라고 할만큼 어두웠던 날들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북아메리카에 한하여 암흑일처럼 그렇게 심하게, 그렇게 장시간 동안 어두웠던 때는 달리 없었다.¹³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는 1950 년 9월 24~30일의 그 괴이한 어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알베르타(Alberta) 숲에서 큰 불이 일어나면서 생긴 매연이 5대 호수로부터 동부 해안에 이르는 지역을 무겁게 뒤덮었는데, 클래브랜드 인디안 야구팀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팀을 2대 1로 이긴 경기는 오후인데도 라이트 경기로 치르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그러나 1950년 9월의 어둠은 그 밖의 다른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1780년 5월 19일 암흑일의 어둠에 미치지 못했다. 또 지역에 따라 그 만큼 어두웠던 곳이 있었다 해도 그 기간이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 (194.7)

 또 그 어둠이 1780년 암흑일의 경우와같이 엄숙한 반성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았다. (195.1)

 감람산 설교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시기를 “그 날 환난(1260년/일) 후에 즉시 해가 어 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마 24:29)고 하셨다. 가톨릭 교회의 박해는 유럽에서 사실상 18세기 중엽에 끝났다. 한 개혁 교회 목사가 프랑스에서 “이단” 이란 죄목으로 1762년에 순교한 것이 마지막이다. 교황 클레멘트 14세(Clement 14)는 1773년에 친히 예수회(the society of Jesus)를 불법화 시켰다. (195.2)

 따라서 1780년 5월 19일이라는 타이밍은 옳았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적절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건에 대해 성찰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뉴잉글랜드는 새로 독립을 쟁취한 미국의 여러 주들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성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이었다. (195.3)

 시간과 장소에 대한 동일한 관찰이 1833년 11월 13일 아침에 나타난 찬란한 유성 소나기 현상에도 적용된다.14 (195.4)

 이 경이로운 별들의 향연은 그 전날 저녁 9시 쯤부터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 일대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유성의 빈도가 정상치를 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새벽 2시가 되어서는 잠자던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내다볼 정도로 유성 현상의 광채가 찬란하게 되었다. 그 절정은 아침 4시에 이루어졌다. 새벽이 되어서도 한참 후에야 드디어 유성의 광채가 사라졌다. 대평원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아메리카 인디안들은 그들의 달력에 이 사건을 기재하고 그 계절을 유난히 “별들이 많았던” 겨울 또는 “별들의 폭풍”의 겨울이라 이름하였다. (195.5)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