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그 어떤 부분도 모세의 오경 만큼 안식일의 사상과 주제와 모티브에 대하여 그렇게 넓고, 높고, 깊게 다룬 부분은 없을 것이다. 제칠일 안식일의 기원과 목적과 기원에 대한 주요한 정보의 출처가 모세 오경이다.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에 근거하고 있고 하나님의 구속에 연결되고 있다. 안식일은 피조물들로 하여금 그 노역으로부터 쉬게 하고 사람을 종교와 사회적 관계로 이끌어 주는 기초적 매체이다. 그리고 안식일은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이요 그 표징이다. 뿐만 아니라 안식일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 안식일의 본질은 보편적이며 전체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안식일은 인간의 예배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기쁨과 만족에 관련되고 있다. 창조와 안식일과 구속과 성화는 서로 불가분리의 관계로 묶여 있으며 이것들은 또 안식일의 언약과 더불어 세계의 종말적인 미래에 연결되고 있다. (21.1)
 아래에서는 안식일의 기원, 창조의 안식일, 시내산 이전의 안식일, 시내산 이후의 안식일, 표징과 계약으로서의 안식일 등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1.2)
 안식일의 기원에 관한 문제
 1세기 전에 이른바 안식일의 바벨론 기원론이 제기되면서 안식일의 기원에 대한 토론이 확산되었다. 1883년 이후에 안식일의 기원을 이스라엘의 영역 밖에서 찾아내려는 여러 가지 학문적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가장 오래된 가설은 점성술적인 것으로서 안식일이 바벨 론에서 기원한다는 것이었다. 바벨론의 일부 축일표(祝日表)들에 의하면 태음력으로 매달 7, 14, 19, 21, 28이 흉일(우메 렘누티. ume lemnuti)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흉일들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7의 단위로 반복되는 안식일이 이 흉일들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1 (21.3)
 다른 학자들은 바벨론의 문서들에서 만월(full moon)을 아카드 말로 삽파투(Sab/pattu)라고 지칭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하고 성경의 안식일이 바벨론의 보름 날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다.2 그러나 이러한 가설들은 여러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학자들로부터 배척되고 있다. (21.4)
 또 하나의 점성술적인 가설은 안식일이 겐 족속(Kenite)에서 기원했으며 토성에 의해 지배받는 날이라는 것이다. 안식일은 본래 토성의 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날에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3 이 가설도 또한 분명치 않은 것을 분명치 않는 것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의 하나였을 뿐이다. (22.1)
 농업적인 가설들도 있다. 안식일이 바벨론의 하무스툼(Hamustum)의 단위에 기초하여 발전하였다는 주장이다. 즉 일곱 주간에 하루를 추가하면 50일의 달력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셈족의 고대 역사에 50일 단위의 달력이 존재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하무스툼이 50일의 기간을 뜻한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다.4 (22.2)
 가장 주목받았던 가설의 하나는 사회학적 가설이다. 안식일은 3일, 4일, 5일, 6일, 8일, 또는 10일 등의 단위로 열렸던 장날(Market days)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가설이다.5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이스라엘이나 고대 근동 사회에 그러한 장날들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후기에 그 같은 장날들을 사용했던 사회들에서도 7일의 간격으로 시장이 열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6 (22.3)
 근래의 일부 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나 우가리트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일곱이라는 숫자에 안식일을 연결하려고 시도했다.7 그러나 성전 봉헌식과 낙성식을 7일 동안 기념했다든 가 홍수가 7일 동안 계속되었다든가 하는 이 7일간의 사건이 7일의 단위로 계속하여 반복 되는 7일 주간(weeks)제도나 안식일의 제도로 발전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역사에서 찾 을 수 없다. (22.4)
 이처럼 안식일의 기원을 이스라엘의 영역 밖에서 찾아보려고 시작한 한 세기에 걸친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안식일의 기원을 밝히려했던 시도들은 개별적인 가설로서도 또는 여러 개의 가설을 한데 묶는 형태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안식일은 종 교역사학적 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성경에서 기원했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22.5)
 최근의 연구 경향은 두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하나는 많은 학자들이 안식일의 기원과 그 발전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성경의 자료로 관심을 돌렸다는 것이고,8 다른 하나는 여러 다른 학자들이 안식일의 신학적, 사회학적, 인류학적인 의의와 현대인들을 위한 그 타당성을 밝히는 쪽으로 그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9 (22.6)
 아래에서는 모세 오경을 통하여 안식일의 기원과 의미와 그 적절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22.7)
 안식일과 창조
 창조의 안식일은 창세기 2:1-3절, 출애굽기 20:8-11절, 출애굽기 31:12-17절에 나타나 있다. 이 구절들은 안식일을 지켜야하는 성서적인 기본 동기를 제공하고 있고 안식일의 기원에 대한 성서적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출애굽기 31:12-17에서는 안식일을 준수하라는 명령이 “나 여호와가 엿새 동안에 천지를 창조하고 제칠일에 쉬어 편안하였다”(17하) 는 진술 속에서 그 궁극적인 이유를 찾고 있다. 제칠일에는 일을 하지 말라는 출애굽기 20: 8-11의 명령도 역시 하나님의 창조와 하나님의 모범에서 동기되고 있다. 즉 “엿새 동 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칠일에 쉬었다.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11절)는 것이다. 이 성경구절들은 안식일의 기원을 하나님의 창조사건에 돌리고 있으며 안식일을 준수해야 하는 동기를 위해서 특별히 창세기 2:1-3절의 창조 이야기를 상기시키고 있다. (22.8)
 창조의 안식일과 창세기 2:1~3절: 창세기 2:1~3절은 하나님의 창조사건에 대한 이야기의 결론 부분이다. 이 구절들은 병인학(病因學)적 신화가 아니라 세심하게 구성된 문학적인 단위이다. 1절은 하늘과 땅의 창조가 완성되었음을 확언하고 있다.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니라” 하였다. 즉 모든 피조물들을 포함하는 세계 전체의 창조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2절“다하였다”(“klh” 완성하였다)는 공통의 동사를 통해 1절과 연결되고 있다. 하나님은 자신이 시작한 창조의 사업을 안식일에 완성하셨던 것이다. 2절 하단에서 3절 상단까지의 이 대목에서 “제칠일” 이란 표현이 두 번 더 나타난다. 그리하여 제칠일은 다음과 같은 네 개의 개념에 관련되고 있다.

   (1) 하나님이 제칠일에 자신의 창조 사업을 완성하였다.

   (2) 하나님이 제칠일에 자신이 이행하던 창조의 모든 일로부터 일손을 놓고 쉬셨다.

   (3) 하나님이 제칠일을 축복하셨다.

   (4) 하나님이 제칠일을 거룩하게 하셨다. (23.1)
 창조의 안식일과 주간(week)의 안식일: 창조 이야기의 결론 부분에 이르러 제칠일이 3중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또 제칠일이 네 개의 다른 국면들과 연결되고 있는 이 사실은 사람이 하나님의 창조의 면류관이었듯이 제칠일 안식일도 하나님의 창조의 최종 목표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진실로 그렇다면 창조의 안식일은 이미 이루어진 창조와 그 창조주를 향한 날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미래와 생명과 예배를 위해 똑같이 중요한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가진 날이다. 창조의 안식일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이중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창조의 안식일이 7일마다 반복되는 주간적 안식일의 원형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안식일은 분명히 인간 역사의 출발 시점에서 하나님에 의하여 제정되었으며 그 때에 하나님께서 제칠일을 안식의 날로 지키는 모범을 친히 보여주셨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용도와 그 유익을 위해 그 날을 축복하고 거룩하게 하셨던 것이다.10 (23.2)
 하나님이 제칠일에 그의 창조를 다 “마치셨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마치다”란 히브리 어 동사(KIh)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KIh”“중지하다, 끝나다” 란 뜻이다.11 창세기 2: 2절에 사용된 피엘(Piel) 형태는 “완성했다고 선언하다” 라든가 “(만족하여) 끝나게 되었다” 라는 뜻이 아니다.12 그보다는 오히려 바랐던 목표를 달성했다는 적극적인 뜻이 표현되었다. 창조의 과업이 완성되어 마쳐진 것이다. 제칠일에 하나님이 자신의 과업을 다 완성하고 그의 창조의 일을 마친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완성된 창조와 다 마친 그의 일을 기쁨과 즐거움과 만족감으로 되돌아보고 “심히 좋다”(창 1:31)고 선언하셨다. 하나님은 여기에서 그의 피조물들을 위한 하나의 본보기를 제시하셨던 것이다. 그는 엿새 동안에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일을 제칠일에 완성하셨으며 마치셨다. 그래서 사람들도 하나님의 모범을 따라 주간의 엿새 동안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 안에서 자신의 일과 목적을 수행하여야 하며 또 그의 창조주가 제칠일 안식일에 쉬셨던 모범도 따라야 한다. 창조주의 모범을 따라 제칠일 안식일에 자신이 엿새 동안에 다 마친 일을 기쁨과 즐거움과 만족으로 되돌아 보아야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이러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창조를 기뻐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들을 착취하지 않고 보살피는 자로서의 직분을 기뻐해야 하는 것이다(창 1:28). (23.3)
 창조사건의 안식일과 안식일 안식: 하나님이 제칠일에 안식하셨다는 사상은 창세기 2:2, 3절; 출애굽기 31:17절; 출애굽기 20:11절에 나타나고 있다. 출애굽기 20:11절에서는 “쉰다. 휴식을 취한다”는 뜻으로 히브리어 동사 “nwh”를 사용하고 있는데 앞의 두 절 즉 창세기 2:2, 3절과 출애굽기 31:17절에서는 “멈추다, 중지하다. 쉬다”는 뜻으로 “sbt”를 사용하고 있다. 그 동안 이 두 단어의 관계에 대한 토론이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일은 두 단어의 차이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이 두 단어를 하나의 개념으로 연결시켜주고 묶어주는 연결고리를 끊어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창조의 안식일을 언급하고 있는 세 성경절에는 하나님의 쉬심의 동기만 공통적으로 진술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제칠일”(창 2:1-3; 출 20:10), “복주다”(창 2:3; 출 20:11), “거룩하게 하다”(창 2:3; 출 20:11, cf. 출 31:14), “만들다”(창 2:3; 출 20:9, 10; 31:14, 15; cf. 출 35:2; 신 5:13, 14) 같은 표현들도 위의 세 성경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이 세 성경절을 하나의 공통적 성격으로 묶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세기 2: 2, 3절은 모세 오경의 안식일 구절들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언어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창조를 다 마치고 하나님이 안식하신 제칠일은 동시에 인간의 안식을 위한 날로 제정되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창세기 2: 1-3절에 안식일이란 명사가 사용되지 않은 이유와 안식일을 지키라는 구체적 명령이 없는 이유는 창세기 2: 1-3절의 목적의 하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창세기 2: 1-3절의 기술 목적의 하나는 사람이 본받아야 할 하나님의 모범적 행위를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예, 출 20:11; 31:17). (24.1)
 “멈추다, 중지하다. 쉬다”를 뜻하는 동사 “사바트”(sãbat)와 “안식일” 이란 뜻의 명사 “삽바트”(sabbãt)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어 가 “짤라 떼어 놓다. 중단하다, 쉬다” 라는 뜻의 아랍어 “사바트”(Sabat)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고 어떤 사람들은 “자라다. 증가하다. 크게되다” 란 뜻의 아람어 어근 “sbb”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그 정확한 뜻이 불분명한 아카디아 단어 삽파투(sab/pattu)나 또는 “일곱” 이란 뜻의 아카디아어 “sb”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13 그러나 이러한 모든 주장들은 여러 셈어들을 비교 분석한 언어학적 학문성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며 구약 성경에서 히브리어 어근 “sbt” 가 사용된 용례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 결국 소용 없는 주장이 되고 말았다. (24.2)
 현재로서는 히브리어의 밖에서 sbt의 기원을 주장할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멈추다, 중지하다, 쉬다” 라는 뜻의 동사 “sbt” 와 안식일이라는 뜻의 “삽바트”(sabbãt)는 히브리어의 공통되는 어근에서 비롯한 것 같다. 일부 학자들은 동사에서 명사가 발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학자들은 반대로 삽바투라는 명사에서 sbt라는 동사가 파생했다고 주장한다. 양쪽 주장이 모두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명사와 동사, 또는 동사와 명사의 정확한 관계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언어학상으로는 명사와 동사가 모두 다른 공동의 어근에서 파생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구약 성경의 문맥에 기초하여 본다면 동사 “사바트”와 명사 “삽바트”는 처음서부터 상호 연관 관계에 있었다고 여겨진다(출 16:29, 30).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