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은 성경신학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구약학자 중에는 언약을 성경신학의 중심으로 생각하거나(W. Eichrodt)1 성경 전체를 언약 본문(covenant text)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M.G. Kline ).후자는 고대 근동의 조약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그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2 (245.1)
 1. ‘브리트’의 어원과 의미
 언약의 어원으로 ‘비리투’(Birîtu, 족쇄, 죔쇄, Weinfeld), ‘비리트’(Birit, 중간에, Noth), ‘바루’(Barû, 보다, Kutsch) 등 세 개의 아카드어가 제안되었다.3 이중에 ‘비리투’(Birîtu )가 적절한 어원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어원이 어떤 것이든지 언약은 쌍방을 함께 묶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4 언약은 사람들 사이에, 혹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맺어질 수 있다. (245.2)
 히브리어로 ‘언약’을 의미하는 ‘브리트’(בְּרִית, bürit)는 구약의 286회 중 창세기에 27회 사용되었다. 특히 창세기 17장은 13회를 사용하여 구약성경 전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이며,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한 장은 레위기 26장이 8회, 뒤를 이어 창세기 9장이 7회를 사용하고 있다.5 이처럼 언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최상위권의 두 장이 창세기에 있다. 창세기는 창조언약, 아담언약, 노아언약, 아브라함 언약을 담고 있다. 이것들은 후에 등장하는 모세언약, 다윗언약,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신 새 언약으로 발전하였다. 우리가 창세기의 언약들을 잘 이해하면 옛 언약과 새 언약의 뜻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 (245.3)
 2. 창조언약
 1) 창조언약이 존재한다고 증거하는 성경의 증언들
 창조언약은 하나님께서 창조 때에 피조물과 맺으신 관계를 가리킨다. 언약이라는 용어는 창세기 1-5장에서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창조 기사 속에는 언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창조 속에 언약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는 성경적 증거를 볼 수 있다. (246.1)
 ‘그러나 너와는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 너는 네 아들들과 네 아내와 네 며느리들과 함께 그 방주로 들어가고’(창 6:18) 언약이 성경에서 최초로 사용된 본문이다. 하나님은 이 말씀대로 대홍수 후에 노아와 언약을 맺으셨다(창 9:1-17). 본문의 ‘내가 내 언약을 세우리니’에 사용된 히브리어 ‘와하키모티’(וַהֲקִמֹתִי, waháqìmötî, 내가 세우다. 기본형은 קום, qûm ‘세우다’)는 새로운 언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약정을 승인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6 하나님께서 창세기 9장에서 인류의 새로운 시조가 된 노아(새 아담)와 맺으신 언약은 창조 때에 아담과 맺으신 언약을 갱신하신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언약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창 6:18) 창조 자체의 사실에 의해 확립된 신적 관계를 가리킨다.’7 창조기사 속에 언약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창조기사는 하나님과 피조물 사이에 확립된 언약적 관계를 기술하고 있다. 그 신적 관계가 창조언약이다. 노아언약은 창조언약의 갱신이다. (246.2)
 ‘그들은 아담처럼 언약을 어기고 거기에서 나를 반역하였느니라’(호 6:7) 호세아는 창기인 고멜과의 결혼을 통해서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관계를 파괴했다는 슬픈 사실을 증거한 선지자이다. 그는 언약의 선지자이며 그의 삶과 기별의 배후에는 언약이 짙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스라엘의 음행과 우상숭배는 아담의 타락과 비교되고 있다. 아담의 범죄는 기존의 창조언약을 깨뜨린 것이다. (247.1)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가 능히 낮에 대한 나의 언약과 밤에 대한 나의 언약을 깨뜨려 주야로 그 때를 잃게 할 수 있을진대 내 종 다윗에게 세운 나의 언약도 깨뜨려 그에게 그의 자리에 앉아 다스릴 아들이 없게 할 수 있겠으며 내가 나를 섬기는 레위인 제사장에게 세운 언약도 파할 수 있으리라’(렘 33:20-21). 예레미야는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불변하는 언약적 사랑을 강조할 때 하나님께서 창조 때에 자연 질서 속에 세워 놓으신 주야의 법칙을 예로 들었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 1:4, 5) 창조주께서 첫째 날에 세워놓으신 주야의 법칙은 창조언약에 속하며, 창조언약의 표징인 안식일은 주야에 관한 하나님의 언약에 따라 그 날이 계수된다. (247.2)
 앞에 열거한 세 말씀은 하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다. 하나님은 그분의 창조사역을 언약으로 이해하기를 원하신다. (248.1)
 2) 창조언약의 두 대상
 앞에 언급된 선지서들의 증언은 하나님께서 창조언약 속에서 언약의 대상자로 삼으시는 대상이 두 가지 임을 지적한다. 호세아서에 의하면 그 대상자는 인류이며, 예레미야서에 의하면 자연이다. 인간과 자연은 창조언약에 의해서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인간과 자연의 운명은 언약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께 달려있다. 죄가 세상에 들어옴으로 창조질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아 자연계에 이변이 생기고 인간은 심히 부패하게 되었지만 창조언약은 거두어진바 되지 않았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인류를 새로운 피조물로 만드실 것이며, 만물을 새롭게 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전히 만물과 인류를 붙들고 계신다. (248.2)
 3)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6-28) (248.3)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심으로 인간과 언약관계 속에 들어가셨다. 본문은 창조언약의 무조건적인 규정이다. 인간은 이것을 성취하도록 창조되었다.8 고대 근동에서 ‘첼렘’(צֶלֶם, celem) ‘형상’은 신을 대표하는 조형물이다.9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하나님을 닮았을 뿐 아니라 하나님을 대표하여 피조세계에 하나님의 통치를 구현하는 축복 받은 존재로 창조되었다. 언약 속에는 하급자의 의무가 포함이 되는데 창세기 1:28에 있는 하나님의 명령을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이라고 한다. 문화명령은 인구증가와 개발, 자연보호와 자원보존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10 문화명령은 단순한 의무를 넘어서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위대한 축복이다. (249.1)
 4) 안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