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5장은 땅의 티끌처럼 많은 자손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실현이 지체되는 것처럼 보일 때(창 13:16) 하나님께서 환상 중에 아브라함에게 임하셔서 주신 언약이다. 이번에 하나님은 하늘의 뭇별처럼 많은 자손을 약속하셨고 아브라함은 ‘야훼’를 믿었다(창 15:5, 6). 본장에서 아브라함은 선지자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는 ‘마하제’(מַחֲזֶה, maHázè) ‘환상’을 보고 있으며, 창세기 15:12-21에 미래의 사건을 전달 받았다. 이 경험에 비추어 아브라함은 후에 아비멜렉에게 선지자로 소개되었다(창 20:7). 언약적 배경 속에서 아브라함의 믿음의 의(창 15:6)와 예언이 주어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언약은 결코 잊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를 요청한다. 늦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은 틀림없이 언약을 이루시는 분이며, 언약의 백성은 예언의 백성이다. (261.1)
 언약은 미래지향적이다. 그 미래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존재하며, 하나님께서 그 성취를 주관하신다. 창세기 15:12-20의 미리 쓴 역사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역사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억류하는 애굽을 ‘내가 징벌할지며’(창 15:14) 애굽 강으로부터 유브라데강까지 가나안 민족들이 살고 있는 땅을 ‘내가 ∙∙∙ 네 자손에게 주노니’(창 15:18)라고 말씀하셨다. (261.2)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언약을 체결할 때 타는 횃불의 모습으로 쪼개어 놓은 언약의 제물들 사이를 지나가셨다(창 15:17). 언약 속에서 제물을 쪼개는 것은 언약 파기자가 제물과 같은 운명을 당할 것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아브라함도 제물 사이를 지나갔을 것이나 창세기 15장에는 하나님이 제물 사이를 지나가신 것만 기술되어 있다. 이것은 이 언약의 일방적 성격(unilateral nature)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33 출애굽과 이스라엘 영토의 확장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책임지시고 성취하실 것이다. 이스라엘은 결코 자기 힘 때문에 민족을 이루고, 정착하고, 땅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일방적인 사랑 때문에, 열조에게 주신 약속 때문에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옷입은 결과이다(신 7:6-8). (261.3)
 창세기 17장에서는 땅의 티끌과 하늘의 별로 언약의 표를 세우셨던 하나님이 이제는 직접적으로 언약의 당사자인 아브라함과 그의 온 집 안 사람들의 몸과 언약의 표인 할례제도를 주셨다. 할례를 통해 믿음으로 언약의 백성이 되었다는 외적 표시를 했는데, 할례 받은 자는 세상에 대해 하나님의 언약을 증거 하는 존재로 부르심을 받았다. 하나님이 언약에 대해서 주실 수 있는 최고의 증표는 사람인 것을 이를 통해 볼 수 있다. 언약은 하늘의 별이나 땅의 티끌을 통해서가 아니라 언약의 표를 몸에,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람들을 통해서 세상에 전달되고, 그 사람들에게 성취될 것이다. (262.1)
 사람이 언약의 징표인 것을 하나님은 ‘아브람’(אַבְרָם, ´abräm, ‘높으신 아버지’)을 ‘아브라함’(אַבְרָהָם, ´abrähäm, ‘많은 무리의 아버지’, 창 17:5), ‘사래’(שָׂרָי, Säray, ‘나의) (여주인’, ‘my princess’)를 ‘사라’(שָׂרָה, Särâ, ‘여주인’, 창 17:15)로 개명하심으로 드러내셨다. 이 이름은 언약적 신앙을 갖고 있다. 아브람은 단순히 존귀한 아버지가 아니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며, 사래는 아브라함의 여주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적 이스라엘인 하나님의 교회의 믿음의 조상이 되어 온 세계에 축복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 창세기 18장은 이삭의 출생을 예고하는 신현(theophany)과 함께 아브라함이 소돔을 위해서 중보하는 기사를 담음으로써 이스라엘 민족이 복음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제사장나라, 거룩한 백성이 됨으로 열방의 축복이 될 것을 예시한다(창 18:22-33; 출 19:6) 이스라엘은 실패했지만 예수께서 이 소명을 성취하시고, 지금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인 하나님의 교회를 통해서 땅 끝까지 나아가서 만민을 하나님께로 모으고 계신다(벧전 2:9). (262.2)
 이름은 개인의 인격과 운명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이름을 통해서 아브라함 부부는 하나님의 언약과 자신을 동일시 했으며, 하나님은 드디어 이삭의 출생의 때를 고지하신다. ‘내 언약은 내년 이 시기에 사라가 네게 낳을 이삭과 세우리라.’(창 17:21) (263.1)
 드디어 언약의 아들은 태어났다. ‘야훼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야훼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다.’(창 21:1) 하나님은 말씀하신 것을 이루시는 분이다. 여종 하갈에게서는 하나님의 언약을 인간의 노력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육체의 소욕을 따라 이스마엘을 얻었지만 이삭은 약속을 따라 얻었다(갈 4:23).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따라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와 신앙의 참 자유에 대해 이삭의 탄생 이야기가 가르쳐 준다. (263.2)
 단산한 가운데 잉태할 힘을 얻은 것은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이며 하늘의 별과 무수한 바다 모래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특별하신 능력으로 된 일이다(히 11:11-12).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사라의 태가 죽음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한 아기가 탄생하는 기적, 창조의 기적을 베푸셨다. 이것은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된 것이다. 언약은 언제나 초자연적인 역사를 통해서 성취되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다. 언약 속에서의 구원은 우리에게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요구한다. (263.3)
 창세기 22장은 언약 성취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언약적 이름을 가진 아브라함이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험을 다룬다. 여태까지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아브라함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언약의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드렸다. (264.1)
 이삭을 제단 나무 위에 놓고 칼을 잡아 아들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아브라함은 언약 성취에 대한 인간적 안목에서의 가능성은 모두 포기했다. 그는 죽은 자를 살리시는 창조주 하나님께 모든 꿈과 언약의 성취를 맡겼다. 아브라함의 제사는 자기 포기요 언약을 성취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굴복이었다. 갈바리에서 성취될 영원한 언약을 표상하는 아름다운 사건이 모리아산에서 발생했고, 바로 이 자리에 구원의 언약의 가시적인 실물교훈이 되는 성전이 후에 세워졌다. 승리한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는 후손의 번성과 세상의 정복자가 되는 것과 아브라함의 후손을 통해 천하 만민이 복을 받을 것을 알려주셨다(창 22:16-18). (264.2)
 아들을 아끼지 않고 말씀에 순종한 아브라함은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성취하였고, 우리는 그 이름을 신약 성경이 시작하는 맨 처음 말씀에서 보게 된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마 1:1). (264.3)
 6. 언약에 대한 부조들의 믿음
 아브라함은 후처(그두라)의 소생들을 모두 동방으로 떠나가게 함으로 언약의 자손은 오직 이삭의 후손들임을 명백히 했다(창 25:1-6). 아브라함이 백칠십오세에 죽은 후에 하나님께서는 이삭과(창 26:3-4) 야곱에게(창 28:13-14) 언약을 반복하셨다. 아브라함이 헤브론의 막벨라 굴을 구입한 것은 창세기의 나머지 기사 속에서 약속의 땅과 관련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평생 동안 약속의 반려자로서 아브라함과 함께 했던 사라가 그 곳에 장사되었고(창 23:19) 이어서 아브라함과(창 25:9) 야곱이(창 49:29; 50:12-13) 그곳에 장사되었다. 요셉은 자기 유골을 출애굽 때에 가나안으로 메고 올라가기를 유언하였다(창 50:25; 출 13:19; 세겜에 장사 지냄, 수 24:32). 장지에 대한 기록을 통해 언약에 대한 믿음이 아브라함에게서 이스라엘 민족에게로 전수된 것을 알 수 있으며, 언약의 성취는 출애굽기 이후의 책들 속에 나타난다. (264.4)
 약속의 땅에 대한 저들의 갈망은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저들이 고대하였던 더 나은 땅인 하늘 본향을 사모하도록 격려한다. 믿음의 부조들은 언약의 믿음을 갖고 살았다. 그들은 자기의 뼈가 약속의 땅에 묻히기를 원했다. 그러나 우리는 약속의 땅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라고 약속하신 언약의 후손 예수님과 함께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요 14:1-3). (265.1)
 참고 문헌
 1. Walther Eichrodt, Theology of the Old Testament, The Old Testament Library, 2 vols (Philadelphia,: Westminster Press, 1961). 언약을 중시한 다른 신학자들에 대한 제시는 다음에서 볼 수 있다. Gerhard F. Hasel, Old Testament Theology: Basic Issues in the Current Debate (Grand Rapids, MI: Eerdmans, 1991), 138, n. 107; Henning Reventlow, Problems of Old Testament Theology in the Twentieth Century, 1st ed. (Philadelphia, PA: Fortress Press, 1985), 126-128}

 2. Meredith G. Kline, The Structure of Biblical Authority (Grand Rapids, MI: Eerdma ns, 1972).

 3. Gordon J. McConville, ‘בְּרִית’, NIDOTTE 1:747.

 4. J. Arthur Thompson, ‘Covenant (OT)’, ISBE 1:790

 5. 창 6:18; 9:9, 11, 12, 13, 15, 16, 17; 14:13; 15:18; 17:2, 4, 7(2x), 9, 10, 11, 13(2x), 14, 19(2x), 21; 21:27, 32; 26:28; 31:44.

 6. Bruce K. Waltke and Cathi J. Fredricks, Genesis: A Commentary (Grand Rapids, MI: Zondervan, 2001), 136. ‘서다, 일어나다’를 뜻하는 ‘쿰’(קום, qûm)의 힢일형은 ‘[언약관계]를 승인하거나 확립하는 것(hëqîm)’을 뜻하며 히브리어 ‘카라트’(כרת, krt)는 어원적으로 ‘[언약관계]를 시작하거나 맺는 것(initiating or making) (KäraT)’을 뜻한다. Leonard J. Coppes, קום , 793.

 7. William J. Dumbrell, Covenant and Creation: A Theology of 0ld Testament Covenants (Nashville, TN: Thomas Nelson, 1984), 32.

 8. Eugene H. Merrill, ‘Covenant and the Kingdom: Genesis 1-3 as Foundation for Biblical Theology’, Criswell Theological Review 1 (1987): 303.

 9. Westermann, Genesis 1-11: A Commentary, 146-147.

 10. 이종근,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문화명령(창 1:28; 2:15)의 신학적 고찰, 舊約論壇 8 (2000): 19-22.

 11. Gerard Van Groningen, ‘Covenant’, Baker Theological Dictionary of the Bible, ed. Walter A. Elwell (Grand Rapids, MI: Baker Books, 1996), 125.

 12. Merrill: 304.

 13. 월터 카이저, 구약성경신학 (서울: 생명의 말씀사, 1982), 109.

 14. 카이저, 108; William L. Moran, The Amarna Letters, English-language ed.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92), 100:33-44, n. 8. 비교, 시 72:9; 사 49:23; 미 7:17.

 15. Merrill, 302.

 16. McConville, ‘ברית’, NIDOTTE 1:748.

 17. Francis Brown, S. R. Driver, and Charles A. Briggs, ‘קשׁת’, A Hebrew and 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with an Appendix Containing the Biblical Aramaic Based on the Lexicon of William Gesenius (=BDB) (Oxford: Clarendon Press, 1951).

 18. William Hendricksen, The Covenant of Grace, rev. ed. (Grand Rapids, MI: Baker, 1978), 18.

 19. Ibid. 신 7:9; 대하 6:14; 단 9:4.

 20. Rolf Rendtorff, ‘Noah, Abraham and Moses: God’s Covenant Partners’, In Search of True Wisdom: Essays in Old Testament Interpretation in Honour of Ronald E. Clements,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 Supplement Series (Sheffield, Englan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9), 132-133.

 21. E. Kutsch, ‘ברית’, TLOT 1:265.

 22. 구속사의 언약적 구조의 신학적 중요성은 다음 책에서 볼 수 있다. Thomas E. McComiskey, The Covenants of Promise: A Theology of the Old Testament Covenants (Grand Rapids, MI: Baker Book House, 1985).

 23. Johann Peter Lange, Tayler Lewis, and Abraham Gosman, A Commentary on the Holy Scriptures: Genesis (Bellingham, WA: Logos Research Systems, Inc., 2008), 337.

 24. 골돈 J. 웬함, 모세오경, 성경이해 3권 (서울: 성서유니온선교회, 2007), 75.

 25. ‘레크-르카’(לֶךְ־לְךָ, lek-lükä)에 사용된 전치사 ‘르’(ל)는 ‘분리, 떠남(separating, taking leave of)’의 의미를 갖는다. 참고, Nahum M. Sarna, Genesis, ed. Nahum M. Sarna, The JPS Torah Commentary, vol. 1 (Philadelphia, PA: The Jewish Publication Society, 1989), 88.

 26. 아브라함의 소명과 순종에서 히브리어 미완료동사 일인칭 공형으로 되어 있는 하나님의 약속은 다음과 같다. ‘에에스카’(אֶעֶשְׂךָ, ´e`eSkä, ‘내가 너를 만들리라’, 창 12:2), ‘아바레크카’(אֱבָרֶכְךָ, ´ábärekükä, ‘내가 너를 축복하리라’, 창 12:2, 3), ‘아갓드라’(אֲגַדְּרָה, ´ágaDDülâ, ‘내가 창대하게 하리라’, 창 12:2), ‘엣텐’(אֶתֵּן, ´eTTën, ‘내가 주리라’, 창 12:7).

 27. Sidney Greidanus, Preaching Christ from Genesis: Foundations for Expository Sermons (Grand Rapids, MI: William B. Eerdmans, 2007), 142.

 28. Charles T. Fritsch, Genesis, ed. Balmer H. Kelly, The Layman’s Bible Commentary, vol. 2 (Atlanta, GA: John Knox, 1959), 53.

 29. Robert Alter, Genesis: Translation and Commentary (New York, NY: W. W. Norton & Company, 1996), 50.

 30. 카이저, 115.

 31. Ibid., 121.

 32. Rendtorff, 131.

 33. P.R. Williamson, ‘Abraham’, Dictionary of the Old Testament: Pentateuch, ed. T. Desmond Alexander; David W. Baker (Downers Grove, IL.: InterVarsity Press, 2003), 10. (2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