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과정
 고대인들은 발효의 원인은 알지 못했지만 발효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루이스 파스퇴르가 발효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포도즙에서 포도주로 변할 때, 발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고대인들은 발효 방지책들을 잘 알고 있었다. (104.1)
 포도즙에는 두 가지 주요 성분, 즉 포도당이라고 하는 글루코즈와 알부민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두 성분은 발효 과정에 기여한다. 껍질의 안쪽과 포도 씨앗의 외피(外皮)에 들어 있는 알부민에는 효소 혹은 효모(酵母)라고 알려진 발효하는 매개체인 미생물이 함유되어 있다. (104.2)
 포도즙에 함유된 알부민의 부패는 미생물 효모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 효모와 합쳐져 포도당을 두 가지 형태로 깨버릴 수 있는 화학 효소를 방출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물과 잘 섞이고 포도주에서도 용해된 채 남아 있는 무색의 액체인 에틸알콜이 그 한 가지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비등을 드러내는 작은 거품에 나타나는 탄산가스이다.36 (104.3)
 발효 과정은 포도즙에 알맞은 온도와 습기, 그리고 공기와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만 한다. 이 조건을 바꾸거나 제거해서 포도즙을 신선하고 발효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하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고대인들도 알고 있었던, 이 네 가지 방법들을 하나씩 검토할 것이다. (104.4)
 (1) 끓여서 포도즙을 보존하는 방법
 습기와 열
 포도즙의 발효는 그 안에 있는 습기량을 알맞게 줄임으로 혹은 즙을 고온에서 끓임으로 방지할 수 있다. 이 방법의 이유는 발효체인 효모균의 성장은 포도즙 안의 습기량이 섭씨 59~74도에서 끓일 때 더디게 되거나 완전히 중지한다. 이 온도에서 대부분의 효소는 죽는다. 포도즙을 끓임으로써 간단하게 이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104.5)
 끓이면 포도즙의 물은 증발하고, 효모와 곰팡이(사상균)는 죽고, 당분이 증가하기에 효모 성장이 억제된다. (105.1)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을 주의 깊게 끓여서 시럽으로 만들어 포도즙을 보존하는 방법은 고대 세계가 일반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사용한 방법이었다. 원할 때에는 시럽을 물에 타서 마시기도 했다. 몇몇 문헌들은 이 관습을 확인하여 주고 있다. (105.2)
 고대인들의 증언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인 베르길리우스(Virgil, 주전 70~19)는 자신의 Georgics(농업을 다룬 시)에서 한 가정 주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단 포도액의 수분을 불로 끓여 졸아들게 하고 잎사귀로 부글부글 끓는 큰 솥남비의 거품을 걷어낸다.”37 끓여서 졸아든 포도액을 성공리에 보존하는 방법에 관하여 장황하게 묘사한 내용이 가리키듯이 이 방법은 널리 애용되었다. 그는 “짜낸 포도액이 오랫 동안 지속되게끔 혹은 굳을 때가지 보존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38고 기록하였다. (105.3)
 코루멜라는 보존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포도액을 납으로 만든 그릇에 넣고 끓여서 1/4로 혹은 1/3로 졸이라고 말한다.39 끓여서 1/3로 졸인 포도액은 데프루툼(defrutum)이라고 불리워졌다.40 (105.4)
 플리니는 단 비눔(vinum dulce)에 관하여 말하면서 코루멜라와는 달리 끓여서 1/2로 줄인 포도액을 데프루툼(defrutum), 1/3로 줄어든 포도액을 사파(sapa)라고 칭하였다.41 끓여서 졸아는 여러 다른 종류의 포도액을 각기 다른 명칭들로 칭한 것은 이 음료가 널리 사용되어졌음을 확인하여 줄 뿐이다. (105.5)
 포도액을 끓여서 보존하는 방법은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작업이었다. 코루멜라는 다음과 같이 통찰력 있게 묘사한다. “우리는 먼저 화력이 세지 않은 불과 시골 사람들이 크레미아(cremia:베어낸 작은 나뭇가지)라고 부르는 매우 작은 나무 조각들로 화덕을 데워야 한다. 그것은 포도액을 서서히 끓이기 위함이다. 끓이는 것을 담당한 사람은 골풀 줄기나 혹은 궁작화로 만들어진 체를 미리 준비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골풀 줄기와 궁작화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 즉 망치로 두드리지 않은 상태여야 하고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은 저어서 위로 올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표면에 남아 떠 있는 찌꺼기를 체로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이 작업을 포도액의 모든 침전물들이 제거될 때까지 계속해야만 한다.”42 (105.6)
 안전한 보존
 끓인 포도즙에 필요한 주의를 기울이면 오랫 동안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다. 오랫 동안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끓이고, 또 모든 찌꺼기를 제거해야만 한다. 코루멜라가 설명하였듯이 “만일 나무가 많으면 포도액을 끓여 떠 있는 모든 찌꺼기들을 침전물로 깨끗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1/10을 잃어버리지만 나머지는 영원히 상하지 않을 것이다.”43 (106.1)
 코루멜라는 이 보존 방법을 특별히 권하였다. 그것은 언제든지 “포도주가 종종 시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에 모든 포도액을 큰 솥에 부어 그것의 1/10이 증발할 때까지 끓여야만 했었다. “그 후 포도액이 식은 다음에 그릇에 넣고 그것을 덮은 다음 밀폐해야만 한다. 이런 방법이 더 오랫 동안 보존할 수 있고, 어떠한 해도 입지 않을 것이다.”44 (106.2)
 끓여서 졸아든 포도즙이 광범위 하게 사용됨
 시럽에 끓여서 졸아든 포도즙을 보존하는 것은 근동지역과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수세기에 걸쳐 행해진 관습이다. 이 음료는 이탈리아에서는 vino cotto(끓인 포도즙), 프랑스에서는 vin cuit, 시리아에서는 nardenk, 아랍에서는 딥스(Dibs)로 알려져 있다. 죤 키토(John Kitto)는 오래되었지만 유명한 성서 문학 백과 사전에 나오는 한 논문은 근동 지역에서 끓인 포도즙을 사용하는 것에 관하여 19세기 역사가 몇 명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인 러셀(A. Russell) 박사는 자신의 저서 알레포의 자연사(Natural History of Aleppo)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이곳에서는 딥스(dibs:끓인 포도즙)라고 불리는 농축시킨 포도즙인 사파 비니(sapa vini)는 가죽 부대에 넣어서 도시로 가져오고 시장에서 팔린다. 조악한 꿀처럼 보이고 단 맛이 나는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매우 많이 이용한다.”45 (1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