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속의 영원한 복음 제4부 죄와 심판 제12장 창세기속의 심판사건들과 심판절차
 4) 선고
 ‘네 손에서부터 ∙∙∙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창 4:11) 가인의 살인죄가 명시되었다. 땅은 의인화되어 그 입을 벌려 피살자의 피를 들이마신 것으로 묘사된다. 아담의 죄는 땅에 저주를 몰고 왔고, 가인의 죄는 땅을 오염시켰다. 가인은 자기의 직업의 근간이 되는 땅에게서 효력을 금지 당한 존재가 되고 땅에서 추방되었다(창 4:12). ‘피하며 유리하는 자’(נָע וָנָד, nä` wänäd)는 접속사로 이어진 두개의 유사 발음이 되는 히브리어 분사인데 ‘집 없는 방랑자’(homeless wanderer, TEV)를 의미할 수 있다. 땅은 온 지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많은 번역들은 다음의 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1) 가인이 자기의 장소나 가정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2) 그는 항상 이동해야 하는 방랑자가 될 것이다,

   (3) 그는 세상 곳곳을 끊임없이 떠돌 것이다.22 (206.1)
 5) 집행
 창세기 4:16에 집행은 매우 간략하게 기록되었다. ‘가인이 야훼 앞을 떠나서 에덴 동쪽 놋 땅에 거주하더니.’ 가인은 반성이나 회개를 하지 않았으며, 하나님 없는 문화와 문명을 이루기 위해서 에덴 동쪽, 해 뜨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놋 땅’(אֶרֶץ־נוֹד, ´erec-nôd )은 ‘방랑의 땅’, ‘사람이 정착 할 수 없는 곳’이란 의미를 갖는다.23 에덴에서는 하나님이 아담 부부를 내보내셨지만, 가인은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섰다. 에덴에서는 추방과 함께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갖고 나왔지만, 가인은 하나님을 저버리고 단지 물질적 삶만을 찾아 멸망 길에서 방랑자로 살게 되었다. 후기에 가인은 솔로몬의 지혜서 10:3에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채로 언급이 된다. ‘그러나 불의한 자(가인)가 분노하여 그녀(지혜)로부터 떠났을 때 그는 자기 아우를 죽인 분노 속에서 역시 멸망했다.’ 하와는 하나님 바깥에서 지혜를 찾다가 패망했고, 가인은 지혜의 근본이신 하나님께서 직접적으로 교훈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고집을 따라 행함으로 멸망했다. 신약은 가인을 악한 자에게 속한 자라고 했으며(요일 3:12), 발람과 고라처럼 멸망한 자들의 대열 선두에 세우고 있다(유 11). (206.2)
 6) 완화조치
 하나님은 하나님의 결정에 항의하는 가인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하나님은 가인을 보호하는 표를 주시며 가인을 죽이는 자에게 칠 배의 벌을 가하시겠다는 약속을 통해서 살인자 가인의 생명을 보호하셨다(창 4:13- 15). 칠 배에 대해서 가인을 죽이는 자와 살해자의 친척 여섯 명이 죽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온전한 보응을 의미하는 시적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24 (207.1)
 하나님은 회개할 줄 모르며 장차 큰 고통을 가져올 하나님 없는 문명 건설자의 시조가 될 가인을 죽이지 않고 그의 생명을 보호하셨고, 그에게서 생육과 번성의 축복을 박탈하지 않으셨다. 후에 하나님의 자비는 가인의 칠대 손인 라멕에 의해 매우 왜곡된 형태로 자신의 폭력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일에 사용이 됨으로 극에 달한 가인 족속의 강포를 보여준다(창 4:24). 보복이 전통으로 자리 잡는 폭력의 시대가 도래 했고, 하나님께서 심판으로 개입하실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208.1)
 4. 홍수
 1) 은혜의 기간
 창세기 6-9장의 홍수 기사는 하나님의 축복의 성취로 시작한다.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창 6:1) 비록 죄가 이 땅에 들어왔지만 하나님이 태초에 베푸신 생육과 번성의 축복을 하나님은 인간에게서 제거하지 않으셨다(창 1:28). 하나님께서 용납하실 수 없을 만큼 죄가 찼을 때 하나님은 인류에게 백이십년간의 은혜의 기간을 허락하셨다.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창 6:3). 백이십년을 수명의 제한을 두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으나,25 창세기 속에서 홍수 후에 백이십년을 넘게 산 이들이 있는 것을 통해 이 주장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창 11:10-32). 이 기간은 피할 길 없는 하나님의 심판에 처한 홍수 시대 사람들에게 주신 유예 기간에 해당한다.26 (208.2)
 이 시대 동안에 의를 전파하는 노아가 방주를 준비하는 동안 ‘하나님이 오래 참고 기다리’셨다(벧전 3:20; 벧후 2:5). 심판이 지체되는 것처럼 보인 백이십년의 기간 동안 노아는 구원의 방주를 만들며 심판의 기별을 전했고 세상 사람들은 회개할 기회를 얻었다. (209.1)
 2) 범죄
 창세기 6:2, 4절은 홍수 이전 시대 사람들의 범죄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았으며, 이들에게 출생한 후손들은 고대에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이었다. 가인의 후손들이 하나님 없는 문명사회를 건설하며 무력으로 저들의 힘을 삼고 있던 시대에 아벨 대신에 아담을 통해서 태어난 셋의 후손들은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야훼’의 이름을 불렀다(창 4:26).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경건한 셋의 후손들과 사악한 가인의 후손들은 결혼을 통해 배교하고 세상에서 그들의 영적 감화력을 상실하였다. 저들의 후손인 ‘네피림’(הַנְּפִלִים, hannüpìlîm)은 흠정역에 ‘거인’(giants)으로 번역되어 있으나 ‘타락하다, 넘어지다’를 의미하는 ‘나팔’(נָפַל, näpal )로부터 ‘타락한 이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용사’는 무력적인 면에서 앞서는 인물들이다.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창 6:4). 가인 족보 후에 등장한 셋 족보의 이야기(창 4:24-25)와 홍수 전 사람들의 이야기(창 6:1-4)는 그 말미에 ‘쉠’(שֵׁם, šëm, 이름)을 놓음으로서 ‘야훼’의 이름을 부르던 경건한 셋 족속이 자기들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고통의 시대를 초래한 요소라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높임 받으셔야 할 ‘야훼’의 이름은 인간의 명성에 완전히 가려져 버린 불법과 폭력, 죄악의 시대가 되고 말았다. 경건한 족속의 타락으로 이 세상은 더 이상 도덕적 영적 갱신의 희망을 상실하게 되었다. 세상의 고통은 악인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이 타락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본 절은 말한다. (209.2)
 3) 조사
 조사심판은 창세기 6:5-12에 나타나 있다. 조사심판은 ‘보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동사 ‘라아’(רָאָה, rä´â, ‘보다’)가 증거한다(창 6:5). 하나님의 보심은 ‘사실에 대한 조사와 행동 준비’27를 의미한다. 하나님은 세상의 죄악상 때문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쓸어버리기로 하셨다. 노아는 조사심판에 의롭다고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창 6:8). 창세기 6:5-6절에 등장하는 ‘보다’, ‘한탄하다’, ‘근심하다’등의 신인동형설적 표현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지성과 감정과 의지를 동원하여 심판에 참여하고 계심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자동화된 기계처럼 심판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분은 사건을 지성적으로 파악하고 상태를 바로 잡으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신다. 조사를 통해서 악인에게는 형벌을, 의인에게는 구원을 결정하신다. (210.1)
 하나님의 조사심판은 전 세계적인 것이었다. ‘세상’(창 6:5, 6), ‘땅 위’(창 6:7), ‘온 땅’(창 6:11), ‘모든 혈육 있는 자’(창 6:12, 13) 등의 표현은 하나님의 조사가 세계적인 것임을 말한다. (210.2)
 ‘야훼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 임을 보시고’(창 6:5)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 인간은 악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고 생활방식이었다(창 6:12). 조사심판의 주안점이 영적 도덕적 상태라는 것을 ‘악함’(רָאָה, rä`â, 창 6:5), ‘부패’(שָׁחַת, šäHat, 창 6:11, 12) ‘포악함’(חָמָס, Hämäs, 창 6:11) 등의 죄목에서 알 수 있다. 이 점은 고대 근동의 다른 홍수 이야기들과 근본적인 차이가 된다. 고대 근동의 홍수 이야기들은 처벌 받아야 할 어떤 도덕적 영적 이유도 없이 신들의 변덕에 의해 인류는 멸절되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고바벨론시대에 등장한 ‘아트라하시스 서사시’(Atrahasis Epic)에서 신들은 인간의 ‘소음’(rigmu) 때문에 인간을 멸절시키기로 결정했다. 아카드어 ‘리그무’를 신들에 대한 도전이나 반란으로, 혹은 범죄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최근에 밝혀진 고대 용례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이 단어는 도덕적 범죄나 정치적 반란과는 전혀 무관하며 단순한 인간의 소리이다. 인구증가에 따른 소음 때문에 인간은 멸망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28 (210.3)
 조사심판 과정에 창조주가 강조되어 있다.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 ‘내가 그것들을 지었음을 한탄함이니라’ 등의 표현을 통해 전능하신 창조주의 능력이 반창조에 역사할 것임을 이야기한다(창 6:6, 7). 하나님은 피조세계를 뒤엎으실 것이었으나, 그분의 눈은 한 명의 의인도 놓치지 않으셨다. (211.1)
 ‘그러나 노아는 야훼께 은혜를 입었더라’(창 6:8) (212.1)
 노아는 초자연적인 세계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가정 속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이었다(창 6:10). 대홍수 심판을 위해 방주를 마련하기 전에 하나님의 은총은 당대에 하나님과 동행하는 의롭고 완전한 인물을 준비하셨다.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