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부정(不淨)과 언약
 예식적인 규정들의 주된 취지는 거룩함과 부정, 이 양극단을 중심으로 선회한다. 거룩함은 인간과 피조물 전반에 이질적인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전유물이다. 그분은 사물, 장소, 시간을 거룩하게 하시며,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그분의 백성들을 거룩하게 하신다(레 22:9, 16). 거룩한 것과 속된 것 사이의 온당하지 못한 접촉은 불경을 초래하고, 거룩한/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 사이의 접촉은 오염을 초래한다. 불결과 부정은 사실상 모든 것을 위협한다. 심지어 정결한 것들도 불결과 부정의 권세 아래 들어갈 수 있다(레 11:39). (456.4)
 신학적으로 말해서, “부정”(impurity)은 하나님과 동료 인간으로부터의 멀어짐을 표현하는 은유이다. 부정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해서는 안 되었으며, 성소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아무런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없으며, 따라서 사회에 대해서는 죽은 존재이다. 그처럼, 레위기에서 부정은 본질적으로 사망과 질병의 영역과 연관되어 있다(민 6:6, 7, 11;레 13장; 14장). (456.5)
 부정한 사람은 사망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언약 공동체와의 사회적 교류 그리고 성소에서 언약의 주님께로 접근하는 일을 박탈당했기에 그 사람은 언약 관계로부터 내쫓긴 사람이 되었다. 부정함에 대한 이런 이해는 죄와 불결이 본질적으로 동의어임을 암시한다. 둘 모두 언약의 율법을 무심결에 범하거나 자발적으로 범하는 일을 통하여 언약 관계를 종결시킨다. (457.1)
 d. 죄/부정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의 언약 위반에 대하여 무관심하지 않으신다. 그들의 충성에 대한 그분의 관심은 언약 관계 밖에서는 죽음이 통치한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언약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은 사망, 부정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짐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야훼께로부터 떨어져나가는 사람은 죄책을 초래하며 그 자신의 죄를 짊어진다(레 4:3; 5:2-4). “자신의 죄악이나 죄를 짊어진다.”라는 어구는 구약에서 “자신의 죄악에 대한 책임이 있”고(레 5:1, 17; 17:16; 19:17; 20:17, 20), 따라서 형벌을 면하기 어렵다(레 7:20, 21; 19:8)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하나님의 진노는 언약의 율법을 위반함으로써 유발된다(레 26:28). 이 진노는 구속적인 형벌 혹은 징계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14-26절). 그것은 또한 언약 관계의 해체(27-33절)로 그리고 또한 궁극적으로는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참조 레 15:31; 18:24-28). (457.2)
 3. 죄 문제의 해결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죄 문제를 해결한 것은 족장 시대의 종교제도에서 해결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의 죄를 용서하기를 갈망하셨으며, 그 사실을 제사제도를 통해서 보여 주셨다. 회개하는 죄인이 필요로 하는 용서(레 4:20)와 정결케 하는 일(레 12:8)은 성소에서 제공되었다. 죄를 지은 사람은 용서를 받기 위하여 야훼께로 희생 제물을 가져왔다(레 5:5, 6). 제사제도의 기능은 어떠한 언약 위반도 심각하게 취급한 구속적 및 사법적 준거의 틀 내에서 발휘되었다. 그런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용서는 하나님의 선물이요 하나님의 사랑의 영광스러운 표현이었다. 본질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제사제도는 언약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온 선물이었다. 하나님은 속죄의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희생 제물의 피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셨다(레 17:111). 은혜로운 그분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제사장 직분을 주셨다(민 18:7). 아론을 조력하도록 선택된 레위인들은 제사장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다(8, 9절). (457.3)
 성소 봉사는 야훼께서 죄 문제를 다루시는 방식을 예시했다. 그 봉사는 두 국면의 봉사로 구성되었다. 매일의 예식들과 속죄일의 연례적인 봉사였다. 이 봉사들에 대한 탐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줄 것이다. (457.4)
 a. 매일의 봉사들
 제사장들은 하나님의 백성을 위하여 뜰과 성막의 성소에서 매일 봉사했다. 매일 두 번씩 공적인 제사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드려졌다(출 29:38-42). 그 밖에, 회개하는 죄인들이 그들의 제물들을 성소로 가지고와서 제사장의 중보를 통하여 속죄를 구했다. 이 제사들의 다른 측면들에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 (457.5)
 (1) 안수
 모든 희생 동물에게 안수했지만, 죄와 부정이 아사셀을 위한 염소에게 전이(轉移)됨을 말하는 레위기 16:21에서만 그 예식이 죄의 전이와 명백하게 연관되었다. 안수는 또한 전이의 개념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대속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비예전적인 경우들에도 행해졌다(레 1:14; 민 8:10; 27:18-23). 매일의 제사에서, 회개하는 죄인은 그 희생 동물에게 자신의 죄/부정을 전가시켰다. 이 예식은 적어도 몇몇 경우에서는 참회하는 자 편에서 죄의 자복이 동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레 5:5, 6; 16:21). (457.6)
 (2) 짐승을 죽임
 희생 제물은 제사장이 도살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드리는 사람이 죽였다(레 1:14, 15; 5:8). 죄와 형벌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죄는 그 형벌과 마찬가지로 희생 제물에게로 전이되었다. (458.1)
 (3) 고기를 먹는 의식
 레위기의 법에 따르면, 속죄제 고기의 일부분은 제사장에게 속했으며, 성소에서 먹게 되어 있었다(레 6:17, 18, 25. 26; 7:6, 7). 희생 제물의 고기를 먹음으로써 제사장은 백성의 죄를 짊어졌고, 그렇게 함으로써 속죄했다(레 10:17). 이 대리적 행위는 그의 거룩함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죄인은 죄를 짊어진 채로 성소로 왔으며, 그의 죄를 희생 제물에게로 전이시켰다. 최종적으로 제사장은 그 죄를 짊어지고 야훼 앞으로 가져왔으며, 그렇게 하여 죄인을 위한 속죄를 행했다(출 28:38). 제사장이 자신의 죄를 위해 희생 제물을 가져왔을 때는 언제든지 그 제물의 고기를 먹도록 허락되지 않았다. 그가 자기 죄를 짊어지면 죽어야 했다(레 22:9). (458.2)
 (4) 피의 예식
 어떤 희생 제물의 피는 제사장에 의해 성소로 옮겨져서 휘장 앞에 일곱 번 뿌려졌다(레 4:6). 피 뿌림은 성별(출 29:21; 레 8:11) 혹은 정결(레 14:7, 51; 16:19; 민 8:7)을 의미했다. 제물의 고기를 먹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나 그 피가 성소로 옮겨졌으며, 반대로 고기를 먹을 경우에는 피를 성소로 가져가지 않았다. 이 두 예식의 의미는 동일했다. 즉 피와 제사장을 통해 죄가 성소 곧 야훼 앞으로 옮겨졌다. (458.3)
 레위기 17:1은 이렇게 말한다. “육체의 생명[네페쉬]은 피에 있음이라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제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네페쉬]을 위하여 속죄하게 하였나니 생명[네페쉬]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 하나님께서는 희생 동물의 피에 백성을 위한 속죄의 기능을 부여하셨으며, 그 사람의 생명 대신에 피를 가납하셨다. 피의 예식에 대한 이런 해석은 모든 희생 제물의 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8절). 11절에 의하면, 생명으로서 피의 속죄하는 기능은 제단 위에서만 사용되는 것으로 제한된다. 피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속하며, 희생 제물의 피를 제단 위에서 그분께 되돌려 드림으로써, 죄인들은 그들의 죄를 중보하는 제사장을 통하여 성소로 전이시키도록 허락되었다. 말하자면, 성소가 그들의 죄와 죄책을 당분간 떠맡았다. 하나님은 그 희생 제물을 죄인을 위한 대속물로 가납하셨다. 죄에 대한 궁극적인 희생 제물이 드려질 때를 고대하면서, 중개 역할을 한 그 피는 드리는 자의 죄를 대속했다. (4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