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이야기 본문을 미래 사건의 예표로 해석하는 방식을 세일해머(J. H. Sailhamer)은 ‘설화 표상학’(narrative typology)이라고 했고10그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창세기에서 제시하였다.11 (37.1)
 창세기 12:10-13:4창세기 41-출애굽기 12장의 전조가 됨. 창세기 12장에 아브라함이 애굽으로 피난한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머물러 살게 될 더욱 큰 사건의 표상학적 전조이다. 아브라함이 애굽에서 모압과 암몬의 조상인 롯과 함께 나왔던 것처럼 이스라엘의 출애굽 때에 중다한 ‘잡족’(עֵרֶב, `ëreb)도 함께 나왔다(창 13:1; 출 12:38. 비교, 창 19:36-38; 신 23:3-4).12 (37.2)
 창세기 1-11장의 죄의 확산과 레위기 11-16장의 진영이 더럽혀짐. 레위기 11장의 성결법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창조 때 등장했던 생물들의 순서와 같으며,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이 그분의 피조물들을 ‘선하더라(좋았더라)’고 하심으로 ‘선’(טוֹב, †ôb, ‘좋음’)과 ‘악’(רָעָה, rä`, ‘나쁨’)으로 구분하셨던 것처럼 레위기 11장‘정결’‘부정’으로 구분한다. 창세기 3장은 아담과 하와의 범죄 후에 해산의 고통을 말하고 레위기 12장은 출산 후의 조치법을 다룬다. 창세기 3장은 인간이 범죄한 직후 벗은 몸의 상태가 되어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을, 레위기 13장은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의 부정한 신체 상태, 곧 피부병에 대해서 다룬다. 에덴에서 부부가 추방된 것처럼 문둥병자는 진영 밖에서 혼자 살아야 했다(창 3:22-24; 레 13:46). 창세기 6-9장의 홍수 이야기는 레위기의 율법과 적어도 13가지의 상응점을 갖고 있으며,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은 적어도 2가지 이상 레위기의 율법과 상응점을 갖는다.13 (38.1)
 창세기의 문학적 내용이 구원사에 등장하는 이후 사건과 인물들의 전조가 된다는 것에 유의하면서 성경을 읽게 될 때 성경 이해의 폭은 훨씬 더 풍부하게 될 것이다. 표상학의 주요 소재는 구약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 사건, 제도이다. 이것들은 좁게는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에게 적용되고,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와 말세를 만난 우리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하나님께서 영원한 구원을 성취하시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개인과 민족과 역사를 인도하셨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38.2)
 수많은 표상이 구속사의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직접적으로 표상하는 몇 가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39.1)
 아담과 하와. 아담과 하와가 신성한 결혼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부부 관계 속에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와 교회도 부부관계 속에서 기대되는 한없는 자기 헌신적 사랑의 공동체이다.(창 2:20-25; 엡 5:22-33. 특히 창 2:24엡 5:31-32 비교할 것). (39.2)
 아담. 첫 아담은 범죄적 행위로 온 인류에게 사망을 가져왔지만 마지막 아담 예수님은 의로운 행위로 온 인류에게 생명을 가져왔다.(창 3:6-12; 롬 6:14-21; 고전 15:22, 45). (39.3)
 가죽옷. 하나님이 벌거벗은 아담 부부에게 지어주신 가죽옷은 인류가 경험한 최초의 희생제사이며, 이것은 ‘창세로부터 죽임을 당한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한다.(창 3:21; 계 13:8 제임스왕역). (39.4)
 노아방주. 홍수 전 시대 사람들이 노아의 방주를 통해서 구원을 받았듯이 인류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합하여 침례를 받음으로 구원을 받게 된다.(창 7:23; 벧전 3:21; 롬 6:3-4). (39.5)
 살렘왕 멜기세덱. 멜기세덱이 인간적 근원과 상관없이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세우심을 통해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 되신 것처럼 제사장 가문인 레위 지파가 아니라 유다 지파에 속한 예수님도 영원한 제사장이 되셨다.(창 14:18; 시 110:4; 히 5:6, 10; 6:20; 7:11, 15, 17). (39.6)
 아브라함과 이삭. 모리아 산상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제물로 드리고자 했던 사건은 십자가 사건을 통해 드러난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 하나님의 인류를 위한 사랑과 순종을 표상한다.(창 22:9-18; 롬 5:8). (39.7)
 야곱의 사닥다리. 범죄자 야곱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표징이 된 사닥다리는 범죄한 인류에게 하늘을 연결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한다.(창 28:10-19; 요 1:47-51). (39.8)
 요셉.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종의 몸 값으로 팔리고, 사망의 구덩이에서 벗어나고, 그 시대인들을 기근에서 구원하고, 형제들을 용서했던 요셉은 예수 그리스도 사건의 축소판이다. (40.1)
 예수 그리스도를 예시하는 표상학적 메시지는 성령의 임재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내재 속에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구약의 내용들이 더 이상 저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 시대의 내 경험의 이야기가 되게 한다. 우리는 성경의 어떤 책을 읽던지 과거의 기록을 뛰어 넘어 현재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내 생애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할 수 있다. 창세기의 인물들은 책의 표지 바깥으로 나와 우리 삶의 현장을 찾아 온다. 우리도 에녹과 노아처럼 하나님과 함께 걸으며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야곱처럼 하나님과 몸을 부딪쳐가며 씨름할 수 있다. 침례 받을 때 우리는 방주에 들어감으로 홍수 속에서 살아남았던 노아와 그의 가족이 된다. 침례 예식의 물을 통과할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삼킬 듯이 넘실대는 사망의 파도, 죄의 파도를 통과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시는 하나님 품을 향해서 나아가게 된다(창 7:7, 23; 벧전 3:20-22). 그렇게 될 때 사망과 정죄는 지나가고 하나님 안에서의 새 생활이 시작된다. 자신의 죄인 됨을 깨닫고 야곱처럼 낙망 중에 새우잠을 잘 때 야곱 앞에 나타났던 하늘까지 닿은 그 사닥다리의 원형이신 예수께서 ‘내가 너와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갖고 친히 우리에게 찾아오신다(창 28:12-15; 요 1:51). (40.2)
 표상학적 메시지를 통해서 볼 때 우리는 성경의 오묘한 조화에 대해 찬탄을 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성경의 사건이 오늘의 나에게 무한한 의미를 가진 복음 사건인 것을 알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 (40.3)
 4. 주요 신학적 주제들
 창세기는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수많은 신학적 주제들의 보고이다. 이들 중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다음과 같이 간략히 열거할 수 있다. (41.1)
 하나님. 신앙의 대상자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이해하는가에 따라서 인간과 세계, 구원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창세기의 하나님은 하나님이 어떤 성품을 가지셨으며 무엇을 하시는 분인가를 알게 해준다. (41.2)
 인간. 종교는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갖게 한다. 창세기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죄와 심판. 창세기는 창조에 이어 인류의 타락과 심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이것들은 죄가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죄를 어떻게 취급하시는지를 보여준다.

 구원. 하나님은 인류를 축복하신 분이시며,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의지를 갖고 계신다. 하나님께 향하는 이는 아무도 버림 받지 않고 하나님의 가족이 된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회복시키시는 사랑의 이야기를 창세기에서 발견한다.

 남은 자. 하나님은 사악하고 부패한 세상 속에서도 언제나 그분께 충성을 다하는 신실한 사람들을 갖고 계신다. 특별히 대홍수는 하나님께서 인류의 씨앗으로 보호하신 남은 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세기는 말세의 남은 자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깨달음을 준다.

 계시. 하나님은 인류가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 헤매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언제나 살 길과 갈 길을 보여주셨다. 하나님의 계시가 세계와 교회와 개인의 운명에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우리는 창세기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율법.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서 십계명과 율법을 주셨다. 이것들은 이미 창세기의 이야기들 속에 녹아 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참조, 창 26:5). 창세기 속에 시사되어 있는 율법과 십계명과 안식일에 대한 교훈들은 하나님의 법이 축복이라는 것을 증거한다.

 제사. 하나님은 인류가 타락했을 때 원복음을 주셨고, 벌거벗은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혀주셨다. 에덴에서 기원한 제사제도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창세기 속의 부조들이 드린 제사들 속에 드러난 구원의 이야기들은 십자가의 은총 아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위로와 소망을 준다.

 창조. 하나님은 천지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드셨다. 창세기 속의창조 모티브는 심판과 재창조 속에 모습을 드러냄으로 창조주께서 만물을 새롭게 하실 구속주임을 증거한다. 하나님의 심판의 모형이 되는 대홍수는 창조 모티브를 통해서 인류에게 새 세상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한다.

 종말론. 하나님은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신 분이다(계 1:8; 21:6; 22:13). 처음과 끝은 짝을 이룬다. 창세기는 인류의 기원과 역사의 시작을 다루면서 마지막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려준다. 우리는 기원론과 종말론, 창세기와 요한계시록의 상관관계를 이해함으로 역사의 절대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41.3)
 위의 신학적 주제들은 영원한 복음을 이루는 핵심적 진리이다. 이 주제들은 창세기 속에서 배아의 형태로 존재하여 점진적인 계시의 증가와 더불어 더욱 풍성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각각의 주제는 홀로 서있지 아니하고 다른 주제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주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다른 주제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필요하다. 창세기의 이야기들을 이 주제들을 통해 바라볼 때 구원의 청사진이 얼마나 경이롭게 빛나는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음 장부터 이 순서를 따라서 기독교의 핵심 진리들을 찾아 창세기 속을 여행해 보고자 한다.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