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과 술 제 5 장 예수와 포도 음료 1. 가나의 혼인잔치
 포도 음료에 관한 랍비들의 증거는 일치하지 않는다. 랍비 이시도르 코플로비츠는 탈무드에 나오는 의사들 중 어떤 이들은 포도주를 적당히 마시는 것을 승인하고 권하기까지 하였지만, 또 많은 탈무드에 나오는 랍비들은 포도주와 독주 사용을 강경한 말로 정죄하였고, 어떤 랍비들은 이스라엘의 멸망이 포도주로 인한 것이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16 랍비들은 포도주를 불허하는 말을 다음의 말과 비슷하게 한다. 포도주가 사람의 신체 안에 들어갔을 때, 나가는 것은 분별력이다. 포도주가 있는 곳에는 명철함이 없다.17 (132.4)
 포도주가 끼치는 해로운 영향을 알면 몇몇 랍비들이 왜 끓인 포도즙을 마시라고 했는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미쉬나는 끓인 포도즙에 관하여 랍비 에후다(Yehuda)는 “끓인 포도즙을 거제(擧祭)로 드리는 것을 허락하였으니, 끓임으로 그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18 이러한 포도즙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맛이 가장 그윽하고, 최상의 포도즙으로 여겨졌다.19 (133.1)
 탈무드는 혼인과 같은 축제시에도 음주를 금하였다(Sotah 48a; Mishna Sotah 9, 11). 이 점은 본 장의 후반부에서 유월절 포도 음료를 논할 때, 언급할 랍비들의 증언이 뒷바침하여 준다. 이 증언들과 고려 사항에 비추어 볼 때, 그리스도께서 만들어 주신 포도 음료는 그것에 취하게 하는 효력이 없었기에 좋은 포도 음료로 묘사되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33.2)
 도덕적 함축 사항
 그리스도께서 만들어 주신 “좋은 포도 음료”에 고도의 알코올 성분이 있었다는 추정을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러한 추정이 하나님의 아들의 지혜에 끼치는 부정적 반영 때문이다. 이미 상당한 양의 포도주가 소모된 후, 그리스도께서 거기에 덧붙여 취하게 하는 포도주 120~160 갈론을 혼인 잔치에 모인 남녀 노소를 위하여 기적적으로 만드셨다면 그들로 점점 더 취하게 한 도덕적 책임이 예수에게 있다. 그 분이 행하신 기적은 주정 음료를 과도하게 마시는 것을 승인하였을 뿐이었다. 만일 이 결론이 옳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죄 없는 본성과 가르침을 허무는 것이다. (133.3)
 죠셉 P. 프리(Joseph P. Free)는 그리스도께서 혼인 잔치가 끝나갈 무렵 엄청난 양의 포도 음료를 만드신 것은 과음을 허용하였거나, 여기서 사용된 오이노스란 단어가 포도즙을 가리키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옳바르게 관찰하였다. 그는 “구약성경이 포도주를 정죄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 음료는 포도즙이었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결론을 내린다.20 (133.4)
 선한 만물의 창조자인 그리스도께서(창 1:4, 10, 18, 21, 25; 골 1:16) 성경이 “거만케 하는 것”, “떠들게 하는 것”(잠 20:1)이라고 비난하고 성경이 하나님의 진노의 상징으로 선택한, 취하게 하는 포도주를 자신의 초자연적 능력을 사용하여 취하게 하는 포도주를 만들려고 했다고 추측하는 것은 성경과 도덕의 유비(analogy) 원리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134.1)
 성경과 도덕은 논리적으로 그리스도께서 만드신 “좋은 포도 음료”가 막 만든 발효되지 않은 포도즙임을 요구한다. 이 포도주를 묘사하기 위하여 사용된 형용사가 이 결론이 옳음을 지지하여 준다. 레온 C. 필드(Leon C. Field)는 “그리스도께서 만드신 포도주를 묘사하기 위하여 사용된 형용사는 단순히 좋은을 뜻하는 아가토스(agathos)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훌룡하거나 어울림을 뜻하는 칼로스(kalos)이다. 이 용어는 테오프라스투스(theophrastus)가 취하지 않게 하는 포도 음료를 도덕적(에티코스[ethikos]) 포도 음료라고 규정한 것을 연상시켜 준다”고 말함으로 이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였다.21 (134.2)
 “그리스도께서 혼인 잔치를 위하여 준비하셨던 포도 음료와 제자들에게 자신의 피의 상징으로서 주신 포도 음료는 순수한 포도즙이었다. 이사야 선지자는 ‘포도 송이’에 있는 새 포도 음료를 말할 때에 이에 대해 ‘그것을 상하지 말라 거기 복이 있느니라’(사 65:8)고 말했다. 그리스도께서 결혼식의 손님들을 위하여 준비하신 발효되지 않은 포도 음료는 건강에 좋고 신선한 음료였다. 그 맛은 건전한 식욕에 일치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22 (134.3)
 취한 후에
 우리가 살펴볼 마지막 추정은 연회장이 한 말, “취한 후에”(요 2:10)이다. 연회장은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 음료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 음료를 두었도다”고 말하였다(요 2:10). “취한 후에”를 뜻하는 희랍 어 단어 메투스토신(methusthosin)이 술취한 것을 가리키고, 또 연회장의 말에 의하면 먼저 내 온 좋은 포도 음료에 취하였기에 그리스도께서 준비하신 “좋은 포도 음료”가 잔치의 초장에 일상적으로 내어 놓는 좋은 포도 음료에 비교되기 때문에 취하게 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추정이다. (134.4)
 희랍 어 단어 메투스코(methusko)의 뜻이 “취하게 하다”인 것과, 또 이 용어가 취하게 하는 음료가 미치는 영향을 묘사한 곳에만 사용된 것을 그리스도께서 만드신 포도 음료가 포도주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23 (135.1)
 이 추론은 연회장이 한 말을 잘못 해석하고, 잘못 적용하고 이 동사의 폭 넓은 사용 용례를 간과한다. 연회장의 발언은 특정 사람들을 향하여 한 것이 아니라 잔치를 여는 이들 간에 흔히 있는 일반적인 행태에 관해서 언급한 말이다.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 음료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 거늘 ∙∙∙ ”(요 2:10). 이 발언은 많은 주석가들이 인정하듯이 일단의 사람들 이 취한 상태를 실제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고용된 연회장이 늘 상행하는 상투적 수단의 한 가지에 관한 말이다.24 또 한 가지 중요한 고려 사항은 희랍 어 동사 메투스코가 취한다는 것을 전혀 시사하지 않고 “자유롭게 마시다(to drink freely)”를 의미할 수 있는 점이다. 하버트 프레이스커(Herbert Preisker)는 이 신약성경 신학 사전에 기고한 이 동사에 관한 소논문에서 메투오(methuo)와 메투스코마이(methuskomai)는 신약성경에서 대부분 문자적으로 ‘술취한’‘술취하다’를 뜻하여 사용되었다. 메투스코마이는 질이 낮은 포도 음료를 손님들이 취한 후에만 내어 놓는다는 행태와 연관하여 요한복음 2:10에서는 윤리적이나 종교적인 판단 없이 사용되었다.”25 (135.2)
 파크헐스트(parkhurst) 희랍 어 사전은 “자유롭게 마시다란” 의미의 예증으로서 칠십인역상의 구약성경 메투오(methuo) 단어군(單語群)을 인용하고 있다. “메투오는 ∙∙∙ 일반적으로 평상시보다 포도 음료나 독주를 술 취하거나 취하지 않든지 간에 더 자유롭게 마시는 것을 표시한다. 수동태로서 비록 술 취하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마시는 것과 기분을 돋구는 것을 뜻한다 ∙∙∙ 요한복음 2:10. 이 동사가 이 의미로 칠십인역에서 사용되었음은 명백하다(창 4:34; Cant 5:1). 그리고 필자의 생각으로는 창 9:21에서도”26 영어 성경 개정 표준역(標準譯)은 이 후자의 의미를 존중하여 “사람들이 자유롭게 마셨을 때(When men have drunk freely)”라고 더욱 정확하게 번역하였다. (135.3)
 요한복음 2:10에 나오는 메투스코(methusko)라는 동사는 물린다(배부르다)란 의미로 사용되었다. 술 취하게 하는 영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잔치에서 소비된 많은 양의 포도 음료를 언급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잔치에서 사용된 포도 음료가 알코올 성분이고, 예수께서 제공하여 주신 것이 양질의 알코올 성분이라고 주장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예수께서 엄청난 양의 취하게 하는 포도주를 제공하여 주셔서 결혼식에 참석한 이들이 분별 없이 방종하도록 하셨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론은 그리스도의 품성이 지닌 도덕적 고결성을 파괴한다. (136.1)
 기적의 목적
 복음서에 나오는 기적의 목적은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셔서 제자들이 자신을 믿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목표는 달성되었다. “예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요 2:11). 혼인 잔치에 그리스도께서 계신 것은 결혼 제도와 사회 생활을 순수하게 즐기는 것을 신적(神的)으로 승인하시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사항들은 메시야로서 자신의 사명을 성취하는 그리스도의 영광의 현현(顯現)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영광은 그 분의 창조 행위에 특별히 나타나 있다(시 19:1, 2).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롬 1:20)은 창조 행위를 통한 그분의 기적의 시작에서 나타내어졌다. “예수께서 ∙∙∙ 물로 포도 음료를 만드셨다”(요 4:46). (136.2)
 기적의 포도 음료는 포도 송이에서 얻은 포도 음료와 같은 것이었음이 전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것만이 하나님께서 생산하여 내시는 포도 음료이기 때문이다. 토레이(R. A. Torrey)는 “그리스도께서 만드신 포도 음료가 취하게 하는 것이라는 암시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막 만든 포도 음료였다. 새로 만든 포도 음료는 절대로 취하게 하지 않는다. 발효 과정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취하게 한다. 발효는 부패 과정이다. 우리 주께서 부패와 죽음의 산물인 알코올을 만들어 내셨다는 어떠한 암시도 없다. 그 분은 발효로 인하여 더렵혀지지 않은 살아 있는 포도 음료를 만들어 내셨다.”27 (136.3)
 “의심할 바 없이 그리스도께서 만들어 내신 것은 하늘 포도원의 과실 같아서 그 분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 것으로 자신의 백성과 함께 마실 것이다”(마 26:29).29 (137.1)
 그리스도의 기적은 항상 자애로은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예수님은 사람을 구하러 오셨지 멸망시키러 오시지 않으셨다. 그리스도께서 취하게 하는 포도주를 기적적으로 제조하신 것이 사실이라면 이 기적은 그 분이 행하신 기적 중에 주목할 만한 예외가 될 것이다. 이 기적은 그의 능력이 악하다는 것을 나타냈을 것이다. 그 분은 영광 대신에 창피를 나타내셨을 것이다. (1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