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행동을 기술하고 있다. 천지창조로부터 인간의 타락과 대홍수, 바벨탑 사건과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들이 생성되도록 한 모든 기록 속에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하나님의 사역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어떠한 분인지를 살펴보자. (80.1)
 1. 창조주 하나님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위대한 선언으로 시작한다(창 1:1). 이것은 창세기가 기록되었을 당시의 고대 근동세계에 던져진 폭탄선언과 같은 것이었다. 고대 바벨론의 창조신화인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에 의하면 신들의 싸움의 결과로 천지가 만들어 졌지만1 창세기는 하나님이 어떠한 고군분투의 노력 없이 말씀으로 천지를 만드셨다. 저들이 신으로 섬기는 해와 달과 별들은 단지 발광체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물에 불과하였다. 창세기는 하나님의 창조사역을 기술할 때 히브리어 ‘바라’(בָּרָא, Bärä´, ‘창조하다’)2‘아사’(עָשָׂה, ´äSâ, ‘만들다’)3‘와요메르’(וַיֹּאמֶר, wayyöº´mer, ‘말씀하다’)4‘야차르’(יָצַר, yäcar, ‘빚다’)5‘바나’(בָּנָה, Bänâ‘짓다’)6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이 단어들은 하나님의 창조가 지닌 특별한 의미들을 전달한다. 이 어휘들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언급하고 있는 구절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80.2)
 1) ‘바라’(ar‘B’, Bärä´, 창조하다)
 이 단어는 칼형에서 오직 하나님의 활동에만 사용이 되고 있는 신학적 술어로 ‘새로운 어떤 것을 개시함’의 개념을 갖고 있다.7 창세기 1-2장의 창조기사에서 이 동사는 창조사역의 중요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때마다 사용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 단어 속에 표현된 하나님의 특별한 창조적 능력을 물질의 기원(1절) 감각 능력을 지닌 생명체(1:21) 구별된 피조물로서의 인간(1:27)의 기원에 대한 설명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8 (80.3)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니라.’ 하나님은 창조주일의 첫 나흘 동안 빛, 하늘, 바다, 육지, 식물계, 두 큰 광명체와 별들을 창조하심으로 생물들이 거주할 수 있는 물질적인 환경을 마련하셨다. 바라는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를 가리킨다. 창세기가 기록될 당시의 고대 근동인들은 기존 물질을 창조의 재료로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기존 물질을 의지하지 않고 우주를 만드셨다. 물질은 하나님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히브리서 11:3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모든 세계’는 천지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보이는 것’‘나타난 것’, 곧 선재하는 물질적인 것에 의존해서 창조되지 않았다. 요한계시록 4:11‘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고 또 지으심을 받았나이다’라고 주장한다. 하나님의 뜻이 먼저요, 그 후에 물질세계가 존재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물질세계는 존재할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다. 하나님은 물질세계에 대하여 절대적인 주권을 갖고 계신다. (80.4)
 물질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은 해와 달을 ‘광명체’라고 칭함으로 특히 강조되어 있다(창 1:14-16). 이교도들이 신으로 숭배하던 이것들은 빛을 비추기 위한 ‘마오르’(מָאוֹר, mä´ôr) ‘등잔’에 불과하였다.9 출애굽시대에 애굽의 최고의 신이었던 태양신 ‘라’(Ra)는 ‘야훼’ 하나님이 내리신 아홉 번째 흑암 재앙을 통해 전적으로 무력한 존재임이 입증되었다.10 애굽인들의 거처는 삼일 동안 ‘사람 사람이 서로 볼 수 없는 흑암 속에 있었지만’ 이스라엘 자손의 거하는 곳에는 ‘오르’(rAa, ´ôr) ‘광명’이 있었다(출 10:21-23). (82.1)
 하나님은 자연법칙을 세우신 분이기 때문에 그 법칙을 초월하신다. 여호수아는 출애굽 때에 천연계의 가장 탁월한 세력이 되는 태양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다. 그는 가나안에 정착하려고 아모리인들과 전쟁할 때 ‘야훼’ 하나님께 간청하여 태양과 달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태양이 중천에 떠서 거의 종일토록 내려가지 못하게 했다(수 10:12-14). 하나님은 병들어 죽게 된 히스기야의 간구를 들으시고 그를 살리시겠다는 표로 아하스의 일영표에 나아갔던 해 그림자를 뒤로 십도를 물러가게 하셨다(사 38:8). 하나님의 최후의 진노, 요한계시록 16장의 종말론적인 일곱 재앙은 바다, 강과 물 근원, 태양, 공기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계 16:3, 4, 8, 17). 이것들은 만물을 만드시고 그것들을 유지하도록 자연 법칙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주권 아래 있다. 궁극적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은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는 곳’, 곧 절대주권자이신 하나님 한분만으로 모든 것이 충족한 세계가 될 것이다(계 22:5). (82.2)
 ‘하나님이 큰 바다 짐승들과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주일의 다섯째 날에 그 이전의 정적인 세계가 사라지고 색다른 생명현상이 발생했다. 천연계를 누비고 다니는 감각을 지닌 생명체의 세계가 펼쳐졌다. 하나님은 다섯째 날에 바다를 큰 바다 짐승들과 수중 생물로 채우셨고, 하늘은 새들이 날도록 하셨다. 하나님은 여섯째 날에 땅 위에 거주자인 가축과 야생짐승들과 기는 것들을 만드셨다. 창세기 1:21‘그 종류대로’ 창조하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종류’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민’(מִין, mîn)은 자연과학의 생물분류에 해당하는 용어이다.11 이것은 하나님이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창조주이심을 증거한다. (83.1)
 ‘핫탄니님’(הַתַּנִּינִם, haTTannînìm)은 개역한글판에 ‘큰 물고기’, 개역개정판에 ‘큰 바다 짐승’으로 번역이 되어 있다. ‘탄니님’‘타난’(חָּנַן, Tänan) ‘뻗다’(stretch)에서 기원한 말로 ‘길게 뻗은 것’—고래, 악어, 기타의 거대한 바다 동물을 뜻한다.12 이것은 우가릿에서 나온 가나안 신화 속에 리워야단과 함께 등장하는 원시적인 용(龍)신으로 ‘얌’(יָם, yäm, 바다) 신을 도와서 바알과 싸웠다. 창세기 1:21은 가나안인들의 믿음에 대한 논박(論駁)이다.13 저들이 믿는 그 존재는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에 불과하다. 하나님 앞에서 세상의 모든 권세는 그분의 말씀에 따라 생명이 좌우되는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후에 성경기자들은 하나님께 적대적인 악한 세력인 용이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굴복할 수 없음을 다섯째 날 벌어진 이 사건을 통해서 주장하였다.14 (84.1)
 하나님을 믿지 않을 때 사람들은 금수와 벌레까지도 숭배하는 어리석은 죄를 범한다(롬 1:23). 그러나 생물들은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일 따름이다. 하나님은 이들 위에 그분의 권세를 행사하실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애굽 땅에 열 재앙을 내리실 때 개구리, 이, 파리, 메뚜기 들을 사용하셨고, 애굽인의 가축과 이스라엘의 가축을 구별하여 애굽인의 가축들이 돌림병으로 죽게 하셨다(출 8-10). 이것들은 애굽인들의 종교적 대상물들과 관계가 있다. “각각의 재앙들은 애굽의 만신전(pantheon, 오백명에서) (이천명의) (신들)의 어떤 신을 다루고 있다 ∙∙∙ . ‘야훼’는 신들 중의 신이다.”15 (84.2)
 하나님은 감각을 지닌 생물의 세계를 주관하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나귀의 입을 열어 뇌물에 눈이 먼 발람 선지자를 책망하셨고, 큰 물고기를 예비하여 요나를 삼일 동안 그 뱃속에 붙잡아 두셨고, 물고기의 입에서 나온 돈으로 예수님과 베드로의 성전세를 내게 하셨다(민 22:28-30; 욘 1:17; 마 17:27). (85.1)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그를 창조하셨으며,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니라’.(한글 킹제임스) 삼위일체를 암시하는 ‘우리’가 세 번 사용된 것과 대응하여 27절은 바라동사를 세 번 사용하였다. 히브리어 성경은 카이아즘(chiasm, ‘교차대구법’)을 통해서 ‘하나님의 형상’을 강조하고 있다. (85.2)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다.
그의 형상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그(하나님)가 그를 창조하셨다.
(85.3)
 하나님의 창조 사역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인간을 그분의 형상으로 창조하신 것이다. 인간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나는 전혀 새로운 존재이다. 동물과 식물들은 ‘그 종류대로’ 창조되었으나, 인간은 ‘그 종류대로’ 창조되지 않았다. 인류는 오직 한 종류 밖에 없으며16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 이 세상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것을 인식하고 하나님을 대표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인간 밖에 없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하나님의 대리인이 되어 이 세상 만물을 관리하도록 축복하셨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그분의 형상인 인간을 통해 보존될 것이었다. 인간이 스스로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자각하고, 하나님의 형상답게 처신할 때, 피조세계의 축복된 상태는 유지될 것이었다. 피조세계의 안녕은 전적으로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달려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영적인 관계를 돈독히 유지시켜 주는 길을 하나님은 안식일제도 속에 마련하셨다. (85.4)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어지니라.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 제 칠일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창세기 2:2-3은 세 번씩이나 반복해서 하나님이 ‘하시던’(모든) 일과 ‘만드시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쉬셨음을 강조한다.17 “저자는 이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안식’(2-3절)을 강조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졌다.”18 (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