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모든 백성들은 안식일마다 그들의 하나님이 모든 억압을 종식시키시는 구세주이시며 세상의 어떤 권세보다 우월한 권세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여야 했다. 안식일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안식일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상기시키고(출 20:8-11), 하나님께서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 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그 해방과 자유를 모든 인간들에게 확장시키셨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출 23:13). (35.1)
 출애굽기 20:8절에서 안식일 계명을 시작하는 낱말과 신명기 5:12절에서 안식일 계명을 시작하는 낱말이 서로 다르다. 출애굽기 20:8절에서는 “기억하라”(자코르 zãkôr)이고 신명기 5:12절에서는 “지키라”(사모르 sãmôr)이다. 두 단어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두 단어가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두 단어의 차이도 중요하다. “지키라” 가 본래의 것인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안식일 계명의 본문에 비쳐볼 때 “기억하라”가 먼저이고 “지키다”가 뒤이다. 그러나 신명기에서는 “지키라”가 애용되었으며 “기억하라”는 어의의 또 다른 한 면을 “지키라” 라는 표현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35.2)
 “사마르”(sâmar 지키다)라는 용어는 질서, 명령, 합의, 순종 등의 명사가 대격 형태로 뒤따를 경우에는 “지키다” 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34 여호와 하나님께서 자신의 맹세를 “지키시는”(사마르)것 같이, 즉 하나님이 언약에 규정된 자신의 몫의 의무를 진실히 지키시는 것처럼 그의 백성도 언약의 한 쪽 상대로서 언약에 규정된 자기 몫의 의무를 진실히 “지켜야 한다.” 십계명은 “언약의 말씀” 으로도(출 34:28; 신29:19) 알려졌고 “언약의 돌판”(신 9:9, 11, 15)으도 알려졌다. 그리고 신명기 5장에서 십계명을 구두로 낭독한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언약을 새롭게 다짐하게 하려 한 것이었다. 따라서 명령의 첫 단어로 “지키다”라는 말을 선택한 것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었다. 이처럼 “지키다”“기억하다”라는 단어의 다른 한쪽의 의미인 것이다. “지키다” 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언약의 의지를 강조하고자 함이었다 (35.3)
 안식일을 지키는 목적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함이다(신 5:12; 출 20:8). 뚜렷한 행동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거룩하게 지키다”(에카데소 leqaddesô)라는 말의 의미에 관한 하나의 측면이 이제 추가 되어야한다. “거룩하게 지키다”(키다스 qiddas) 란 말로 표현된 사상은 “하나님을 위한 용도로 성별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35 사제들이나 나실인들(민 6:2, 6-8; 삿 13:5, 7; 6:17)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봉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거룩함과 성별의 상태에 자신을 두는 것과 같이 안식일도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기 위하여 거룩함과 성별의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레 23:1-3). (35.4)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기 위하여 안식일을 성별하는 행위에는 공공 예배의 활동이 포함 된다. 예배(제의적 활동)는 레위기 23:1~3절이 지적하고 있듯이 안식일 제도의 한 부분이다. 레위기 23:1-3절에는 많은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안식일은 “너희가 공포하여 성회로 삼을 여호와의 절기”의 하나이며(레 23:2) “여호와의 안식일이다”(레 23:3; 출 16:23, 25; 20:10; 31:15; 35:2). “엿새 동안은 일할 것이요 일곱째 날은 쉴 안식일이다”(레 23:3; 출 23:12; 3:15; 34:21; 35:2); 그러므로 “너희는 아무일도 하지 말라”(레 23:3; 출 20:10; 신 5:14). 안식일의 중요성은 안식일이 거룩한 축제일들의 하나라는 사실에 있다. “너희가 공포하여 성회로 삼을 절기”의 하나이다(레 23:2). 안식일은 다른 연례적인 축제들처럼 하나님의 성회로 공포된 날이다. 안식일은 사람들이 성회로 모여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레위기 23:1-3절은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서 안식일이 주간의 일들을 제처놓고 기쁘게 쉬는 날이었으며 하나님께 거룩하고 기쁘게 예배드리는 시간이었다. (35.5)
 안식일과 표징
 예외적으로 풍성한 안식일 구절들이 출애굽기 31:12-17절에 나타나고 있다. 이 구절 들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부 새로운 사상들을 토의하기 전에 이 구절의 문맥적인 구조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식일의 준수를 명하고 있는 출애굽기 31:12-17절은 성전과 그 봉사에 대한 야훼의 지시가 들어있는 출애굽기 25:1-31:11절에 이어지는 부분이다. (36.1)
 이 두 부분은 모두 시내 산에서 야훼께서 모세에게 직접 전하신 말씀에 포함되어 있다(출 25:1; 30:11, 17, 34; 31:1, 12). 이 지시의 말씀에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성소의 건물에 관한 지시들을 자세히 말씀하셨고 그리고 결론 부분에 이르러 안식일에 관한 지시의 말씀을 주셨다. 안식일에 관한 지시의 말씀은

   (1) 안식일과 성소를 연결시키고 있으며,

   (2) 처음으로 안식일에 관하여 세부적인 지침들을 명시하고 있고,

   (3) 백성들에게 일의 한계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즉 “엿새 동안은 일할 것이나 제칠일은 큰 안식일이니 여호와께 거룩한 것이라 무릇 안식일에 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을지니라”(출 31:15) 하였다. 십계명에 포함된 안식일의 다양한 국면들이 공식적으로 모세에게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36.2)
 출 31:12-17절에 나타난 안식일의 측면들 가운데 많은 것들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출애굽기 31:7절에서 하나님이 엿새 동안 창조하시고 제칠일에 쉬셨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창세기 2:2, 3절과 출애굽기 20:11절에서 이미 알려진 것이다. 13, 14, 16절의 안식일을 “지키라” 하는 명령도 신명기 5:12, 15절에서 이미 나타났으며 안식일을 “지키라”출애굽기 31:16절의 지시도 신명기 5:12절에 있는 것이다. (36.3)
 14절15절에 나타나는 안식일의 거룩도 창세기 2:3절과 출애굽기 16:23절 그리고 출애굽기 20:8절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제칠일을 안식일로 동일시하고 있는 현상도 출애굽기 16:26, 29절과 20:10절에서 이미 우리가 보았다. 그리고 안식일은 “휴식”의 날(안식의 축제일: “삽바톤”)이라는 사상도 출애굽기 16:23절에 이미 나왔다. (36.4)
 그러나 안식일은 “나와 너희 사이에 너희 대대의 표징이니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하는 여호와인줄 너희로 알게 함이라”(출 31:13)는 진술은 앞에서 나온 일이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이 용어들은 에스겔 20:12, 20절에서 유사한 형태로 다시 등장한다. 출애굽기 31:13절은 표징이 “나와 너희 사이에” 즉 하나님과 그의 백성의 사이에 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안식일이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외적이고 눈에 보이고 영속적인 표징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은 표징으로서의 안식일의 전체적인 의미에 있어서 핵심을 이루는 사안이다. 그러나 안식일의 표징적 기능들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36.5)
 “표징”의 근본적인 본질은 그것이 자기 자신의 한계 넘어에 있는 무엇을 지적한다는 것 이다. “표징”은 어던 대상에 대한 인식을 중재하고 어떤 행동을 유발시키는 일을 도와준다. 표징은 역사를 꼴지우시는 하나님의 활동에 관한 지식을 전해준다(출 7:3, 5; 8:18, 19, 22, 23; 10:2; 13:8, 14; 신 6:20; 렘 44:29; 겔 14:8). 표징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믿고 예배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또 믿음을 일으키고 믿음을 확인하게 한다. (민 14:11, 22, 23; 신 1:22-46; 4:34; 11:3; 13:1-3; 26:8; 29:2, 3수 24:17; 시 6:8; 78:43; 86:17). 그리고 표징은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기념물로서 기능한다(출 13:9, 16; 민 17:25; 신 6:8; 28:46; 수 4:6; 사 55:13; 겔 14:8). 또 분리의 표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창 4:15; 출 8:19; 12:13; 민 2:2; 수 2:12; 욥 21:29). 자기 자신을 초월해 있는 것에 주목하고 확인하고 확증하며 확인하는 표가 된다(창 3:12; 삿 6:17; 삼상 2:34; 10:7, 9; 왕하 19:29; 20:8; 사 7:11, 14). 끝으로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에는 언약의 표징들이 존재할 수 있다(창 9:12, 13, 17; 17:11). (37.1)
 표징의 이같은 여러 기능들은 안식일의 표징의 여러 기능들이기도 하다(출 31:13, 17; 겔 20:12, 20). 안식일은 사람의 마음에 의무의 수행을 촉구하는 “지킴의 표징”으로 자주 강조되었다.36 출애굽기 3:13절에서 안식일은 “나와 너희 사이의 표징”이라고 추정되었으며 당연히 “여호와께 거룩한” 안식일(출 31:15)을 지켜야 할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의 책 임과 의무가 강조되었다. (15절) (37.2)
 안식일은 또한 “분리의 표징” 이다.37 “표징”(오드 oth)의 기능의 하나는 지식과 이해를 중재하는 일이다.38 안식일은 “분리의 표” 로써 사람들에게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한 관계에 대한 종교적 신앙과 지식을 중재한다. 그리고 세계 전체는 안식일을 통하여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성립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39 동시에 안식일은 그들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하나님이 그 백성을 구별하는 “승인의 표징” 이다.40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표를 주신 것이 가인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출 4:15) 그를 다른 사람 들로 분리시켜 미래에 그의 생존을 보장해 주시려는 일이었던 것처럼 안식일은 신자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리시켜 그들의 미래의 생존을 위험으로부터 지켜 주기 위하여 신자들 에게 주는 표징이다. (37.3)
 안식일은 “지킴의 표징” 이요. “분리의 표징”일 뿐만 아니라 “기억의 표징” 이다.41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억”의 뒤돌아보는 측면은 출애굽기 20장에 소개되는 안식일 계명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기억의 표징”으로서의 안식일의 기능은 사람의 기억을 저 멀리 안식일의 출발 시점으로까지 끌고 간다. 하나님이 “쉬어 평안했던”(출 31:17; 창 2:3; 출 20:11) 창조의 안식일로까지 사람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이처럼 안식일은 창조주와 창조를 기념하는 표징이다. 그러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행동에 이 지식을 활용하게 한다. 즉 그들은 “그들 대대로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다(출 31:16),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들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동시에 하나님이 그들을 구원하실 미래의 계획을 기억한다. (37.4)
 안식일은 또 “지식의 표징” 이다.42 이것은 출애굽기 31:13절에서 분명해졌다. 즉 이것은 “너희로 알게 하는 표징”인 것이다. 표징은 지식의 목적에 봉사한다.43 안식일은 이스라엘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는 표징이다. 안식일은 이스라엘 백성에게(1) 야훼가 그들의 하나님이신 것과(2) 하나님이 그들을 그의 거룩한 백성으로 선택하심으로써, 즉 하나님이 그들과 특별한 언약을 맺기 위해 그 백성을 구별하심으로써 거룩하게 하신다는 지식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의 거룩성은 그들이 거룩한 하나님에게 연관됨으로 말미암는 것이지 그 백성의 생태적인 자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안식일의 구속적인 성격이 여기에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8.1)
 안식일은 지킴과 분리와 기억과 지식의 표징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표징이다. 하나님을 위한 표징으로서의 안식일의 의미는 “보증의 표징”44으로서의 안식일을 생각할 때 분명해진다. 마치 무지개가 “다시는 물이 모든 혈기 있는 자를 멸하는 홍수가 되지 아니할”(창 9:15) 것을 보증하기 위해 하나님과 세상의 사이에 “영세까지 세우는 언약의” 표징이 되었던 것처럼(창 9:13), 안식일도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려는 목적을 보장하는 “보증의 표징”인 것이다. 안식일은 효력있는 은혜의 표징이며 구원의 강력한 표징이다. 이 표징을 주신 분은 그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심으로써 자신의 맹세를 보장하시는 것이다. (38.2)
 안식일은 언약 공동체에 대한 하나님의 보증의 표징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인이다. 하나님은 “세계 역사 위에 안식일의 표징을 찍어 안식일을 자신의 소유권과 권위를 표시하는 인으로 삼으셨다.”45 이와 같은 해석은 국제간의 조약문서에 인이 사용된 경우와 안식일 계명이 인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의 유사성에 기초한 것이다. 고대의 국가 간에 이루어진 일부 조약문서들에는 종주국 왕조의 인이 찍혀 있다. 그런데 안식일 명령도 언약의 계명인 십계명에서 소유권과 권위의 표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식일 계명에서 하나님은 창조주로 선포되어(출 20:11; 31:17) 세상의 다른 신들과 차별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유권과 권위의 영역이 “하늘과 땅”으로 명시되고 있다(출 31:17; 20:11; 창 2:1-3), 고대 세계에서 인을 구성하는 구비 요건은 소유주의 확인과 소유권과 권위의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내산에서 반포된 안식일의 성문법과 그 후대의 안식일 명령들은 하나님의 인으로서의 구비요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안식일은 신자들에게 중대한 의미를 가진 하나님의 인인 것이다. 하나님을 본받아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사람은 하나님이 주장하시는 대로 하나님을 창조주와 재 창조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안식일을 하나님의 은혜롭고 생명을 새롭게 하는 선물로 받아들이며 또 안식일의 준수를 통하여 자기 자신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과 권위를 인정한다. 이러한 안식일 신앙이 그를 주변의 세계로부터 분리시키며 그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언약공동체의 일원으로 만들어준다. 안식일을 기념하고 지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표징”이요 “겉으로 드러난 인” 이다. 하나님의 선택과 언약과 성화의 활동은 하나님이 그 백성들의 현재의 삶에 내려주시는 “내적인 은혜”이며 “내적인 성화” 이다. (38.3)
 안식일과 언약
 출애굽기 31:12-17에서 안식일은 직접적으로 “언약”(베리드 berîth)에 연결되고 있다. “이같이 이스라엘 자손이 안식일을 지켜서 대대로 그것으로 영원한 언약을 삼을 것이니라” 고 하였다(출 31:16). 물론 여기에서는 안식일이 노아의 언약에서 할례가 “언약의 표징”으로 일컬어진(창 17:11) 것처럼 명확하게 “언약의 표징”으로 불려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식일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시내산(호렙산) 언약의 언약적 표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왜냐하면 분명히 안식일을 “너와 나 사이의 표징”(출 31:13, 참고 겔 20:20)으로 또는 “나와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표징”(출 31:17)으로 일컬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너와 나 사이의 표징” 이란 표현은 노아의 언약과 아브라함의 언약에 나타나는 “나와 세상과의 언약의 증거〈표징〉)”(창 9:13)와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창 17:11)이란 표현을 마음에 연상시킨다. (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