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총회 성경연구소의 성경 난해 문제 해석 신약의 난해 문제 질문 69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마침”이 되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롬 10:4). (345.1)
 로마서 10:4은 바울서신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진술 가운데 하나이다. 이 구절은 그리스도께서 십계명을 포함한 구약의 율법을 폐지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자주 인용된다. “율법”“복음”의 차이 및 신약이 구약보다 우월함을 강조하는 세대주의 학자들은 구약과 신약의 단절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증거 구절로 특히 로마서 10:4을 사용한다. (345.2)
 바울이 사용한 용어들의 모호성
 로마서 10:4의 의미가 확실하지 않은 것은 부분적으론 바울이 그의 서신들에서 사용한 “율법”(헬라어 노모스)이라는 용어의 모호성 때문이지만, 주로는 “마침”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 텔로스의 복잡성 때문인데, 이 단어의 의미는 “절정”이나 “목표”에서 “성취”“끝, 종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345.3)
 어떤 사람들은 노모스(“율법”)라는 단어가 바울에게 언제나 부정적인 실재를 묘사하는 말이고 텔로스라는 용어가 단지 “마침, 종결”만을 의미했다고 가정하여, “그리스도께서 구약의 율법들을 폐지했다.”는 관점에서 또는 “그분이 칭의의 길로서 율법을 버리셨다.”라는 관점에서 “그리스도가 율법의 마침이 되셨다.”라는 로마서 10:4의 진술을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폐했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345.4)
 로마서 10:4의 문맥
 로마서 10:49~11장으로 이뤄진 문학적 단위의 중심 부분인 9:30~10:21에 속한다. 이스라엘이 그들의 메시아를 거절하므로 남은 자 가운데서 스스로를 제외시킨 것과 관련된 신학적 문제가 이 부분의 배경을 이룬다 시종일관된 하나님의 말씀과 행동에 논증의 기초를 두어. 바울은 부족장시대에 이뤄진 하나님의 선택에 나타난 것처럼 메시아 시대에도 의가 사람의 공로나 행위가 아니라 메시아를 믿는 믿음을 통해 나타나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바울은 여러 차례 성경을 인용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새로운 상황에 대해 “율법과 선지자”에 예언되었음을 논한다. 그러므로 복음은 하나님의 약속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약의 성취이다. (346.1)
 그리스도가 어떤 이스라엘 사람들에겐 선지자들이 말한 “부딪히는 돌”이 되었는데(9:33), 그들이 믿음의 관점이 아니라 행위의 관점에서 율법을 따르고(9:31, 32),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으로써. 10:2~4) 하나님의 의에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방인들은 그리스도를 믿고 의를 받아들임으로써(9:30) 하나님의 새로운 백성 안에서 지위를 얻게 되었다. (346.2)
 이 문맥(9:31; 10:2~4)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사용된 “율법”(노모스)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바울 시대의 유대인들이 이해하던 대로 토라(율법)를 가리킬 뿐 아니라 계시적 국면을 포함한 구약 전체를 지칭한다. (346.3)
 텔로스(“마침”)의 의미
 고대 헬라어 문헌을 연구해 보면, 텔로스가 여러 의미를 지닌 유동적인 단어임이 드러나지만, 그것의 기본적인 의미는 일차적으로 “시간적인” 국면보다는 “목적론적인” 국면(즉 방향, 목적, 완성 등을 가리킴)과 관련된다. 바울의 시대에 텔로스는 주로 목표나 목적 또는 어떤 것의 절정 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346.4)
 텔로스라는 용어가 소유격으로 된 단어와 함께 사용되면(예를 들어서, “사랑의”), 그것은 “끝 결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목표, 목적, 결과”를 가리키는 데 사용된 구절이다(“사랑의 목표, 목적[텔로스]”). 그러므로 디모데전서 1:5에서 이 단어는 “경계의 목적[텔로스]은 ∙∙∙ 사랑이거늘”이라는 구절에 사용되고, 베드로전서 1:9에서는 “믿음의 결국[텔로스]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라는 구절에 사용된다. (347.1)
 고대 헬라의 문헌에서 텔로스 노무(“율법의 마침”) 및 그와 관련된 표현은 율법의 목표나 목적을 나타내고 율법의 폐지를 가리킨 적은 없다. 그러므로 로마서 10:4에서 이 말을 “종결, 중단. 폐지” 등을 뜻하여 “율법의 마침”으로 번역한 경우는 언어학적으로 말해서 매우 예외적이며, 그렇게 한다 해도 정확하다고 할 순 없다 (347.2)
 율법의 성취와 절정으로서의 그리스도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폐지했다는 의미의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다.”라는 널리 알려진 해석의 첫 번째 문제는 그것이 성경 자체 진술들과 모순된다는 데 있다. 이보다 먼저 그리스도께서 친히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나 폐하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케 하려 함이로다.”(마 5:17)라고 말씀했고, 바울도 로마서의 허두에서 믿음이 율법을 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지지한다(롬 3:31)고 강하게 주장했다. (347.3)
“이 절[롬 10:4]은 문단 전체[10:1~5]의 중심 진술이자 논증의 결론이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신 의가 율법이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이며 율법의 진정한 의도이자 의미임을 나타낸다”(R. Badenas, Christ the End of the Law:Romans 10:4 in Pauline Perspective [Sheffield:JSOT Press, 1985], 117).
(347.4)
 둘째, 이 본문을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다.”라고 번역하는 사람들은 마치 노모스(“율법”)라는 단어가 단순히 “율법” 외의 다른 어떤 것을 나타내는 것처럼 해석함으로써 다음과 같이 의미를 덧붙여야 한다. “율법 준수의 타당성, “율법주의로 이해된 율법”, 의식적(儀式的) 국면의 율법” 등 이렇게 하여 많은 학자들이 로마서 10:4“그리스도는 구원의 길로서의 율법의 마침[끝마침]이다.”라는 식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구원이 구약시대나 신약시대나 항상 은혜로 말미암아 이뤄진다는 로마서의 주제(특히 롬 3:21~4:13)와 모순된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어떤 것을 그리스도가 폐지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348.1)
 사실, 문맥(롬 9:30~10:21)에 비추어 볼 때 이 구절의 주된 목적은 그리스도를 율법과 배치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구절을 “그리스도가 율법을 폐지했다.”는 식으로 번역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와 달리,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계획의 성취로 제시되는데, 이는 그분이 유대인이나 이방인을 막론하고 믿는 모든 자에게 의를 제공하는 일에 율법의 절정이 되신다는 의미이다.1 (348.2)
 로마서 10:4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 9~11장에 펼쳐진 신학적 논증에 부합한다 이 해석은

   (1) 구약이 이미 의를 위한 메시아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폐하여진 것 같지 않도다.”(9:6)라는 말씀을 확증한다

   (2) 그리스도 안에서 의가 믿는 모든 자에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중 아무도 하나님께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뜻을 함축한다.

   (3)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신자들이 종말론적인 하나님 백성으로서 연합된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새로운 백성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하나됨에 호소한다. (348.3)
 그러므로 텔로스를 일반적인 의미인 “목적”, “의도”, “목표”로 이해하고, 율법이 그리스도를 구약의 계시 전체(의식법이나 도덕법)의 절정으로 가리킨다는 의미로 로마서 10:4을 읽는 것이 성경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그리스도는 구약의 비유와 상징의 성취이며 토라의 완성이요 믿는 모든 자에게 의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분이었다. (3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