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명(神名)의 신학적 의미
 창세기의 주인공은 하나님이다.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시작해서 ‘하나님이 반드시 당신들을 돌보시리니 당신들은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 하라’고 말하며 죽는 요셉의 말로 끝을 맺는다(창 1:1; 50:26). (47.1)
 성경은 하나님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전혀 의문을 표시하지 않는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존재하시는 분인 것은 당연하다. 창세기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어떤 행동을 하시는가 이다. 창세기는 ‘하나님은 ∙∙∙ 이다’라고 정의하는 대신에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창세기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다양한 이름들을 통해서 하나님을 제시한다. (47.2)
 성경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부여하신 창조적 능력을 최초로 발휘한 것은 생물의 이름을 짓고, 자기 배우자를 구별하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야훼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창 2:19).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하니라’(창 2:23). 이름을 짓는 것은 인간 고유의 지성적 행위이다. (47.3)
 이름을 뜻하는 히브리어 ‘쉠’(שִׁם, šëm)은 ‘표시하다, 혹은 낙인을 찍다’는 뜻의 아람어에서 유래하여 ‘표시’, 혹은 ‘구별시키는 표’를 의미한다.1 이름을 뜻하는 헬라어 ‘오노마’(o;noma, onoma)는 ‘알다’를 뜻하는 동사에서 파생했다.2원어적 의미에서 볼 때 이름은 어떤 인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알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신체와 영혼과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개인의 이름은 한 인물을 구별 지어 알리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3 하나님은 그 분의 이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간에게 알리신다. 이름은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요한은 예수님의 행적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말할 때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1)고 했다. 그는 예수님의 이름과 예수님을 동일 시 하였다. (48.1)
 성경은 300여개의 신명(神名)을 통해서 하나님의 본성과 품성과 능력과 우리와의 관계를 폭넓게 드러낸다.4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하나님에 관한 근본적인 사실이 신명들 속에 표현되어 있다. (48.2)
 히브리 신명들 중 기본적인 신명은 ‘엘로힘’, ‘야훼’, ‘아도나이’이며 ‘엘’‘야훼’와 결합된 다양한 복합형 신명들이 성경에 존재한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순서들을 따라 신명들을 정리해 보면 ‘엘로힘’, ‘야훼’, ‘엘 엘룐’, ‘아도나이’, ‘엘로이’, ‘엘 샷다이’‘엘 올람,’ ‘야훼 이레’등이 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순서를 따라 ‘엘로힘’부터 살펴보자. (48.3)
 2. 엘로힘
 1) ‘엘로힘’은 성경에서 맨 처음 만나는 하나님이다
 ‘태초에 엘로힘(אֱלהֹים, ´élöhîm)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엘로힘’은 하나님을 의미하며, 이것은 구약 성경 속에 2, 602회, 창세기에 219회가 사용되었다. 이것은 ‘엘로아’(אֱלוֹהַּ, ´élôªh)의 복수형이지만5 다신교적인 ‘신들’을 의미하지 않고 한 분 하나님을 가리킨다. ‘엘로힘’은 단수 동사를 동반한다. ‘엘로힘’의 복수형은 위엄, 강렬함, 탁월성, 절대화, 배타성(exclusivity, ‘신들 중의 신’)을 나타내는 복수로 해석되고 있다. 삼위일체 사상이 이 신명 속에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6 (49.1)
 2) ‘엘로힘’은 창조주이시다
 창세기 1장은 창조주를 가리킬 때 오직 ‘엘로힘’만 사용하였다.(32회) ‘엘로힘’은 피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탁월성과 능력, 강렬하고 광대하고 풍성한 분으로서의 창조주 하나님을 나타낸다.7 ‘엘로힘’은 인간(민 23:19)이나 다른 피조물들과는 대조해서 신이란 개념 속에 포함시킬 수 있는 모든 관념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피조물과의 우주적이고 전 세계적인 관계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용어이다.이사야는 “하늘을 창조하신 이 그는 하나님(‘엘로힘’)이시니”(사 45:18)라고 했고 요나는 ‘바다와 육지를 지으신 하늘의 하나님( אֱלֹהֵי הַשָּׁמַיִם, ´élöhê haššämayim, 욘 1:9)이라고 했다. (49.2)
 3) ‘엘로힘’은 초월적 권위와 능력을 가지셨다
 ‘엘로힘’은 천지를 창조하셨다(창 1:1). 하늘과 땅은 산소, 질소, 탄소와 같은 기체와 물과 같은 액체, 흙과 바위와 같은 광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공간적 요소이다. 이것들은 동식물과 인간의 거주 환경으로 의도되어 창조된 것이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에 존재하는 생물과 무생물, 모든 것을 만드셨다. 창조 기사는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신 다음에 연속적으로 환경적 요소가 되는 공간 속에 생물들을 채우시는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땅을 위해서는 동식물과 인간을, 바다를 위해서는 물고기와 수중 생물들을, 하늘을 위해서는 두 큰 광명과 새들을 채우셨다. 이상의 질서 있는 활동들을 통해서 ‘엘로힘’은 매우 과학적이고, 지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임을 알게 된다. 자연과학은 ‘엘로힘’이 마련해 놓으신 것을 원재료로 삼아 연구하는 학문이며, 올바로만 수행된다면 자연과학을 통해서 권능의 하나님, 질서의 하나님, 합리적인 하나님, 지성적인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다. (50.1)
 4) ‘엘로힘’은 우주 만물에 대해 절대주권을 갖고 계신 분이다
 만물은 ‘하나님이 가라사대 ∙∙∙ 있으라’, ‘이루라’, ‘ ∙∙∙ 으로 번성케 하라’, ‘ ∙∙∙ 가 날으라’‘엘로힘’의 말씀으로 존재케 되었다. 열 개의 ‘와요메르 엘로힘’(וַיֹּאמֶר אֱלהִֹים, wayyö´mer ´élöhîm) ‘하나님이 가라사대’라고 하신 말씀이 지정한 곳에 지정된 피조물이 존재했다(창 1:3, 6, 9, 11, 14, 20, 24, 26, 28, 29). 말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피조물이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는 자연법칙을 탄생시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자연법칙이든 한결같이 ‘엘로힘’께 빚지고 있다. (50.2)
 5) 하나님은 시간을 창조하셨다
 ‘태초에’라는 성경 최초의 세 글자는 시간적 요소를 가리킨다. 흑암과 혼돈과 공허 뿐이던 혼돈의 세계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평가 받는 질서의 세계가 된 것은 하나님께서 개입하신 특정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51.1)
 하나님께서 개입하시는 그 순간부터 지구는 아름답고 생명의 활기가 가득 차 넘쳐 흐르는 세계가 되었다. 하나님이 개입하시기 전의 정지된 시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거룩한 시간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표시하기 위하여 하나님은 빛을 만드셔서 창조주일의 하루하루를 구별하셨다. 창조가 마쳤을 때 그 시간이 거룩한 영원 세계, 무궁무진한 구원의 시간 속에 연결되었음을 기념하고 선포하기 위하여 하나님은 안식일을 제정하셨다. (51.2)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날에 안식 하셨음 이더라’(창 2:3). (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