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와 교의신학(敎義神學)
(11.1)
 재림교회는 태생적으로 교리(敎理) 또는 교의(敎義)를 선호하지 않는 기질을 타고났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재림교회가 태동하던 시기인 19세기 중반의 미국 사회에 무분별하게 나타난 많은 그리스도교 교파들이 저마다 새로운 “교리”를 주장하면서 자기네 교리만이 정통이요 성경적으로 옳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재림교인들이 또 다른 성경 진리를 새로운 “교리”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것은 재림교회도 이미 나타나 있는 많은 군소 교파들 중의 하나라는 인식을줄 것이 뻔했다. (11.2)
 둘째는 재림교회가 처음부터 또 하나의 분파나 교단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속한 교파에 상관없이 임박한 재림을 전하고 참된 안식일을 회복하자는 운동(movement)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서 태어난 신앙공동체는 하나의 교단(denomination)으로 설립된 후에도 그와 같은 체질을 한동안 유지하였다. (11.3)
 재림 교인들은 1860년에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Seventh-day Adventist)”라는 교단 명칭을 정하고 1863년에 정식으로 교단을 조직하였으나, 교의학(敎義學, dogmatics) 또는 조직신학(組織神學, systematic theology)을 수립하는 일에는 아직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이 서문의 필자들은 “교의신학”, “교의학”, “교리학”, “조직신학” 등을 모두 동의어(同義語)로 사용하였다.] (11.4)
 그리하여 재림교회는 체제를 갖춘 그리스도교 교단으로 출범하고, 여러 해 동안 해마다 야영회(野營會)를 개최하여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신앙을 고취하면서도 성경의 가르침을 교리로 채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게 여겼다. (11.5)
 〈Bible Readings for the Home Circle〉(l888) (11.6)
 재림교회 대총회가 연감(年鑑)—〈The Seventh—day Adventist Yearbook(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연감)〉—을 발행하기 시작한 것은 교단을 조직하고 나서 20년이 지난 1883년이다. 그런데 여기에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교단의 신조 같은 것은 하나도 없이 순전히 각 부서의 조직과 직원들의 명단 그리고 각종 통계들만 수록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서, 교리적인 색채가 있는 것은 전혀 게재되지 않았다. (11.7)
 그런 반면에 재림교회는 신도들의 심도 있는 성경 연구와 새 신자들을 얻기 위한 선교의 방편으로 한 권의 획기적인 책을 펴냈는데, 그것은 1888년에 발행된 〈Bible Readings for the Home Circle〉이라는 성경 연구 교재이다. 이 책은 성경의 내용을 문답식(問答式)으로 편찬한 것으로서,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서 묻고 그에 대한 대답을 성경에서 찾아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많은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11.8)
 교의학 즉 조직신학에 대해서는 늘 거부반응을 일으켜 온 재림교회가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Bible Readings for the Home Circle〉이었다. 이 책은 교단을 안정시키고 성도들을 견고하게 붙드는 일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책은 연년세세(年年歲歲) 보완되고 확충되어 1914년에 나온 판에는 18개 부(部)의 201개 장(章)에 약 4,000개의 질문과 그에 대하여 성경이 주는 답이 제시되어 있다. 그 18개 부는 다음과 같다.

   (1) 성경: 어떻게 읽고 이해할까?

   (2) 죄: 그 기원과 결과와 구제책,

   (3)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

   (4) 그리스도의 생애와 비유와 이적,

   (5) 성령,

   (6) 확실한예언의 말씀,

   (7) 다가오는사건들과 시대의 징조,

   (8) 하나님의 율법,

   (9) 안식일,

   (10) 그리스도인의 자유,

   (11) 그리스도 안에만 있는 생명,

   (12) 그리스도인의 성장과 경험,

   (13) 기도와 공중예배,

   (14) 그리스도인 봉사,

   (15) 교훈과 경고,

   (16) 가정,

   (17) 건강과 절제,

   (18) 회복된 왕국. (12.1)
 이 책은 일찍이 1965년에 우리말로 편역되어 〈최대의 책에서 얻는 문답〉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2013년에는 〈최고의 책, 최상의 답〉으로 제목과 내용이 개정되어 더욱 세련된 체제로 간행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교리문답이 재림교회가 일차적으로 선호하던 교리책이었다. (12.2)
 그런데 이〈Bible Readings for the Home Circle〉이 발행된 1888년은 그 유명한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 대총회가 열린 해였고, 총회에서 제기된 몇 가지 새로운 신학적 문제와 교리적 이견들 때문에 교단은 큰 시련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교회 지도자들은 교리 또는신조를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12.3)
 “Fundamental Principles of Seventh-day Adventists”(1889) (12.4)
 미니애폴리스 대총회를 계기로 드러난 교리적 난맥상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대총회는 그 총회가 열리고난 바로 다음해인 1889년에 발행한 〈The Seventh-day Adventist Year(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연감)〉(147-151쪽)에 “Fundamental Principles of Seventh-day Adventist”라는 제목의 교리 목록을 발표하였다. 28개의 항목으로 된 이 교리 목록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것은 재림교회가 그들이 믿는 교리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체계화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 목록의 제목을 “Fundamental Principles of Seventh-day Adventists”, 즉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의 기본원칙”이라고 한 것도 재림교회가 아직은 “교리” 또는 “신조”라는 단어를 쓰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거나그렇게 하기를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12.5)
 그러나 이 교리 목록도 그 이듬해인 1890년으로부터 1906년까지의 연감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재림교회 내에 그들이 믿는 바를 교리화하는 것을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1907년 연감(175-179쪽)에 그 28개 “기본원칙”이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수록되었고, 그 후로는 한동안 연감에 나타나지 않다가 1913년 연감(281-285쪽)과 1914년 연감(295-297쪽)에는 다시 수록되었으나 1915년으로부터 1930년까지의 연감에서는 그것을 찾아 볼수 없었다. (12.6)
 “Fundamental Beliefs of Seventh-day Adventists”(1931) (13.1)
 그러다가 1931년에 이르러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 전까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의 기본원칙(Fundamental Principles of Seventh-day Adventist)”이라고 불리던 것이 “제칠일안식일 예수재림교의 기본신조(Fundamental Beliefs of Seventh-day Adventists)”로 바뀌었고, 항목은 종전의 28개에서 22개로 간추려져서〈재림교회 연감〉에 게재되었다. 새로운 교리 목록이 발표된 첫해인 1931년과그 다음해인 1932년에는 이것이 연감의 뒷부분에 수록되었으나 1933년부터는 연감의 서두를 차지하기 시작하여 1947년까지 그렇게 하다가 1948-1950년의 연감에서는 또 후미에 수록되었고, 1951-1980년의 연감에서는 다시 서두에 수록되었다. (13.2)
 1980년까지 재림교회의 기본신조는 22개 항목이었다. 그러다가 1981년부터신조들이 더 확충되어 27개가 되었고, 2006년에는 제11번 신조로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남(Growing in Christ)”이라는 항목을 추가함으로 28개 신조로 늘어나서 2019년까지 이르렀다. (13.3)
 〈Seventh-day Adventists Believe∙∙∙〉(1988) (13.4)
 (Bible Readings for the Home Circle〉이란 교리문답식 성경연구 교재가 출판되고, 그 역사적 미니애폴리스 대총회가 개최된 1888년으로부터 꼭 100년이 경과한 1988년은 재림교회가 기초적인 조직신학을 간행한 뜻깊은 해이다. 그 기초적인 조직신학 책은 〈Seventh-day Adventists Believe∙∙∙:A Biblical Exposition of 27 Fundamental Doctrines)이다. 이 책이 재림교회 역사에 보여 주는 의미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 표면적으로 놀랍게 여겨지는 것 한 가지는 이 책명에 “교리(doctrines)”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사용한 점이다. 이것은 재림교회의 탄생 배경에 비추어볼 때 매우 파격적인 행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교리 해설책이요 교의학적인 성격의 저술이다. 그 후에 1개 항목을 추가하여 28개 기본교리를 딤은 책이〈Seventh-day Adventists Believe∙∙∙:An Exposition of the Fundamental Beliefs of the Seventh-day Adventist church〉라는 제목으로 2005년에 간행되었다. (13.5)
 이 훌륭한 교리 해설책의 집필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신학자 피터 G. 담스틱트(Peter G. Damsteegt)인데, 그는 암스테르담 자유개혁대학교(Free Reformed University of Amsterdam)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재림교회 신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앤드루스대학교(Andrews University) 신학대학원에서 교수로 봉직하였다. 392쪽(두 번째 나온 증보판은 446쪽) 분량으로 된 이 책이 여러 면으로 획기적인 저술이기는 하지만 재림교회의 본격적이고 온전한 조직신학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냄으로써 재림교회는 대내적으로 그들이 믿는 바에 대한 성경적 기초를 확고하게 하였고, 대외적으로는 다른 종교와 그리스도교 내의 다른 교단들을 향하여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신학적 사명을 확실하게 표명한 셈이다. (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