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속죄적 죽음이 자주 구약의 제사제도로부터 기인된 용어들을 통해 묘사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구약에서는 속죄가 일반적으로 제사에 의해 이루어진다(
출 29:36; 레 4:20; 민 15:25). 그런 면에서 희생적 의미를 가장 완전하게 구체화한 제사는 그 속에 대속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매일 드리는 제사 곧 번제(播祭)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제사는 어떤 특정한 범죄 행위와 관계된 제사가 아니라 죄된 백성이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드려진 제사였다. 속죄제와 속건제는 하나님의 율법을 범한 죄, 곧 하나님을 적대시한 죄를 속하기 위해 드려진 제사들이었다(참조 성소I. C. 3). 이 같은 범죄는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하였다. 하지만 성경은 속죄의 피에 관해서 기록하면서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단에 뿌려 저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하게 하였으니”(
레 17:11)라고 말하고 있다. 그 제사들은 죄인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방편들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고안하신 그 제사들은 언약의 범주 안에서, 그리고 그 언약의 은혜가 미치는 범위 안에서만 시행되었었다. 또한 희생제물 자체 안에 속죄를 가능케 하는 어떤 가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속죄가 이루어진 것은 제사가 하나님께서 속죄를 위해 드리도록 지정하신 방법대로 드려졌기 때문이었다. 제물은 흠이 없는 것이어야 하였는데(
레 1:3; 신 15:21), 이는 그것들이 완전해야 할 필요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속죄를 단 한 번의 행위가 아닌 반복되는 행위로 본다면, 제물의 죽음은 그 당시에는 분명히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레 1:5; 3:2; 4:4). 이러한 중요성은 제사 의식 자체의 일반적 특성에도 나타나 있다. 매일 드리는 제사는 죽음이 죄에 대한 형벌로 인식된 구약적 배경에서 시행된 것이다(
창 2:16, 17; 겔 18:4, 20). 하지만 구약의 하나님께서는 이 제도를 통해 죄를 뉘우치는 자신의 백성에게 희생제물의 죽음이 죄인의 죽음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은혜로운 말씀을 선포하셨다. 이 둘의 관계가 너무나도 명확하므로 신약에서 히브리서의 기자는 그것을
“피 흘림이 없은 즉 사함이 없느니라”(
히 9:22)는 선언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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