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을 내밀라 제 3 장 신적 권위를 직접 드러내신 기적들 기적 11 ►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본문 : 요 9:1-41
 매일 길가에 앉아 구걸하여 생계를 유지하던 선천적(先天的) 시각 장애자 한 사람이 있었다. 앞 못보는 소경이라고 냉대와 멸시를 받으며 수년 동안 길가에 앉아 구걸하는 거지로 살아왔다. 그에게는 미래가 없었고 단지 누군가가 던져주고 가는 동전 한닢, 그 선행에만 관심이 있었다. 어느 안식일, 그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구걸하고 있었다. (195.1)
 “한푼 주십시오, 한푼 주십시오.” (195.2)
 아무리 불행해도 이 사람만큼 불행할 수 없고, 아무리 자기를 쓸모 없다고 생각해도 이 사람만큼 철저하게 무용지물(無用之物)일 수 없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화려함이라든가 아름다움이라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때때로 혀를 차곤 했다. (195.3)
 “에미 애비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맹인이 태어났을까?” (196.1)
 “글쎄말이다. 눈먼 봉사만 보면 재수가 없단 말이야” (196.2)
 유대인들은 악의 영향과 지배는 분만의 순간부터가 아니라 태내(胎內)에서 태아가 형성될 때부터라고 보았기 때문에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죄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만일 장애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참조: 출 20:5, 34:7;민 14:18). 그리고 하나님께 저주받은 자로 여겼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그러나 길을 가시던 예수님은 구걸하고 있는 가련한 소경을 목격하시자마자 마음이 동정심으로 측은해지셨고 그를 고쳐 줘야겠다고 생각하셨다. 선천적인 장애자들은 부모의 죄 때문이라는 그 당시의 보편적인 사상을 평소에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던 제자들은 마침 구걸하는 선천적 맹인을 보자 예수님께 여쭈었다. (196.3)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 (196.4)
 제자들이 질문한 것은 시각 장애자를 동정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신학적(神學的)논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차라리 “주님 이 불쌍한 소경의 눈을 좀 뜨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소경은 안 그래도 괴로워 죽겠는데 남들이 자기 불행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추상적인 논쟁이나 벌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겠는가? (196.5)
 “그래, 당신들은 조상이 깨끗해서 눈 뜨고 나왔소? 당신들이 나보다 의로운 게 도대체 뭐요?” 그렇게 한마디 할 법도 한데 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6.6)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의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대답을 하셨다. (196.7)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 (196.8)
 소경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는 예수님의 아리송한 말에 제자들은 더욱 의아하게 생각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빛이심을 말씀하셨다. (196.9)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로라” (197.1)
 그리고는 “퉤” 하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기셨다. 그것으로 소경의 눈에 발라 주시고 말씀하셨다 (197.2)
 “실로암못에 가서 씻어라” (197.3)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197.4)
 “능력 많으신 주님께서 명령하신 것이니 틀림없이 내 눈이 나아 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소경은 눈에 진흙이 발린 채 실로암 못으로 갔다. 그곳에서 예수님의 말씀대로 눈을 씻었다. 그런데 아, 이게 웬일인가! 눈이 보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난생 처음으로 사물을 밝게 보았다. 얼마나 기쁘고 감격했겠는가! 그는 자기의 눈을 뜨게 해 준 주님께 사례(謝禮)하기 위해 자기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주님은 벌써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길에 앉아 구걸하던 자기를 잘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서로 논쟁을 벌였다. (197.5)
 “이 사람은 바로 수년간 길에 앉아 구걸하던 소경이 아닌가!” (197.6)
 “아니야, 비슷한 사람이야”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