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의 재위 2년 어느 날 밤에 대왕은 그의 이러한 웅장하고 화려한 꿈을 산산조각낸 다른 꿈을 꾸었다. 무섭고 괴로운 악몽(惡夢)이요 의기를 소침시키는 흉몽(凶夢)이었다. 그런데 그를 더욱 불안하고 답답하여 못 견디게 만든 것은 그 것이 악몽이라는 뚜렷한 인상 밖에는 그 꿈의 내용을 도무지 기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왕은
“마음이 번민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채(
2:1)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즉시 왕의 보좌관들이 불려오고 바로 이러한 일을 위해 있는 전문가들, 박수와 점성가들과 점장이와 갈대와 술사들이 잇달아 들어왔으며 종교의 지도자들, 바벨론 대학의 교수들이 속속 초치되었으나 이 악몽의 진상은 고사하고 윤곽도 밝힐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듯
“세상에는 왕의 그 일을 보일 자가 하나도 없으므로 크고 권세 있는 왕이 이런 것으로 박수(magician)에게나 술객(astrologer)에게나 갈대아 술사(Chaldean)에게 물은 자가 절대로 있지 아니하였나이다. 왕의 물으신 것은 희한한 일(a rare thing)이라 육체와 함께 거하지 아니하는 신들 외에는 왕 앞에 그것을 보일 자가 없나이다 ”(
2:10, 11)라고 변명함으로써 가뜩이나 번민하던 왕은
“이로 인해 진노하고 통분하여 바벨론 모든 박사(the wise men)를 다 멸하라”(
2:12)는 명령을 내리기에 이른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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