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확대경 - 요한복음 제V부 예수께서 자신의 생명을 주심 (18-20) 제 14 장 예수의 체포, 심문, 그리고 죽음 (18, 19)
 구약에 의하면, 대제사장은 종신직이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적어도 보수적인 유대인들은 여전히 안나스를 진정한 대제사장으로 여기면서 그가 살아있는 동안 그 칭호로 그를 불렀다(Brown, 2:820). 이는 백성들이 유대 종교의 대제사장들을 즉위시키고 퇴위시킬 권한을 가진 로마의 권위를 은근히 부정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좋든 싫든 간에 가야바는 로마에 의해 대표성을 부여받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안나스는 전적으로 영적인 권위로만 조언하고 설득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314.3)
 이 복음서의 이 부분은 “이중의 무대”(“a double stage”) 위에 일어난 것이다. 예수께서 안나스의 심문을 받으시는 동안, 베드로는 집 뜰에서 대제사장의 종의 심문을 받았다(15-18, 25-27절). 베드로와 요한인 듯 싶은 “또 다른 제자”는 예수와 그를 체포하는 자들을 좇아 대제사장의 저택에 이르렀다(15절). 또다른 제자는 대제사장과 친분이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그로 인해 베드로와 자신이 적어도 집 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15-16절). 아마도 문 지키는 여종은 요한이 예수의 제자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들어온 특권을 누렸기 때문에 그를 다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17, 25-27절). (315.1)
 집 뜰에서의 베드로의 이야기에 관한 많은 내용들이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것이다. 이 중에 대제사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예수와 함께 들어간 “또다른 제자”가 있다는 것(15, 16절), 베드로를 처음 다그친 여종이 그를 안으로 들어오게 한 문을 지키는 자였고(17절; 비교 마 26:69; 막 14:66, 67; 눅 22:56), 그리고 불을 피운 이유(몸을 따뜻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요 18:18, 25)가 나타난다. 또한 요한복음에서 베드로는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의 단정적인 말보다는 계속되는 질문을 받고 있다(17, 25, 26절). 이런 내용을 통해 2명 이상의 제자들이 심문 받으시는 예수 가까이에 머무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날씨가 추워서 그 다음날 예수에게 고난을 더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315.2)
 이 장면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25-27절에서 베드로가 발각되는 모습이다. 공관복음서에서 그는 그의 말씨로 발각된다: “너의[갈릴리 사람의] 억양이 너를 나타낸다”(마 26:73; 참고 막 14:70; 눅 22:59). 그러나 요한복음에서는 귀가 잘린 사람의 친척에 의해 발각된다(26절). 이것 또한 요한은 다그침을 받지 않고, 베드로만 받은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체포되실 때 담대히 앞에 나섰다. 이제 그 담대함이 그로 더 담대하게 되도록 도전을 하였으나, 그는 그 시험에 실패하고 말았다. 가련하고 충동적인 베드로! 한 순간 그토록 담대하던 그가, 다음 순간 그토록 비겁하게 되다니! (315.3)
 예수께서 안나스로부터 가야바에게 이송되실 때 베드로가 있던 장소가 바뀌지 않은 것을 보면(24-27절), 우리는 두 대제사장이 같은 뜰을 마주하고 있는 동일한 궁궐의 서로 다른 쪽에 살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가야바 앞에서의 심문은 제4 복음에 기술되어 있지 않다. (316.1)
 예수와 안나스의 면담에 관한 기록은 대제사장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는 예수께 “그의 제자들과 그의 교훈”에 관해 물었다(19절). 예수께서는 마태복음(26:55), 마가복음(14:49), 그리고 누가복음(22:53)에 사용된 것과 비슷하게 안나스에게 대답하셨으나, 요한복음의 문맥에서 그의 답변의 의도는 전적으로 달랐다. 공관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그의 체포가 은밀히 이루어진 것을 따지셨다. 요한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안나스의 질문이 은밀한 가르침으로 비밀 단체를 설립했느냐고 묻는 것으로 느끼셨다. 그래서 그는 전혀 비밀 계획이 없다고 확언했다. 그는 회당이나 성전에서 가르쳤던 것 이상으로 개인적으로 다른 것을 가르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20절; Jameison, Fausset, and Brown, 1068). (316.2)
 이와 같이 간단한 대화의 표면 아래에는 더 많은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클레이는 예수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안나스의 시도(19절)는 유대법 절차를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Barclay, 2:227). 예수께서는 이에 대해 적절하게 소환된 증인을 가지고 심의를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20, 21절). 안나스와 그의 하속들은 그와 같은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22, 23절)! 종교 지도자들이 공정한 심문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316.3)
 이 복음서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예수께서는 자기 주장을 상당히 강하게 하셨다(21-23절). 분명히 그는 마태복음에서 다른 뺨을 돌려대라는 자신의 말씀의 극단적인 해석을 따르지 않으셨다(23절; 비교 마 5:39). 그는 권위를 남용하는 반대자에게 대항하셨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짓밟히기만 하는 사람(doormat)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그리스도인이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한계를 정해 놓는 것은 적절한 것이며, 심지어 장려할 만한 것이다(Cannon, 179-199). 다른 사람이 우리를 짓밟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대개의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종 겸손한 것과 모욕을 당하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한계선이 있다. (317.1)
 ■ 말씀에 들어감
 요한복음 18:28-19:16a를 적어도 두 번 읽은 후에 다음의 질문들에 대답하라: (317.2)
 1. 마태복음(27:11-31), 마가복음(15:1-20), 그리고 누가복음(23:1-25)에 나오는 평행 구절들을 읽으라.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내용을 모두 열거해 보라. 또한 요한복음에서 생략된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보라. 이 사건들에 대한 요한 특유의 접근 방식은 무엇인지 짧게 논술해 보라. 18:28-19:16a에서 이 복음서 앞부분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상기시켜 주는 독특한 신학적 주제들은 없는가? (317.3)
 2. 빌라도가 자기가 당면한 쟁점들을 자기 방식으로 처리할 때, 그의 동기와 감정은 어떠했을지에 대해 한두 단락으로 써 보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써 보라. 예수께 한 그들의 반응들이 어떤 면에서 유사한가? 어떤 면에서 다른가? (317.4)
 3. 빌라도가 이 문단에서 예수께 말한 여러 기회들을 주의해 보라. 예수께서 어떤 경우에는 대답하시고, 다른 경우에는 침묵하신 이유를 설명해 보라. (318.1)
 ■ 말씀을 탐구함
 문단의 구조와 배경
 빌라도 앞에 있던 예수의 이야기는 매우 자연스럽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부분(18:28-40)에서는 빌라도가 정치적으로 기반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예수를 풀어줄 방도를 찾고 있으므로 쟁점은 다소 불확실하다. 둘째 부분(19:1-16a)에서 예수를 풀어주려는 빌라도의 시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고, 예수께서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였음이 점차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318.2)
 빌라도의 역할은 요한복음에서 마태복음, 마가복음, 혹은 누가복음에서보다 훨씬 더 중심적이며 구체적이다. 요한복음에서 빌라도는 니고데모, 도마, 그 외의 다른 사람들(12:42, 43)처럼, 예수와 그의 기별에 매력을 느꼈지만, 기껏해야 부분적이고 구원하지 못하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대표자로 나타난다. 니고데모가 빛으로 나아온 반면에 빌라도는 한 걸음 물러나더니, 결국엔 예수를 파멸시키기를 원하는 자들과 동행한다. (318.3)
 심문을 하는 동안 빌라도는 종교 지도자들과의 관계에서 상당히 연약한 위치에 있었다. 유대인의 종교적 정서를 다루는 일에 일련의 실수를 함으로써 그는 종교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거듭 격노케 했을 뿐만 아니라, 황제의 마음 속에 빌라도의 통치자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Barclay, 2:238-240). 심각한 사건을 한 번만 더 저지르면 그는 직책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그의 연약한 위치 때문에 그는 협박을 받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318.4)
 문단의 세부 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