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짧은 인생의 태반을 전쟁의 북새통에서 살아온 느낌이다. 어렸을 때 겪은 대동아 전쟁, 삼팔선을 넘은 월남 피난, 또다시 치른 동족 상잔의 6 • 25사변, 빨치산에게 쫓긴 마석 피난, 잇달아 몰아친 엄동 설한의 1 • 4 후퇴 등 전란(戰亂)을 치를 때마다 살아보려고 피난처를 찾아 헤매던 안타까운 회상이
“견고한 피난처”로 알려진
시편 46편에 대한 감격을 새삼스럽게 한다. 전란 때만 필요한 피난처가 아니다. 불안하고 고달픈 세상을 힘겹게 사는 동안 피곤해진 몸을 푸근히 쉴 수 있고, 연약해진 마음을 기대어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러한 아늑한 피난처에 자신을 숨기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모든 것이 불안하고, 아무것에도 의욕이 없는 지친 마음들이 찾는 곳은 모두 삶의 피난처인 것이다. 방금 펼쳐지는 시편에서 우리는 바로 그런 피난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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