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아담과 그의 아내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혀주셨다(창 3:21). 저들의 벌거벗은 수치를 가려주기 위해서 무죄한 동물이 희생되었던 것처럼 메시아께서 죄인을 의롭게 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죽으실 것이었다. 에덴을 상실한 후에 하나님의 백성이 드렸던 모든 동물 제사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을 상징한다(요 1:29). (254.4)
 4. 노아언약
 하나님은 대홍수 후에 노아와 더불어 언약을 체결하셨는데, 이것을 노아언약이라고 한다(창 9:1-17). 언약을 뜻하는 히브리어 ‘브리트’(בְּרִית, Bürît)가 창세기 6:18에 등장한 이래 창세기 9:9-17에 일곱 번 등장한다(창 9:9, 11, 12, 13, 15, 16, 17). 노아언약은 창세기 6장에서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주신 약속을 이루신 것이다. (255.1)
 노아언약은 물로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며, 그 언약의 표시로 하나님께서 무지개를 세우셨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동물을 식품으로 주셨지만 피 채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살인을 금지하셨다. 하나님은 이 언약을 통해서 대홍수 후에 모든 인간과 생물이 이 땅 위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셨다. (255.2)
 1) 창조언약의 갱신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말씀하셨지만(창 9:1, 8) 노아언약의 대상자는 온 인류와 모든 생물이다. ‘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너희와 함께 한 모든 생물 곧 너희와 함께 한 새와 가축과 땅의 모든 생물에게 세우리니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 곧 땅의 모든 짐승에게니라’(창 9:10). 노아언약은 창조언약의 갱신이다. (255.3)
 창세기 8:22- 9:7창세기 9:8-17의 언약적 약속에 대한 서문으로 볼 때, 후자는 창조 이야기와 분명한 언어적 관련이 있다. 특히 창세기 1장과 그러하다.’(비교, 9:11:28; 9:2-31:29; 9:101:20-25)16. 아담에게 주셨던 생육과 번성, 피조 세계의 통치, 땅, 하나님과의 관계가 반복되었다. 첫 창조 때에 하나님께 모든 생물을 축복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인류와 모든 생물과 그들의 거처인 땅을 축복하셨다(창 9:1, 7, 9-11, 17). 식용 동물의 피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인간의 피를 흘린 것에 대해 사형을 명한 하나님의 명령은(창 9:4-6) 대홍수 후의 세상에 평화를 확보해주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주님의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원래적 의도는 평화이다. 언약의 표시로 구름 사이에 두신 무지개(קֶשֶׁת, qešet, 활, 무지개, bow, rainbow, 창 9:13, 14, 16)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피조물들과 평화를 누리시기 위하여 주님의 무기(전투를) (위한) (활, ‘bow for battle’)17을 내버리셨다는 것을 드러낸다. 하나님의 언약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정과 우정’을 회복시키고 유지시킨다.18 ‘이 우정은 용서의 성질을 갖고 있으며 ∙∙∙ (렘 31:31-34; 롬 11:27) 언약인자또는 불변의 사랑은 밀접한 관계이다.’19 (255.4)
 하나님은 언약을 ‘나의 언약’(בֶּרִיתִי, Bürîtî, 창 6:18; 9:9, 11, 15, 17)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언약관계에서 하나님의 주도권을 강조한다. 창조와 재창조를 통해서 언약을 발의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창조가 붕괴될 때 노아를 구원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창조-반창조-재창조’ 속에서 하나님의 언약의 연속성은 피조물에 대한 주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증거한다. 인류에 대한 변함없는 주님의 사랑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구속사, 곧 구원의 역사(salvation history)라고 칭해질 수 있다. (256.1)
 2) 기억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가축을 기억하사.’(창 8:1) 홍수 기사 속에서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은 히브리어 용어인 ‘자카르’(זָכַר, zäkar, ‘기억하셨다’) 동사 속에 나타나 있다(창 8:1; 9:16). 하나님은 언약의 동반자인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던 모든 존재들을 대격변적 홍수의 위기 속에서 기억하셨다. 홍수 후에 하나님은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리라’고 약속하셨다(창 9:16).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잊어버리시는 것이다. 이사야 54:7-10은 하나님께서 노아의 언약을 기억하시기 때문에 이 세상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화평의 언약을 기억하시기 때문에 이스라엘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20 ‘하나님이 기억하셨다’는 말 속에 언약의 본질이 들어있다. 언약은 ‘하나님의 자기의무’(God’s self-obligation )이다.21 하나님께서 구속사업의 짐을 스스로 짊어지시고 구원의 방도들을 마련하셨다. 성소, 십계명, 성령, 거듭남, 영적 은사 등 구원과 관련된 신성한 선물들을 제공한 것은 위대한 종교 사상가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22 각 사람은 값없이 주시는 은혜의 선물을 붙잡아야 한다. (257.1)
 여자의 후손은 노아의 아들들 중에 셈의 후손으로 이 땅에 오실 것이었다. 하나님은 ‘셈의 하나님 야훼’로 칭해졌다(창 9:26). 셈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은 언약의 수혜자가 되었다. 셈의 자손들이 참 하나님의 경배자가 되어 구원의 샘이 될 것이다.23 (257.2)
 5. 아브라함언약
 아브라함은 노아의 후손이며, 셈의 후손에 속한다(창 10:21-31; 11:10-32). 아브라함 언약은 창세기 12:1-3; 15:1-5; 17:1-14에 기록되어 있다. 창세기 12:1-3은 아브라함의 소명을 기록하며, 이 속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약속들이 있다. 우선적으로 이 부르심은 온 민족이 하나님 앞에서 뿔뿔이 흩어져 버린 바벨탑 사건 후에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한 선교적 부르심이며, 언약은 모든 민족을 하나님의 복음 속으로 초청하는 것이다. (258.1)
 창세기 12:1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세 가지 것으로부터 떠나라고 하셨다. 출신지방과 혈족 공통체가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던 고대 시대에 ‘너의 땅’ ‘너의 친척’ ‘너의 아버지의 집’에서 떠나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과 안전의 근거를 상실하는 것이었다.24 히브리어 성경에 유일하게 사용된 명령형 ‘레크-르카’(לֶךְ־לְךָ, lek-lükä) 문자적으로 ‘너를 향해 가라’는 이 땅에서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땅을 향해서 떠나는 여행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향해서 떠나는 여행임을 보여준다. 자신을 휘감고 있던 과거 인연과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서25 아브라함은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기의 하나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58.2)
 아브라함의 소명은 신 중심적이다. 창세기 12:1-37절에서 ‘내가 ∙∙∙ 하리라’는 약속형태의 미완료동사 일인칭 단수 공형을 다섯 번 발견한다.26 하나님의 주도권이 아브라함의 생애 속에 실현되며, 아브라함은 말씀을 따라 이동하고 제단을 쌓는다.27 아브라함의 생애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있는 하나님의 소명은 세 가지 약속을 갖고 있다. 그 세가지는 첫째, 땅이다(창 12:1, 7; 13:15, 17; 15:8; 17:8). 둘째, 자손이다(창 12:2, 13:15, 16; 15:5; 17:4-6, 17:16; 18:18; 21:13; 22:17). 셋째, 축복이다(창 12:2, 3; 18:18; 22:17-18). 이것은 크게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약속(자손과 땅)과 국제적인 축복에 대한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창세기 1-11장까지의 인류의 역사가 실패로 끝난 후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새 창조에 해당한다. 소명에서 가장 큰 강조점은 창세기 12:2-3에 다섯 번이나 언급되는 ‘축복’(ברך)이다.28 타락 시에 아담을 통해 저주의 사슬에 묶이게 되었던 온 인류가 새 아담인 아브라함을 통해 축복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구속사의 분수령이 시작된 것이다.29 (259.1)
 ‘너는 복이 될지라’(וֶהְיֵה בְּרָכָה, wehüyË Büräkâ, 창 12:2)는 명령형인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충성스럽게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인류에게 복을 안겨 주는 존재가 되어 주기를 주문하고 계신다. 인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체험을 통해서 하나님을 새롭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은총을 누리게 되었다. (260.1)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 12:3). 인류는 스스로의 안전과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서 바벨탑을 쌓았다. 이미 하나님의 축복은 성취되고 있었다. 칠십 개의 종족이 될 정도로(창 10:1-32) 인구는 증가하였으나(창 11:10-32) 이들의 영성은 현저하게 땅 바닥에 떨어졌다. 이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명성이나 높이기를 원하는 존재가 되었고(창 11:4) 결국 언어의 혼잡과 더불어 지면으로 흩어졌다. 이 때 아브라함이 등장한다. 아브라함은 축복 받는 존재를 넘어 세상 모든 민족에게 축복 그 자체가 되어야 했다. ‘민족들 자체의 조직적인 힘으로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은혜로 주시는 것이다.’30 아브라함의 소명에서 우리는 최초의 세계적인 선교 본문들 중의 하나를 보게 된다.31 (260.2)
 아브라함의 선택은 이스라엘 민족의 선택이다. 하나님은 한 사람을 선택하시고, 그를 통해 한 민족을 선택하셨으며, 그 민족은 한 분 하나님을 찬송하는 전 세계적인 하나의 가족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32 따라서 창세기 15장17장은 이스라엘 민족의 탄생과 그들이 거할 땅에 대한 약속으로 채워져 있다. (2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