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6월 중순에, 사위는 어린애들이 방학을 해서 휴가차 온 가족이 한국으로 나갔다. 나 혼자 남아서 주유소와 여행사 일의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다. 닥치니 맞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새벽 4시에는 일어나서 주유소로 가서 수금과 물자정리, 집에 와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돈을 계산, 은행에 입금, 그리고 서류 정리 등 그리 어려운일 같지는 않으나 거의가 생소하고 손에 익지 않아 밤늦게까지 매일 쉬지 않고해야 끝이 난다. 그것도 매일같이 쉴 새 없다. 이와 같은 일은 70에 가까운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다. (260.1)
2주일간은 별 탈 없이 계속되었다. 3주째 들어서면서 피곤하여 몸을 가누기가 차차 힘들어지고 입맛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운이 떨어질세라 의무적으로 식사를 했다. 웬일인지 밤마다 소변 때문에 거의 30분 만에 한 번씩 잠이 깨었고, 꾹 참아도 1시간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러니 잠을 잔다는 것은 그저 드러누워 있는 것이지 잘 수가 없었다. (261.1)
그러던 어느날 아침, 느닷없이 구토 설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체한 줄로만 알았다. 토해내도 개운치 않고 속이 메슥메슥하고, 뒤를 보았는데도 무즈륵하다. 참다 못해 집의 아들을 불렀다. 먹지 못하니 우선 링겔 주사를 맞았다. 일시로 좀 나은 듯해서 다시 주유소에도, 여행사에도 나갔다. (261.2)
속이 불편하고 뒤가 무거운 것은 오히려 차차 더한 듯하다. 차츰 탈진해서 기동하기가 힘들어져서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체했으면 음식을 먹지 않고 2-3일 지나면 낫겠지 생각하고 그렇게 해보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병 증세는 하루하루 더 심해졌지 좋아지질 않았다. 단순한 쳇기가 아니라 딴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의사이면서도 이때까지 여러가지 병을 체험했으나, 이와 같은 병은 생전 처음이라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니, 질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261.3)
어떠한 병을 막론하고 병이 시작한 초기에 손을 쓰면 그만큼 치료도 쉽고 회복도 빠를 것이다. 더우기 위험한 병이면 그럴수록 두 말할 것이 없다. 대개 어떠한 병이든 간에 자신의 병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환자 자신이다. 병에 따라서 병 증세가 알기 쉽게 뚜렷한 것이 대부분이나, 어떤 병은 그렇지 않아서 병 증세와는 딴간으로 다른 증세로 나타나서 진단이 곤란하게 되는 때도 적지 않은 것이다. (261.4)
특히 만성 신부전이란 병은 그와 같은 종류에 속한다. 소변이 잘 나오지도 않고 소변 가운데 혹시 피가 섞여 나온다든가 몸이 붓고 열이 난다든지 하면 비뇨기 계통의 병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만성 신부전은 그렇다 할 고통과 불편없이 진행되다가 어떠한 동기가 급전적으로 악화시켜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므로, 이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262.1)
나타난 경우가 내 증세와같이 심히 체한 것 비슷하게 나타나므로, 즉시로 진단이 되지 못하고 끄는 동안에 결국은 무서운 요독증(尿毒症)까지 발전되고 만다. 이와 같은 요독증은 체내에서 간단없이 생기는 노폐물들의 배설 기관인 신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 노폐물이 몸밖으로 배설되지 못하고 체내에서 쌓임으로써 발생하는 위험한 병이다. (262.2)
노폐물 때문에 피 속에 유독한 성분이 증가함으로써 소변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대신에, 어떻게 해서든지 생명의 안전을 위해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 방편으로 토한다든지 설사가 난다든지 함으로 가능한 한 체내의 독성을 내보내려는 신체의 보호 작용인 동시에 병의 위독함을 알려주는 위험 신호이기도하다. 이와같이, 신장 계통의 병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요독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62.3)
신장병이 있는 사람으로서 혹시 다 나았다고 생각했을 때 또는 치료 도중에라도 이와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든지 혈압이 올라가고 두통이 심해지거나 또는 눈앞이 아물거리거나 정신이 흐려질 때는 일단 요독증을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시급히 여기에 대한 응급 처치를 취하지 않을 때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령층에 있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신속하게 진단하고 즉각적으로 치료하면 그만큼 신장의 파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 회복도 빠른 것이다. (262.4)
나를 치료하던 평화군은 아버지 입원하도록 하자고 제의해왔다. “그럼, 어느 병원으로 하지?” 생각 끝에 일단 내 가까운 친구가 된 이 박사를 우선 청해서 의논하기로 했다. (263.1)
2. 사랑하는 친구 이 박사
이 박사는 알레르기가 전문이다. 어느 날 같은 교회 김 장로가 피부병이 생겨 이 박사를 찾아갔다. 내가 저술한 “기적을 낳는 현미” 책 한 권을 그에게 김 장로가 갖다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막역한 친구가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 책을 읽은 그는 즉시로 가정에서 현미식을 시작했다. 1주일이 못 되어서 체험적으로 현미식에 대한 놀라운 효과를 실감했다. 이 때까지는 병원에서 집에 오면 어쩔 수 없이 피곤에 시달리던 몸이 가볍고 원기가 왕성해졌다. (263.2)
자기의 산 경험을 토대로 환자들에게 권하자, 환자들의 치료 효과는 실로 경이적이다. 오랫동안 약물에 의존해서 계속 약을 써서 불편과 고통을 견디어 오던 환자들의 병 증세가 호전되는가하면, 또한 아무 약도 사용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가 하면, 완전히 병에서 해방된 사람들도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263.3)
이때까지 그렇게도 즐기던 육식, 커피, 소프트드링크, 각종 가공 식품을 완전히 끊어 버리고 현미식과 채소, 과실, 해초식으로 일변하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건강 상태도 좋아지고 모든일에 능률적이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낯익고 정든 현대의학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단연 천연 의학의 새로운 길로 전환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다 같은 의학자로서 천연의학의 동료요 동역자가 된 것이다. (263.4)
오랫동안 걸어 오던 길, 즐겨 따라가던 지식, 특히 의학의 전문인으로서 이 때까지 배운 치료기술과 경험을 깡그리 내던지고 새로 깨달은 예지의 새 길을 걷는다는 것은 여러 모로 볼 때에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추호의 미련도없이 천연요법에 일로 매진하게 된 것은 인간의 결심만이 아니라 천연 의학의 창시자시요 권위이신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인 동시에 성령의 역사하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64.1)
전화로 연락했더니 그 날 밤 늦게 찾아왔다. 즉시 입원하자는 것이다. 그 다음 날인 7월 21일, 애들이 서울에서 돌아오는 날이어서 만나나 보고 입원하기로 했다. 기다리던 하룻동안에도 병세는 급전적으로 악화되어 매우 괴로왔다. 그 날 밤 늦게 밤 11시 가까이 “풀라센다 린다 콤뮤니티” 병원에 도착했다. 그 때까지 이 박사가 고대하고 있었다. (264.2)
응급실에 드러누우니 몸은 천근 만근,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조차 없고, 천야만야한 깊은 벼랑으로 자꾸만 떨어져 들어가는 것만 같다. 정신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요독증 혼수에 빠져 들어갔던 것 같다. 즉시 혈액 검사와 동시에 내 몸은 인공 신장에 연결되었다. 그 당시 BUN은 134(정상은 20 내외), 그리고 CRETINE은 14.3 (정상은 1.5 정도)이었다. (264.3)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다. 깨고 나니 정신도 약간 맑아지고, 그렇게 괴롭히던 구역과 설사도 씻은 듯이 가셔졌다. 이제야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건져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264.4)
안심이 안되는지 하루를 그대로 응급실에서 보내야만 했다. 세상 만사가 다 그러하듯이,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체험하였다. 그야말로 몸을 혹사에 혹사를 거듭하지 않았던들 이런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서, 건강 법칙을 범함으로 말미암은 피할수 없는 무서운 결과인 것이다. (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