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을 내밀라 제 2 장 중보적 치유의 기적들 기적 1 ► 주여, 아이가 죽기 전에 내려오소서
 본문 : 요 4:46-54
 아름다운 갈릴리 바다 서북쪽 해변에 가버나움이라는 도시가 위치해 있다. 예수님 당시에 갈릴리와 페레아의 분봉왕 헤롯(Herod Antipass)밑에서 높은 직위를 가진 한 신하(臣下)가 가버나움에 살고 있었다. 그 신하의 아들이 몹쓸 열병에 걸려 사경(死境)을 헤매게 되었다. 아들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달아올랐고, 때때로 정신없이 내뱉는 헛소리는 부모의 애간장을 태웠다. (87.1)
 그 당시 팔레스틴 지방에 한창 유행했던 열병은 세 가지가 있었으며 모두 치명적인 것이었다. 첫째는 파상열(波狀熱)이다. 허약할 때 잘 걸리는 것으로 열과 두통 발한(發汗)이 나타나고 관절통도 생긴다. 여러 달 고생하다가 종종 죽음으로 끝났다. 둘째는 장티푸스와 비슷한 간헐열(間歌熱)이었고 순식간에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셋째는 말라리아였다. 말라리아는 혈액을 흡혈(吸血)하는 학질모기에 의해 오는 열병으로 황달과 오한(惡寒)을 동반했다. 대개 이런 열병에 걸리면 오들오들 떨다가 열이 오를 때엔 헛소리를 많이 한다. 신하의 아들은 그 중에 하나인 중한 열병에 걸려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87.2)
 신하는 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용하다는 의사는 다 불러들였고 그들이 처방해 준 좋다는 약은 다 써 보았지만 효험이 없었다. 아무런 차도가 없이 열기는 오르내리고 병세(病勢)는 더욱 위험스러워만 갔다. 의사들은 손을 놓고 아예 그 아이가 죽을 것으로 단념해 버렸다. 죽음의 그늘이 아들의 얼굴에 내리고 있었다.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방도가 없게 된 신하는 좌절감에 빠져 그만 전전긍긍(戰戰就就) 할 수밖에 없었다. (88.1)
 “만일 내 아들만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텐데, 아무런 방도가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88.2)
 한탄하며 가슴을 친들 어쩔 도리가 없었다. (88.3)
 그러던 어느 날 신하는 갈릴리 지역에 마치 들불처럼 거세게 번져 가는 참으로 놀랍고 괴이한 소문을 들었다. 가나 혼인 잔칫집에 참석한. 메시야라고 주장하는 젊은 청년이 맹물을 진한 포도즙으로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온갖 불치병과 난치병을 다 고치셨다는 것이다. 절망 속에 빠졌던 신하에게 그 풍문(風聞)이야 말로 한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88.4)
 “만일 예수가 메시야라면 분명히 내 아들을 살릴 수 있을 거야.” (88.5)
 신하의 마음에 실낱 같은 희망이 솟아올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길이 열리고 있었다. 두 손을 불끈 쥐고 굳게 결심했다. (88.6)
 “나도 예수님을 만나 사랑하는 내 아들의 병을 고쳐 달라고 부탁해야지.” (88.7)
 종들을 풀어 예수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이곳 저곳 수소문(樓所聞)해 보았다. 그분은 지금 갈릴리 가나에 계신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루살렘에서 성전을 정결케 하시고 자신을 메시야로 선포하신 후 다시 갈릴리 지방으로 오시어 나사렛을 지나 북동쪽으로 6Km 정도 떨어진 가나로 오신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갈릴리 가나(Cana)에 가보니 그 지역의 기름진 토양(土壞)은 비가 오면 늪지대가 되는 충적토(沖積土)였고 석류나무 감람나무 선인장 등으로 둘러싸인 아주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곳이 바로 주님이 물로 포도즙을 만드신 곳이다. 가버나움에서 약 32km 정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족히 7-8시간은 걸어야만 당도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교통편은 주로 당나귀나 낙타였지만 신하는 걸어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가나를 향해 출발했다. (88.8)
 디베랴 언덕에 올라 뒤로 돌아보니 아름다운 갈릴리 호수가 정말로 장관이었다. 수려한 풍광에 취해 잠시 넋을 잃은 후 거기서 한숨 돌리고 나사렛 능선을 따라 쭉 남서쪽으로 내려갔다. 오른쪽은 상부 갈릴리, 왼쪽은 하부 갈릴리 지역이다. 이른 아침에 출발한 그는 꼬박 반나절을 걸어서야 비로소 오늘날 오후 1시경에 가나에 도착했다. 옷차림과 풍채가 보통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왕의 신하가 가나에 나타나자 화젯거리가 됐다. (89.1)
 “저 사람은 왜 이곳에 왔지?” (89.2)
 “글쎄 말이다. 아마 첩자인지도 모를 일이지.” (89.3)
 “아니야,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을 거야” (89.4)
 신하는 그런 수군거림을 개의치 않았으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예수님께 자기의 사정을 호소할 기회를 찾았다. 저 멀리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예수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89.5)
 “저 분이 메시야란 말인가! 의복은 왜 저렇게 초라하고 외모는 왜 저 모양일까?” (89.6)
 처음 보았을 때 도저히 그분이 메시야라는 믿음이 들지 않아 떨떠름했다. 무척 가난하고 아주 낮은 신분의 사람으로 보였다. 실로 예수님은 고운 모양도 없었고 순진한 서민으로 대군(大軍)을 이끌 만한 풍채도 없었으며 사람들이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게 없었다(사 53:2). 기대감이 송두리째 흔들리자 신하의 마음에 의심의 방망이가 마구 난타질했다. 그의 순수했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89.7)
 “과연 이 사람이 내 아들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메시야란 말인가?” (90.1)
 “아니야, 저 분이 메시야일 리가 없어.” (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