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속의 영원한 복음 제3부 인 간 제9장 하나님의 청지기
 1. 가족의 업무를 주관하는 사람
 청지기는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식탁을 돌보고 집안의 종들을 지시하고 가족의 지출을 관리하는 등 대 가족의 업무를 주관하는 사람이다. 청지기직은 ‘개인에게 돌보도록 위탁된 것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다.’1 창조의 입장에서 볼 때 청지기 개념은 온 인류와 만물을 하나님의 가족과 하나님의 재산으로 본다. 청지기는 하나님 집안의 사람이며, 하나님의 재산인 온 세상 만물을 돌보는 이이다. 물론 각자에게 주신 분량에 따라 하나님으로부터 맡은 영역이 있음은 물론이다. 모세는 ‘하나님의 온 집에서 종으로서 신실하였고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집을 맡은 아들로서 그와 같이 하셨다.’(히 3:5, 6). (146.1)
 창세기 속의 청지기로는 아브라함의 청지기인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창 15:2; 24:2), 보디발의 청지기로 시작하여 감옥의 제반 사무를 관장한 후에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창 39:6, 22; 41:40-41)이 있다.2 (146.2)
 하나님께 대한 인간의 청지기직에 대한 창세기의 설명은 창조와 대홍수와 족장들(아브라함, 야곱, 요셉)의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146.3)
 2. 창조 속에 나타난 청지기직의 일반적 원칙
 창세기 1-2장은 청지기직의 기원과 일반적 원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47.1)
 1) 인간의 청지기직은 창조에 기원한다.
 청지기직은 하나님의 형상이 지닌 기능적 의미에 해당한다. 하나님은 피조세계를 다스리도록 인간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창 1:26) 하나님은 아담 한 사람을 만드셨지만, 하나님의 의도는 아담 혼자서 하나님의 세계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로 ∙∙∙ 다스리게 하자’는 복수형의 말이 나타내는 것처럼 인류, 모든 인간이 청지기직에 부르심을 받았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고귀한 신분을 인류가 만물 속에서 차지한 것은 하나님께서 원래 하나님을 대표하는 청지기로서 인간을 만드셨기 때문이다. (147.2)
 2) 인간의 청지기직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인간은 청지기직에 대해서 하나님께 은총을 감사할 이유가 있다. 인간은 피조물들 중에 마지막으로 창조되었지만 피조물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흙에서 만들어졌지만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지성적이고 권위 있는 존재가 되어 하나님을 대신하여 세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창조의 결과를 놓고 볼 때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서 만물을 창조하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47.3)
 3)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께 책임을 진다.
 피조세계를 주관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자신을 절대적인 존재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덴동산에는 그가 이런 오만에 빠지지 못하도록 하는 두 개의 나무가 있었다—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창 2:9, 17) 생명나무는 인간이 흙에서 만들어진 유한한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했다.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불어넣으신 호흡과 공급해 주신 식량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임을 자각시켰다(창 2:7, 9, 16). ‘전능자의 기운’이 살리시고 총명을 주시고 먹을 것을 공급해 주시기 때문에(욥 32:8; 33:4) 인간은 존재의 근본이신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야 하는 영적-윤리적인 존재이다. (148.1)
 인간은 하나님의 주권에 순종해야 했다.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이 사실을 끊임없이 인간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창 2:9, 16, 17). 이것은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계명이다. (148.2)
 창세기 2:16‘명하여’(וַיְצַו, wayücaw)는 히브리어에서 강의형인 피엘형 ‘치와’(צִוּהָ, ciwwâ)이며 그 명사형인 ‘미츠와’(מִצְוהָ, micwâ)는 ‘계명’을 의미한다. 범죄가 들어오기 전에도 인류는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명 아래에 놓여 있는 피조물이었다. 비록 단순하게 보이는 계명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인간이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인간의 생명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48.3)
 인류는 이 계명의 구속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창 2:17)고 한 말 속에서 보듯이 순종의 여부는 생사 여부와 직결된 것이었다. (148.4)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것은 ‘미츠와’의 강조점은 계명 속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권위이다. 통치자이신 하나님은 그 백성의 행복과 안위를 고려하시는 도덕적인 분이시다.3 이 사실을 받아들였더라면 인류의 시조는 결코 타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148.5)
 4) 인간은 청지기직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피조세계에 구현해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을 대표하여 피조세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피조세계의 주인이 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의도대로 일해야 한다. 하나님은 피조물들이 축복 받은 존재로서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하셨다(창 1:22, 28). 인간은 청지기직을 통해서 하나님의 축복이 그가 관리하는 모든 영역 속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피조세계는 하나님이 창조하셨던 때처럼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창 1:4, 10, 12, 18, 21, 25, 31).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상태로 만물을 관리하는 것이 청지기인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이다. (149.1)
 5) 인간은 생태계에 대해 책임을 진다.
 하나님이 창세기 1:28-30에 위탁하신 청지기직의 영역은 생물(물고기, 새,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과 거주환경(땅, 바다, 하늘)이다. 생물들이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는 충분한 먹을거리와 생존 조건을 갖추도록 생태계를 관리해야 한다. 창세기 2장은 이상적인 생태환경이 되는 에덴 동산과 이곳에서 발원하는 네 개의 주요 수자원—비손, 기혼, 힛데겔, 유브라데—과 그 중 비손강이 지나가는 하윌라의 광물자원—순금, 베델리엄, 호마노—을 언급하고 있다(창 2:10-14. 비교, 창 2:5-6). 그리고 땅의 주인으로서 토지 경작권과 에덴동산 관리권을 지닌 아담이 동물 세계의 주인으로서 그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모습이 등장한다(창 2:19, 20). (1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