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정의
 “계시”(revelation)라는 명사와 “계시하다”(reveal)라는 동사는 세속적인 표현으로나 신학적인 용어로 모두 사용된다. 라틴어 레벨라레에서 파생된 이 동사의 기본적인 의미는 “가리개를 벗겨버리다, 숨겨진 어떤 것을 들춰내다”“비밀인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리다.”이다. 명사 “계시”는 드러내는 행위만이 아니라 드러난 것도 가리킬 수 있다. 일반적인 언어 용법에서도, “말하다, 알리다, 백일하에 드러내다, 공개하다” 같은 말들도 동일한 개념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48.1)
 하나님 자신 및 인간 가족을향한그분의 뜻과목적을 드러내는 그분의 행위를 가리키면서 이 말들은 의미의 새로운 깊이를 얻었다. 하나님의 계시의 본질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말과 행위로써 하나님이 자신을 가장 온전하게 계시하신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계시를 통해 인간 존재가 하나님을 알고 결국 그분과의 영원한 사귐을 가져다 줄 구원의 관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분의 명백한 의도이다(요 17:3). (49.1)
 B. 성경의 용어
 1. 구약
 성경의 영어 역본들이 “reveal”(계시하다)이나 “revelation”(계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생각만큼 자주 사용하진 않는다. 〈개정표준역(RSV)〉에는 동사 “reveal”이 65회 나타나는데, 그중 28회는 구약에서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 동사 갈라라는 말의 번역으로 나타난다(히브리어 나가드라는 말이 사용된 창 41:25은 예외임). 이 동사 갈라는 라틴어 레벨라레처럼 덮인 것이나 숨겨진 것을 들춰낸다는 개념을표현한다. 이 동사는 하나님의 계시를 언급할 경우(참조 단 2:19. 하나님이 느부갓네살에게 꿈을 계시함)에서뿐 아니라 단순히 세속적인 의미(참조 룻 3:4. 룻이 보아스의 발을 가림)로도 자주 사용된다. 명사 “revelation”은 〈개정표준역〉 구약에서 히브리어 동사 야라갈라의 변형된 형태의 번역으로 두 번 나온다(합 2:19; 삼하 7:27). (49.2)
 구약에서 다른 단어와 어구들도 하나님의 계시를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어떤 표현들은 청각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임한 야훼의 말씀이라”(렘 47:1), “야훼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레 19:1), 자주 나오는 표현인 “야훼께서 [이같이] 가라사대”(암 1:3). 이런 어구들은 수백 번 나오는데 계시의 청각적 측면을 강조한다. (49.3)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과정에서 시각적 측면도 중요하다. 동사 라아(“보다, 보이다. 나타나다, 보게 하다, 보여주다”)와 하자(“보다, 이상이나 꿈 가운데서 보다”) 그리고 명사 로에(“선견자”, seer), 마루에(“봄, 출현, 이상”), 호제(“보는 자”), 하존(“이상”, vision)에도 사용된다. 그밖에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인식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동사 하와(“알려주다, 공표하다”)와 야다(“알다, 알리다”)와 나가드(“알리다, 보도하다, 말해주다”)도 사용된다. 이것이 모든 용례를 총망라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인간과 소통하시는 다양한 방법을 묘사하는데 다양한단어가 사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49.4)
 성경에 나오는 계시와 관련된 표현들을 연구해 보면, 성경의 기자들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전달한 자였다는 그들 자신의 확신이 드러난다. 구약에서 이런 의식은 특히 선지자들의 글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야곱의 하나님에게 기름부음 받은 자, 이스라엘의 노래 잘하는 자”로 일컬어진 다윗 왕은 “야훼의 신이 나를 빙자하여 말씀 하심이여 그 말씀이 내 혀에 있”다는 확신(삼하 23:1-2)을 표현했다. 솔로몬의 지혜 역시 하나님의 계시로 약속된 선물로 이르러 왔으며, 그 자체가 하나님의 지혜의 발현이었다(왕상 3:5-14). (49.5)
 하나님의 계시를 가리키는 용어들은 하나님의 행동이나 개입으로 여겨지는 특정한 사건들을 말할 때도 사용된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내가 홍수를 땅에 일으”킬 것(창 6:17)이라고 알리시고, 그와 그의 가족이 구원을 받도록 방주를 지으라고 지시하셨다.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에게 이적을 행할 능력을 주심으로, 하나님이 모세에게 나타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해 내라고 지시하셨음을 그들이 믿도록하셨다(출 4:1-9, 27-31). 또 다른 경우에 하나님은 맹렬한 폭풍과 큰 물고기의 배를 이용하여, 도망가는 선지자가 하나님이 그에게 맡긴 임무를 이루도록 몰아붙였다(욘 1:4-3:3). 이런 하나님의 행동이나 개입에는 대개 그것들을 설명하는 계시가 앞서 주어지든지 함께 주어진다. 아모스는 “주 야훼께서는 자기의 비밀을 그 종 선지자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고는 결코 행하심이 없으시리라”(암 3:7)고 말한다. 구약에 의하면, 하나님이 인간 존재들을 다루실 때 말과 행동이 함께 연관된다. (49.6)
 구약에서 선지자, 이상 꿈, 이적과 기사들을 빈번하게 언급한 것은 하나님이 직접 선택하신 통로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고자 하시는 그분의 끈질긴 열망을 말해 주는 증거이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모세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의 인격적인 현현 및 출애굽 기간에 나타난 구름으로 가려진 그분의 임재는 아브라함 및 그의 후손들과 특별한 언약 관계를 맺음으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 하나님 자신 그리고 그분의 뜻과 그분의 구원과 그분의 은혜로운 성품을 모든 민족에게 알리시려는 그분의 사랑 깊은 목적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창 12:1-3;22:15-18; 26:1-5;28:10-15;출 19:1-6). (50.1)
 히브리서는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의 모든과정을 이렇게 요약한다. 하나님이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다(히 1:1). 이 진술은 선지자들을 통해 하신 하나님의 말씀의 탁월성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계시를 선지자들의 증언에 제한시키고 있다. (50.2)
 구약에서 선지자를 뜻하는 일반적인 단어는 300번 이상 나오는 나비이다. 이 말의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일반적으로 수동적인 의미로는 “불림을 받은 자”이고 능동적인 의미로는 “부르는 자, 말하는 자”라고 주장된다. 전자는 예언자의 봉사의 신적인 기원을 강조하고 후자는 하나님의 대변자로서의 선지자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자의 의미는 아론이 모세를 대신하여 이스라엘과 바로에게 대변자로 임명된 것에 예시돼 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볼지어다 내가 너로 바로에게 신이 되게 하였은즉 네 형 아론은 네 대언자가되리니”(출 7:1;참조 4:10-16). (50.3)
 선지자를 일컫기 위해 다른 용어들도 사용되었다. 사울이 그의 아버지의 잃어버린 나귀를 찾고 있을 때 그의 종이 인근 성읍에 있는 “하나님의 사람”을 만나보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이 하나님의 사람은 “선견자”(로에, seer)라고 불렸는데, 이 말이 “선지자”에 해당하는 말이라는 설명이 함께 나온다(삼상 9:9). 이와같은 평행적인 묘사가 다른 곳에서는 호제라는 말과 함께 나온다(삼하 24:11; 왕하 17:13;사 29:10). 사실상이 두 히브리어와 나비는 동의어이다. (50.4)
 선지자들은 야훼의 말씀을 구두로 선포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나 하나님의 영의 감동으로 그들에게 계시된 많은 것을 글로 기록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 알려진 기록 선지자는 모세로, 토라 곧 율법으로 일컬어진 것을 기록했다(수 8:31; 눅 24:44). 후대의 선지자들도 성령의 감동을 받아 그들의 기별을 글로 기록했다. 야훼께서 예레미야에게 “너는 두루마리 책을 취하여∙∙∙네게 이른 모든 말을 그것에 기록하라”(렘 36:2)고 말했다. 다니엘은 그것을 “예레미야에게 임한 야훼의 말씀”(단 9:2, 〈개역한글판〉에는 “야훼의 말씀이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임하여”라고 되어 있음) 이라고 일컬었다 (50.5)
 모세와 선지자들이 기록한 야훼의 말씀은 하나님이 그분 자신 및 이스라엘과 열방을 향한 그분의 목적을 계시하신 두드러진 수단이 되었다. 미래 세대들이 이 책들을 읽고 그 말씀들을 들음으로 하나님을 그들의 구주요 왕으로 알도록 하는 것이 그분의 의도였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그들은 그분의 축복들을 경험하고(신 4:5-8; 수 1:8; 시 1:1-3) 그분께 등을 돌리는 결과에 대해 경고를 받아야 했다(신 31:26-29;사 30:8-14). (50.6)
 선지자들의 역동적인 음성이 그치고 나서 오랜 후에도 하나님의 살아 있는 음성은 그들의 글들을 통해 여전히 발해졌다. 앞서 기록된 말씀들이 선지자들의 글들에 적용되었음에 틀림없다. “오묘한 일은 우리 하나님 야훼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구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이는우리로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심이니라”(신 29:29). (50.7)
 2. 신약
 신약도 하나님의 계시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다. 동사 아포칼륍토(“계시하다, 드러내다”)와 명사 아포칼륍토(“계시”)가 가장 두드러지게 사용된다. 이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문맥에서 사용되는데, 의와 하나님의 진노(롬 1:17, 18), 예수의 재림(고전 1:7;벧전 1:3), 적그리스도의 도래(살후 2:3), 인간의 생각을 아는 것(눅 12:2), 그리고 요한에게 주어진 예수의 계시(계 1:1) 등과 관련된다. 동사 파네로오(“폭로하다, 드러내다”)도 사용된다(롬 16:26). 하나님의 계사를 가리키는 문맥에서 사용된 다른 단어는 그노리조(“알리다”, 엡 1:9), 데이크뉘미(“지적하다, 가리키다”, 요 5:20), 에피파이노(“나타나다, 드러나다”, 눅 1:79), 크레마티조(“계시를 주다”, 마 2:12, 22) 등이다 (51.1)
 “야훼의 말씀이 임하여”, “야훼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같은 의미 깊은 구약의 어구들이 신약에는 나오지 않지만, 신약도 인간 존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계시의 다양한 형태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요셉과 꿈으로 소통하셨다(마 1:20; 2:12, 13, 19, 22). 제사장 사가랴(눅 1:22), 다메섹의 아나니아(행 9:10), 백부장 고넬료(행 10:3), 사도 베드로(행 11:5)는 이상(vision)을 받았다. 바울은 자신이 전도하는 동안 다양한 경우에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고”할(고후 12:7)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말했다(참조 16:9, 10; 18:9, 10; 26:19; 27:23, 24;고후 12:1-4; 갈 2:1, 2).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