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인은 율법에 따라 항상 불결하다는 이유로 회당에 갈 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친구들과 아무런 교제도 할 수 없어서 실로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불쌍한 자였다. 지난 12년간 심각한 하혈증(下血症)을 치료받기 위해 이 의원 저 의원을 두루 다녀 보았으나 치유는커녕 약값으로 가산만 거덜났으며 의사로부터 불치병이라는 선고를 받아 결국
‘많은 의원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은 셈이 됐다. 가련한 이 여인은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아무런 방도가 없자 절망하고, 신세(身世)를 한탄하여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었다. 삶의 한계에 직면하여 자포자기로 오직 외롭게 죽을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