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역사에 나타난 안식일 부 록 C.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김”(롬14:5, 6)
 그러나 십계명의 제칠일 안식일을 이 구절에 나오는 “날 들”과 똑같이 취급하려는 시도는 어느 누구에게 납득되기 어려운 태도이다. 그 누구가 자기 앞에 있는 하나님의 십계명을 가리키며 남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이 계명을 당신 마음대로 취급할 수 있다. 당신이 이 계명을 지키든 안 지키든 아무 차이가 없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 어떤 사도도 이런 식의 주장을 내놓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바울 자신이 이러한 해석에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십계명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하다”(롬 7:12)고 존중하였기 때문이다. 바울이 자신의 교훈의 규범으로 삼았던 그리스도는 논박의 여지가 없을 만큼 명백한 안식일 준수자였다. 그리고 바울 자신도 “자기의 규례 대로” 안식일에 예배했기 때문에(행 17:2; 눅 4:16 참조) 제칠일 안식일을 다른 날보다 낫게 여긴다고 하여 그 때문에 “연약한”신자가 되는 것이라면 바울은 영락없이 “연약한” 그리스도인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322.3)
 바울은 이레마다 맞이하는 제칠일 안식일의 정당성에 대해 추호의 의문도 품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바울에 의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개종한 그리스도인들(유대인 또는 이방인)이 자신들의 “날”을 위해 “유대인의” 안식일을 포기하려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일들은 좀 더 역사가 지난 다음에 실제로 발생하였지만 그것도 이것과는 다른 이유들에 의해 발생하였다. (322.4)
 유대인들의 절기 안식일들
 바울은 로마서 14:5, 6에서 이스라엘의 출애굽 이후에 하나님이 제정하신 일곱 개의 절기 안식일들(레 23; 민 28, 29)을 언급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그 동안 많이 거론되어 왔다. 당시 로마 교회의 일부 교인들은 이 절기 안식일들이 아직도 유효한 날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다른 교인들은 절기 제도들과 함께 이 날들도 펴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울이 자신의 논의에 유대인들의 연례적인 절기 안식일들을 유념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바울이 로마서 14장에서 언급하고있는 특별한 날들은 “금식일”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문맥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날들의 중요한 특성들이 금욕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철저하게 고기와 포도주를 금하고 있는 신자들도 있었지만 특정한 날에만 술과 고기를 금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바울은 로마서 14:2에서 말하기를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먹을 만한 믿음이 있고 연약한 자는 채소만 먹느니라” 하였는데 5절에서는 “어떤 사람은 이 날을 저 날 보다 낫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긴다”고 하였다. 두 구절은 매우 흥미 있는 유추가 아닐 수 없다. 바울은 여기서 두 경우를 함께 다루고 있다. 바울이 로마서의 같은 장 10-13절에서 각 사람은 먹는 문제로 판단 받아서는 안된다고 했을 때 그는 금식일을 언급했던 것일 수 있다. 문맥상으로 볼 때 바울은 여기에서 먹는 문제와 날을 지키는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었던 것을 보인다. 따라서 바울은 금식일을 부분적인 금욕이나 철저한 금욕이냐의 차원에서 취급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11 (322.5)
 여기에서 다시 에세네파의 관련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세네파 사람들은 최소한 때때로는 고기와 술을 금할 뿐만 아니라 날들을 지키는 문제에도 대단히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지키지 않는 특정 날들도 거룩히 구별하였다. 물론 에세네파의 주요 절기들은 대다수의 유대인들이 지키는 절기들과 같은 것들이었지만 에세네파에게만 특별한 날들이 여기에 추가되고 있었다.12 그들이 희년 달력에 기초하여 작성한 예식 달력은 예루살렘의 제사장이 만들어내는 공식적인 달력과 달랐다. 일설에 따르면 회년 달력은 고대에 성전에서 예식에 맞추어 작성한 달력의 전통을 따르는 것인데 후에 예루살렘 당국이 헬레니즘 시대에 태음-태양력의 관행에 맞추어 고대의 전통을 포기했다고 한다. 따라서 “역법(磨法)상의 이러한 변화가 에세네파로 하여금 과거의 전통에 기초한 자신들의 고유한 역법을 고수하게 하였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13 (323.1)
 이 밖에도 음식 문제와 특정한 날들을 중요시하는 문제가 서로 얽혀 있었다는 적절한 관찰들이 또 있다. 에세네파 사람들은 최소한 특정한 기간에는 술과 고기를 철저하게 금했다. 그런데 그들은 유대인들의 정규적인 절기에다가 새로운 절기들을 추가시켰다. 그리하여 기독교가 등장하기 이전에 에세네파 측의 주장과 일반 유대인들의 관습의 대립이 존재했다. 그런데 유대인들과 에세네파 사람들 가운데 기독교 개종자들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논쟁이 기독교회로 넘어왔으며 이 논쟁이 결국 로마서 14장에 반영된 것은 아닌가? 이 경우에 있어서 믿음의 “연약한” 신자들의 관습은「디다케」(Didache)에 기술되고 있는 바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하는 일부 초기 그리스도인의 관습과 비슷하다.14 「디다케」에서도 먹는 문제와 날짜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323.2)
 물론 위의 해석들은 완전히 정립된 해석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그러나 금욕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맥에 비추어 볼 때 먹는 문제와 날짜의 문제가 서로 연관되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자는 결론적으로 바울이 로마서 14:5, 6에서 논의한 것은 정규적인 특정한 날에 금식하고 금욕하는 문제를 다루었다고 주장한다. (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