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간에는 성경상 가나의 위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통상 오늘날의
“카파르 카나”(Kefr Kenna)와 동일시 한다. 이는 성경의 가나 혼인 잔치를 목격한 자로부터 구전(日傳)으로 전승(傳承)되어 온 바로 그 자리에 1879년 가톨릭 소속의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기념 교회를 세웠기 때문이다. 나는 가나 동네 중앙에 있는 그 교회에 들어가 봤다. 안내서에 자기들 교회가 성경에 나오는 바로 그 장소라고 명시돼 있었고, 교회가 3세기경 유대인 기독교인들을 위해 있던 회당 위에 세워진 것을 증명이나 하듯 예배당 안 모자이크 바닥에 주후 3세기경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아람어가 기록돼 있었으며, 벽에는 비아 돌로로사의 14장면이 담긴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예배당 지하에 내려가 보니 가나 혼인 잔치에 쓰여졌던
“유대인의 결례를 따라 두세 통 드는 돌 항아리”(
요 2:6)의 진품(眞品)이라고 주장되는 것이 전시돼 있었고 포도즙 짜던 흔적도 거기에 있었다. 사실 진품의 항아리는 현재 독일의 콜로뉴 성당에 옮겨져 있으며 가나에 것은 단지 모사품(模寫品)일 뿐이다. 그 항아리는 몸체가 풍만한 경상도식 장독도 아니고 곡선이 유연한 전라도 장독도, 더구나 늘씬한 서울식 장독도 아니며 단지 큰 찻잔같이 참하고 아담하게 생긴 하나의 항아리다. 역사가 조세푸스는 이 항아리는 8과 3/4 갈론이었다고 했다(Antiquities VIII. 2. 9). 아무튼 오늘날 그 항아리는 찾아오는 순례객들에게 물로 포도즙을 만드신 주님의 기적을 무언(無言)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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