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을 내밀라 제 3 장 신적 권위를 직접 드러내신 기적들 기적 2 ►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본문 : 요 2:1-11
 요즈음 결혼 예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 너무 많아 허다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때는 하루에 두 곳 혹은 세 곳이 겹쳐져 실로 난감해지는 때도 있다. 이런 때를 위해 청첩장에 아예 은행 통장 번호까지 인쇄하여 보내는 진풍경(珍風景)도 생겨났다. 예수님께서 혼인 예식에 초청받았을 때에 어떻게 하셨을까? 그분도 우리처럼 혼인 잔치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을까? (146.1)
 AD 27년 12월 어느 날,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가나에서 있을 친척 결혼식에 초청을 받았다. 벌써 나사렛을 떠난 지가 두 달쯤 되어(시대의 소망, 145) 고생하시는 육신의 어머니가 걱정도 되었다. 아버지가 이미 작고하시고 계시지 않았으므로(상동, 183) 자녀들과 함께 사시는 어머니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돼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의 친척 결혼식이니 식장에서 분명히 가족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146.2)
 예수님도 그 동안의 시련과 고통으로 너무나 지쳐 있었다. 두 달 전에 집을 떠나 요단강에서 침례를 받았고 사단에게 광야로 끌려가 40일간 혹독한 시험을 치르느라 심신(心身)이 지칠 대로 지쳐 이제는 한적한 곳을 찾아 쉬어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친척의 혼인 예식에 참석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고 그곳에 가면 어머니와 형제들과 모든 친척들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147.1)
 이리하여 빌립과 나다나엘을 부르신 후 사흘 되던 날 예수님께서는 다섯 제자들 요한, 안드레, 베드로, 빌립, 나다나엘과 함께 나다나엘이 살던(요 21:2) 갈릴리 가나로 가셔서 혼인 잔치에 참석하셨다. 허다한 하객들 중에 친척들이 많이 참석해 있어 조우(遭遇)의 기쁨을 나누었다. 특별히 예수님은 그곳에서 오랜만에 육신의 어머니를 만나 해후(避近)의 기쁨을 누렸다. 미망인의 얼굴에 서린 고달픈 삶의 흔적을 쳐다본 예수님은 비록 지난 30여 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냈고 생계 유지를 위해 온갖 일을 다하여 그녀를 봉양했지만 지난 두 달간 집을 비운 것이 못내 마음에 거슬렸다. 마리아는 아들이 요단강에서 침례를 받을 때에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음성이 들린 것과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한 후에 사단의 시험을 이긴 것 등 그 동안 예수님에게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을 요한을 이미 통해 다 듣고 그의 아들이 분명히 하늘이 보내 준 메시야라고 믿고 있었다. (147.2)
 유대인 사회에서 결혼식은 처녀인 경우 주로 오늘날 수요일 밤에 했고 과부의 재혼은 목요일에 했다. 성경 시대에 혼인 잔치의 가무(歌舞)는 매일 참석하는 새로운 손님과 함께 일주일간 계속됐다(삿 14:12). 예수님께서 하객으로 참석한 바로 그날은 일주일간의 잔치가 거의 마쳐지는 날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원래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혼인 예식에 참석한 친척과 하객들은 이스라엘의 특유한 춤과 노래로써 마음껏 축하해 주고 즐겁고 기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난처한 일이 생겼다. 잔치가 한창 무르익어 흥이 날 때에 그만 포도즙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것은 잔칫 집의 굉장한 수치이기 때문에 주인은 매우 당황했다.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는 주인이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마리아는 든든한 자기의 아들이 그곳에 참석해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왜나하면 자기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마다 아들은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다급한 심정으로 아들에게 가서 하소연하였다. (147.3)
 “얘야, 저들에게 포도즙이 떨어졌단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148.1)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148.2)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어머니의 요청에 예수님은 거절하는 듯한 의사를 밝히셨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들의 신적(神的) 권위를 인정하고 있었으며 분명히 그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하인들에게 일렀다. (148.3)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148.4)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148.5)
 이리하여 하인들은 잔뜩 기대감을 갖고 대기하고 있었다. (148.6)
 그 당시 관습에서 볼 때 예수님이 어머니를 보고 “여자여”라고 한 것은 불경스런 말이 아니라 존경하면서 가장 인간적이고 사랑스런 호칭이었다. 그분은 십자가상에서도 이 호칭을 사용하셨다(요 19:26). 아구스도 황제도 클레오파트라를 부를 때 늘 이 용어를 사용했다 한다.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다”는 말은 메시야로서 완전히 자신을 계시할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이 혼인 잔치를 준비하는 일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에게 하소연했고 하인들에게 아들이 무엇을 말하든지 그대로 하라고 명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콥틱 복음서에는 마리아가 이 때 신랑의 이모였다고 했다. 만일 그렇다면 예수님은 이종사촌 결혼식에 초청받은 셈이 된다. 어떤 학자는 신랑이 요한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튼 화잇 부인은 “양가는 요셉과 마리아의 친척들이었다”(소망1권, 182)고만 했다. (148.7)
 포도즙이 떨어져 당황하는 친척을 돕기 위해 아들을 믿고 발벗고 나선 모친의 부탁을 예수님은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모친의 명을 어긴 일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기에 두세 통 드는 돌 항아리 여섯이 놓여 있었다. (149.1)
 예수님은 주인집 하인들에게 부드럽게 말하였다. (149.2)
 “저기 있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149.3)
 즉시 여섯 돌 항아리가 물로 아구까지 가득가득 채워졌다. (149.4)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149.5)
 “아니, 맹물을손님에게 드리라고요?” (149.6)
 잠시 하인들은 중얼중얼했다. 그러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일러준 마리아의 말을 기억하고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었다. (1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