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험과 성경은 모두 죄가 어디까지 영향을 끼치는지를 드려내 준다. 죄는 무차별적이다. 그것은 모든 인류, 나라, 민족 및 방언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것의 영향력은 도처에 나타난 인간의 도덕적 및 영적 결함에서 볼 수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사회적, 사회학적 및 행동적 동요의 원인은 심리적인 부적응이나 경제적인 결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죄의 결과이다. 죄의 영향력이 이렇게 멀리 미친다는 것이 그것의 영원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에는 죄의 제거가 포함돼 있다. 이제 우리는 죄의 범위, 전이와 형벌, 하나님의 진노와 정의 그리고 죄의 근절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311.1)
 A. 죄의 광범위함
 1. 죄의 우주적 영향
 타락 전에는 우리의 태양계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구의 기후 상태는 어떠했을까? 우리가 죄 및 그것이 창조된 질서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런 질문들이 우리의 뇌리를 스친다. 성경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부분 침묵한다. (311.2)
 그러나 “우리는 세계 곧 천사와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노라”(고전 4:9)는 바울의 주장은 우리가 우주 앞에 전시되어 있으며, 그 전시를 통해 의와 죄, 그리스도와 사탄 사이의 투쟁이 드러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잃어버림을 당한 인류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은 실재한다. 하나님과 사탄이 이 싸움에 연루되어 있다. 이에 대한 성경의 실례가 욥의 경우인데, 사탄은 그에게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 보이면서 하나님께 대한 그의 충성심을 시험하겠다고 그분께 도전한다. 사탄은 자신이 욥에게 육체적인 고난을 주도록 해 준다면 욥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담과 하와에게는 식욕이 사탄의 도구가 되었다. 욥의 경우 고난과 핍박이 사탄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사탄은 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의 자녀들을 건드렸고, 또한 그의 소유와 건강에 타격을 기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욥이 범죄하지 아니하”였다(욥 1:22; 2:10). 성경이 욥의 품성을 하늘 앞에 구경거리로 묘사한 것은 타락 이후로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에 온 하늘이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죄와 그 역사는 하늘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천사들의 세계는 죄의 결과를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천사]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눅 15:10)는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 분명해진다. 하늘에서 이런 기쁨은 끊임없는 찬양과 경배로 표현된다. “보좌와 생물들과 장로들을 둘러선 많은 천사의 음성이 있으니 그 수가 만만이요 천천이라 큰 음성으로 가로되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이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 하더라”(계 5:11-12). (311.3)
 하나님만이 아담의 타락이 가져온 총체적인 결과를 아신다. 그러나 성경은 아담으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회복될 것이라고 보증한다. (312.1)
 2. 죄의 보편성
 죄의 보편적인 영향력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사실이다. 온 인류는 관계적인 측면에서 죄의 삼중 반역 가운데서 살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반역, 동료 인간 사이의 반역, 자기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반역이다. 이런 반역의 보편성은 죄의 보편성을 역설하고 있다. (312.2)
 죄에서 해방되어 내적인 고요와 평화를 찾으려는 인간의 염원은 악의 보편성을 말해 주는 또 하나의 표이다. 행동 과학자들은 이런 염원을 저마다 원하는 방식대로 해석하지만, 그리스도교 인류학자들은 분명하게 죄의 보편적 실재와 마주한다. 즉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반역과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이다. 복음서는 이런 분리의 보편적 성격을 인정하면서 그것에 대한 치유 역시 보편적임을 선포한다(참조 요 3:16). (312.3)
 구약은 “범죄치 아니하는 사람이 없”다(왕상 8:46)고 명백하게 가르친다 노아당시 죄가온세상에 관영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도 부패하여 이훼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것을 한탄하셨다고 성경은 말한다(창 6:6). 시편의 시인은 자신이 죄악 중에 잉태되었고 자신도 죄를 지었음을 시인하면서(시 51:4, 5), “주의 목전에는 의로운 인생이 하나도 없나이다”(시 143:2)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혜자도 역사적인 도전을 제기한다. “내가 내 마음을 정하게 하였다 내 죄를 깨끗하게 하였다 할 자가 누구뇨”(잠 20:9). (312.4)
 누가 그럴 수 있는가?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행하며 각기 제 길로 갔거늘”(사 53:6). 죄의 흉악성이 인간 존재를 너무도 오염시켜,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 뿐”(사 1:6)이다. 온 인류는 죄의 포악한 세력 앞에 무력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아서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우리는 다 쇠패함이 잎사귀 같으므로 우리의 죄악이 바람같이 우리를 몰아가나이다”(사 64:6). (312.5)
 로마서는 죄의 세력과 보편성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특별하다. 죄는 하나님이 인류를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부끄러운 욕심” 그리고 “그 상실한 마음”“합당치 못한 일”에 버려둘 만큼(롬 1:24, 26, 28) 사악하고 보편적이다. 아무도 죄의 이런 오염과 죄의 짐을 피할 수 없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죄 아래 있”기 때문이다(롬 3:9).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다(10, 12절). (312.6)
 죄의 보편성은 바울의 고통스런 탄식 속에도 스며들어 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23절). 누구든지 자기는 그런 경우에 속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한다면, 성경은 그런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정죄한다(요일 1:8-10). (312.7)
 하나님은 죄의 이런 보편성을 인식하시고, 유대인이나 이방인, 부자나 가난한 자, 여자나 남자를 막론하고 온 인류를 구원할 대책을 세우셨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6). (312.8)
 B. 죄의 전수(傳授)
 지금까지 죄의 기원과 결과를 살펴보았는데, 죄는 행위뿐 아니라 상태로도 나타난다. 우리는 죄의 우주적 성격과 보편성을 포함한그본질을 연구하였다. 인간 개개인은 이러저런 상황을 통해 성경이 죄라고 일컫는 도덕적 부족과 영적인 결핍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비롯되었는가? 아담이 죄를 범했다. 그의 죄로 인해 내가 죄인이 되는가? 아니면 내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인이 되는가? (312.9)
 아담의 죄와 그의 후손들의 죄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다루는 주요 본문은 로마서 5:12-19이다. 여기서 사도는 아담의 죄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후에 그의 죄로 말미암아 어떻게 사망이 이르러 왔는지를 설명한다. 바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런 운명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로 화목을 얻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 안에서 또한 즐거워”할(롬 5:11) 이유가 있음을 보여 주는 데 있다. (313.1)
 어떻게 그런 화목이 이뤄질 수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행위는 개인적인 행동이다. 그분의 죽음은 죄를 위한 하나님의 희생제물이 될 수 있지만, 그런 개인적인 행동이 어떻게 죄로부터 다른 이들을 구원할 수 있단 말인가? 바울은 그의 독자들이 이런 질문을 일으키지 않도록 곧바로 그들의 주의를 아담에게 돌려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한다. “이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12절). “의의 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18절). 그러나 바울은 죄가 어떻게 아담으로부터 인류에게 전수되었는가에 대한 신학적인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그는 단지 인간 상황의 현실에 관해서만 말한다 즉 아담이 죄를 지었고, 따라서 온 세상이 죄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사망이 그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왕 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이 한 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17절). “한 사람의 순종치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의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19절). 바울은 고린도전서 15:21, 22에서도 이런 비교를 되풀이한다. “사망이 사람으로 말미암았으니 죽은 자의 부활도 사람으로 말미암는도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고전 15:21-22). (313.2)
 아담을 통해서 죄가 어떻게 전수되었는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의가 어떻게 전수되는지를 발견하려는 생각으로 로마서 5:12-19을 읽는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것이 바울의 의도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경험에서 죄가 실재하는 것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도 실재함을 보여 주려는 의도에 비추어 이 본문을 읽는다면, 죄는 패배당한 적이며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쁜 발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313.3)
 로마서 5:12-19을 통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죄가 아담으로 말미암아 비롯되었다는 것뿐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다는 점에서 죄는 보편적인 것이다. 죄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분리를 가져왔다.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과의 분리를 물려 받았고, 더 나아가 죄로 기우는 성향 그릇된 경향, 비뚤어진 식욕, 타락한 도덕성 그리고 육체적인 퇴화까지 물려받았다. 죄로 기우는 성향이나 죄에 유혹을 받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니다. 둘 다 하나님께 대한 반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죄에 굴복하고 죄의 행위를 저지름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범하는 것이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분리시켜 우리가 그분 앞에서 죄책감을 갖도록 한다. 우리는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하나님에 힘입어 죄 사함을 받을 수 있고, 은혜가 “의로 말미암아 왕 노릇 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생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21절)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가납함을 입을 수 있다. (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