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성격과 본질을 말하는 성경의 두드러진 견해는 죄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분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죄의 본질은 관계적인 것이며 그 표현은 반역적인 것이다. 그것은 악이나 구체적인 종류의 악이다. 그것은 보편적이나 그것의 현장은 인간의 마음이다. 그것은 상태일 뿐 아니라 행위이다. (300.1)
 A. 하나님에 대한 반역으로서의 죄
 하늘과 에덴에서 일어난 죄의 기원을 분석해 보면, 죄가 하나님과 그분의 뜻에 대한 반역으로 시작되었음이 드러난다. “지극히 높은 자와 비기리라”(사 14:14)고 한 루시퍼의 주장 그리고 자기 확신 가운데서 “하나님처럼 되리”라(창 3:5)고 하와에게 말한 유혹자의 제안은 죄가 하나님과 그분의 표현된 뜻에 대한 반역임을 나타낸다. 창세기의 기사는 죄가 단순히 드러난 행위가 아니라, 금단의 과일을 먹는 외적인 행위로 표현된 하나님께 도전하는 내적인 태도라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 준다. 하나님이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에 역행했다는 것을 하와가 알았다는 사실을 보면, 그녀의 불순종이 의도적인 반역의 행위였음이 드러난다. 후에 이사야는 이와 유사한 사상을 표현했다.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사 1:2). 다니엘은 그의 장엄한 기도에서 이스라엘의 죄를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범죄하여 패역하며 행악하며 반역하여 주의 법도와 규례를 떠났사오며”(단 9:5). 따라서 죄의 본질은 하나님에 대한 반역, 그분께 복종하기를 거부함(롬 8:7), 하나님에 대한 적개심(롬 5:10; 골 1:21)이다. (300.2)
 이런 원리는 오경에 나오는 대로 금송아지 사건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나님은 그런 행위를 실수가 아니라 반역으로 보시고, 이스라엘을 이렇게 질책했다. “너는 광야에서 네 하나님 야훼를 격노케 하던 일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오던 날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 늘 야훼를 거역하였으되”(신 9:7). 이와 마찬가지로 다윗의 탄식도 죄가 하나님을 거역하는 행위임을 보여 준다.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주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사오니”(시 51:4). 이런 반역에서 하마르티아(실패로서의 죄)와 아노미아(불법으로서의 죄)가 결합하여 하나님의 뜻에 대한 도전과 반역을 드러낸다(요일 3:4). 따라서 이렇게 함으로 죄를 짓는자는 자신이 하나님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반역이 이뤄진다. (300.3)
 B. 깨진 관계로서의 죄
 창세기에서 타락 후 벌어진 첫 번째 장면은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을 피하여 숨은 것이다(창 3:8-10), 반역으로서의 죄는 하나님 그리고 아담과 하와 사이에 존재한 관계를 파손했다. 거룩함과 죄는 공존할 수 없다.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내었고 너희 죄가 그 얼굴을 가리워서 너희를 듣지 않으시게 함이니”(사 59:2). 하나님과 인간의 분리는 죄책의 상태를 유발시킨다(사 53:6; 렘 2:22; 겔 22:4). 죄책에서 나오는 감정적인 경험은 평화의 상실(사 48:22), 내적인 비참함(미 7:1), 자기 연민(겔 20:43)등을 가져온다. 이사야가 말한 대로 하나님과의 깨어진 관계의 기본적인 증상은 내적인 불안감이다. “오직 악인은 능히 안정치 못하고 그 물이 진흙과 더러운 것을 늘 솟쳐내는 요동하는 바다와 같으니라 내 하나님의 말씀에 악인에게는 평강이 없다 하셨느니라”(사 57:20, 21). (300.4)
 바울은 이 관계적 국면에다 또 하나의 국면을 덧붙여, 하나님과의 이런 관계에는 믿음으로 사는 삶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로마서 14:13-23에서 사도는 두 종류의 삶을 언급한다. 첫째는 믿음의 행동을 내는 믿음의 영역에서 사는 삶이요, 둘째는 믿음과 상관없이 사는 삶이다. 그런 다음 바울은 죄의 관계적 측면에 있어서 결정적인 죄의 정의를 제공한다. “믿음으로 좇아 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이 죄니라”(23절). (300.5)
 이런 관계의 파괴는 수직적 측면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수평적 측면으로까지 확대된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쫓겨난 후에, 가인이 그의 동생 아벨을 살해하고 그 행동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뻔뻔하게 부인했을 때 수평적 관계의 파괴가 드러났다(창 4:8-10). 아벨의 살해를 놓고 하나님과 가인이 나눈 대화를 통해 두 가지 점이 드러난다. 인간이 동료 인간에게 도덕적 책임이 있음을 확인해 주며, 또한 그런 책임이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 지녀야 할 의무와 관련된다는 점이다. 죄는 이런 책임을 파괴하고 일체의 의무를 회피하려 한다 수직적인 무질서는 불가피하게 수평적인 무질서로 몰아간다. 사람들이 수평적 무질서를 교정하고 인간공동체 내에 조화를 확립하고자 하지만, 그런 시도가 어떤 것이든 결국 실패하여 수직적 측면의 부재로 이어지며, 그렇게 하여 인간의 역사는 죄와 깨어진 관계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301.1)
 깨어진 관계(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목사와 교인들, 이웃과 이웃 간의 관계)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자기를 위해 권력을 잡고 상대방의 권리를 유린하고 하나님의 의로운 계획에 도전하기 위해 높이 들린 자기 중심주의의 깃발을 올린 죄가 있다. (301.2)
 더 나아가, 죄로 인해 깨어진 관계는 수직적으로 그리고 수평적으로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마음은 죄 때문에 병들어 있으며, 따라서 개인들은 자신 및 죄로 인한 외적 환경과 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301.3)
 이사야 53:6은 죄의 보편성(“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며”)뿐 아니라 개인성(“각기 제 길로 갔거늘”)도 말한다. 선지자는 죄를 단체적인 것(“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진 백성이요”[사 1:4])과 개인적인 것(“나여 망하게 되었도다”[사 6:5])으로 본다. 죄가 개인적인 측면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쳐서, 인간은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자(렘 17:9), “패역한 백성이요 거짓말 하는 자식”(사 30:9), 도덕적으로 “부정한 자”(사 64:6)로 묘사된다. 더 나아가 바울은 죄가 지성을 어둡게 하여 인간 존재의 상태를 타락시키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이끌었다고 주장한다(롬 1:12-28). (301.4)
 개인의 도덕적 상태는 모든 종류의 악으로 가득 차있다.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군하는 자요 비방하는 자요 하나님의 미워하시는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한 자요 자랑하는 자요 악을 도모하는 자요 부모를 거역하는 자요 우매한 자요 배약하는 자요 무정한 자요 무자비한 자라”(29-31절). (301.5)
 바울은 개인의 이런 황폐한 상태에 덧붙여 로마서 7장에서 각인이 맞닥뜨리는 도덕적 딜레마를 묘사한다. “나의 행하는 것을 내가 알지 못하노니 곧 원하는 이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그것을 함이라∙∙∙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 바 악은 행하는도다”(롬 7:15-19). (301.6)
 죄인은 자아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 내적으로 관계적 모순에 봉착해 있다 죄의 세력은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인간 존재가 무력하여 이상을 누르는 현실의 강렬한 압력을 깨뜨릴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소리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24절). 이렇듯 무력하고 가련한 상태가 깨어진 관계의 종국적인 결과인 것이다. (301.7)
 C. 상태로서의 죄
 죄에 대한 성경의 개념은 죄를 상태로 묘사함으로 그것의 복잡성을 말해 준다 죄는 전존재에 침투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맘속에 자리 잡고 있다(롬 7:20). 죄는 마치 나라에 침입하여 점령 세력이 된 적군처럼 인간의 마음과 몸을 접수하여 다스리는 세력이 되었다. 그 점령은 철저하고 부패는 전면적이어서, 죄인 속에는 선한 것이 아무것도 거하지 않는다(18절). 이렇게 바울은 죄가 단순히 외적인 행동 도덕적 실패나 비정상적인 힘이 아님을 보여 준다. 죄는 인간의 마음에 침입하여 다스리는 악마적인 세력이다. 그것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세력이다. 바울은 “육신”(롬 8:6)이나 “죄의 법”(2절)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죄가 인간의 맘속에 자리 잡은 상태이며 거기서부터 그의 외적인 행동을 통제한다는 점을 말한다. 여기서 육신은 단순히 육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죄의 법은 단순히 일련의 규칙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육신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본성이고 죄의 법은 하나님께 반역하는 상태이다. 상태로서의 죄를 구성하는 것은 바로 계속적으로 하나님께 반역하고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을 몰아내는 상태이다. (301.8)
 이토록 철저한 점령에서 무엇이 나오는가? 인격체가 분열되고 혼란되는 비극이다.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의 소욕은 육체를 거스르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으로 너희의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갈 5:17). (302.1)
 죄는 하나님의 창조의 면류관이며 하나님의 형상의 소유자인 인간을 타락시켰다 죄는 더 이상 개인의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존재의 상태 곧 그 사람의 지체들을 통제하는 상태로 묘사된다(롬 7:20, 23). 존재의 놀라운 재능들, 곧 생각하고 선택하고 창조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죄에 사로잡혀, 이상과 현실은 인간의 마음 및 육체와 끊임없는 갈등상태에 있다. (302.2)
 바울은 자기 속에 투쟁이 있음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다. 즉 그가 그의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기뻐하지만 자신이 죄의 법에 사로잡혀 가는 것을 보면서 비참하게 이분되어 있음을 의식한다(22, 23절). 그가 행하기를 원치 않는 것은 행하고 그가 행하기를 원하는 것은 행할 수 없다. 부패하고 죄된 본성이 죄된 행위에 굴복한다. 예수님이 말씀한 대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 증거와 훼방이다”(마 15:19). (302.3)
 D. 구체적인 종류의 악으로서의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