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왜 물이 동할 때 제일 먼저 뛰어들면 낫는다는 전설이 있었을까? 이유는 백성의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베데스다 연못의 용천을 천사가 가끔 내려와 물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헛되게 믿게 됐다. 그리고 누구든지 물이 동할 때 물 속에 제일 먼저 뛰어 들면 어떤 병을 가졌든지 나음을 받는다는 허무맹랑한 소리가 퍼졌다. 이 황당 무계(荒唐無權)한 전설 때문에 세상 의학에 절망한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이 마지막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가지고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던 것이다. 대부분이 들것에 들려서, 어떤이는 등에 업혀서 죽을 힘을 다해 이곳에 왔다. 연못가 행각에는 그곳에 아예 누워 있는 소경, 절뚝발이, 중풍 병자, 혈기 마른 자, 그리고 날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각양 각색의 환자들, 또한 그들을 데리고 온 수많은 사람들로 두루 섞여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요술적(妖術的) 치료를 믿고 헛된 기적의 소망을 안고 연못가에 와서 아예 밤을 지새우는 환자들도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그들에게는 물이 동하는 때에 제일 먼저 연못 안에 뛰어드는 것이 최대의 희망이었다. 때때로 물이 동할 때에 힘이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발로 밟고 서로 다퉈 물에 뛰어 들었으며 간혹 가련한 여인들과 힘없는 아이들이 물에는 뛰어들지 못한 채 밟혀 죽는 진풍경(珍風景)도 벌어지곤 했다. 모두 다 이기적이고 경쟁에 광분(狂奔)해 있었다. 사실 연못에는 한 번도 뛰어들어가 보지 못한 채 거기서 기다리다 그만 지쳐 죽고 마는 환자들도 많았다. 실로 얼마나 애처로운 장면인가! 하나님께서 과연 그와 같은 치열한 생사 투쟁(生死鬪爭)을 통해 오직 승리한 자만 치유해 주실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런 생각은 복음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물이 동할 때 제일 먼저 뛰어들어 치유의 기적을 체험하려고 광분하는 것은 마치 허망한 신기루(3氣樓)를 잡으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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