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과 술 제 8 장 한국과 술 1. 통계로 본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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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는 물보다 술이 많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의 술문화를 보고 표현한 문구이다. 어디서든지 술을 사고 마실 수 있고, 술주정을 대수롭지 않게 애교로 보아주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또 애주가 치고 악인은 없다는 통념과 술을 마셔야 사업이 제대로 된다는 잘못된 접대 문화로 인하여 술의 소비량은 가히 기하 급수적이다. (274.1)
 1987년 경제 기획원이 발표한 우리 나라 사회 지표에 의하면 전국의 음주 인구는 41.6% (남자 67.8% 여자 17.8%)로 이들 중 51.2%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주 횟수를 보면 전체 인구의 4.8% (남자 9.2%, 여자 0.8%)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고 응답했고 특히 음주 인구 중 19세 미만 청소년이 10%나 됐다. 그런데 1990년 경제 기획원 조사 통계국이 발효한 사회 지표에 의하면 여성의 0.8%, 남성의 11%가 매일 술을 마신다는 것을 보여 주고, 음주 인구는 전체의 평균 57%에 달했으며, 남성은 85.3%, 여성은 32.1%가 다소간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비교하여 볼 때,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274.2)
 주류 소비량
 가히 기하 급수적이란 표현이 국내의 주류 소비량, 개인당 주류 소비량을 언급하는 데 적합하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의 통계를 한번 살펴보자. (274.3)
 1985년 국민 1인당 소비량은 약 57.6리터로 도매 물가로 계산하여 약 1조 1천 600억원이 소모되었다. 1986년 국민 1인당 소비량 (병)은 맥주 33.1병, 소주 45.8병, 막걸리 11.4병 등으로, 모두 237만여 kl에 달한다. 1 인당 총 58.9 리터를 마신 셈이다. 이 양을 전부 5백 ml짜리 맥주병에 담근다면 모두 47억 4천만 병이 되어 한줄로 죽 쌓아 올리면 평균 거리 38만 4천 4백 km로 지구와 달 사이를 한 번 갔다 오고 다시 한 번 가는 길이가 된다. (274.4)
 그런데, 이 양은 우리 나라의 성인 남자가 1주일에 소주 2~3병을 마신 결과가 된다. 1 인당 58.9 리터 정도 마셨다고 하지만 20 세 이상의 남자가 주로 술을 마신다고 볼 때, 1년 동안 성인 남자 한 사람이 235리터의 술을 마신 셈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20세 이상의 성인 남자들이 소주 2홉들이 1백 43.1병, 맥주 4흡들이 129.1병, 막걸리 72.4병, 위스키 0.54병 마신 셈이다. (274.5)
 1987 년 국민 1인당 소비량은 57.8 리터로 맥주 32.5병 (3.6 홉), 소주 48.2병 (2홉), 막걸리 20.1리터 등을 마신 것으로써, 전년도에 비해 3.5% 증가한 것이다. 술값으로 2조 7천 6 백원이 소비되었다. (275.1)
 1988년 국민 1 인당 소비량 (병)은 맥주 39병, 소주 47.3병, 막걸리 10.9되 등 총량 61.3 리터로서 전년도에 비해 전체 술 소비량이 5% 증가하였다. (275.2)
 1989년 국민 1 인당 소비량 (병)은 맥주 57.6병, 와인 0.22병, 청주 0.93병, 고량주 0.35병, 소주 46.2병, 위스키 0.29병, 진 0.27병, 탁, 약주 22.6병 등이다. (275.3)
 1990년 국민 전체가 쓰는 돈은 도매 가격 기준 2조 4천 448억원으로서, 국민 1인당 5만 6천 850원 꼴이며, 소매 관계에서 붙는 마진을 감안하면 1인당 술값은 더 커지게 된다. 도매 관계의 술값으로 따져도 1 년간 술값이 1991년 예산중 고속도로, 국도 등 모든 도로 투자에 들어가는 돈보다도 많고 1백만 kw짜리 원자력 발전소 1기(基)를 지을 수 있는 돈이다. (275.4)
 1991년 국민 1 인당 소비량은 64.1 리터로 1990년도에 비해 4.9%가 증가하였다. 맥주는 55(3.6홉)병으로 20.9% 증가하였고 소주는 43(2홉)병으로 3.4%가 감소하였으며 탁주는 11리터로 전년에 비해 20.2%가 감소하였다. (275.5)
 세계보건기구 (WHO)가 1985년 한국은 세계 제 1의 음주국이라는 보고를 공개하였을 때에 음주 문화에 대한 자성론이 일어났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960년대만 해도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던 한국인의 1인당 술소비량이 지난 20년 간 무려 662%나 늘어나 1981년 현재 연간 9.2 리터로 세계 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보고가 발표되자마자 국내 주류 업계와 국세청은 세계 보건 기구의 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하여튼 우리 나라 국민들이 마시는 술의 양이 전술한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1인당 약 60리터이고 이 중 알코올 농도 40% 이상인 화주(火酒) 소비량은 세계 제 4위에 이른다. 20년 전까지는 평범한 음주가이었던 한국인들이 술고래가 된 이유는 전통적 가치관과 도덕의 붕괴, 물질적 풍요와 향략 선호 사회 구조, 급격한 사회 발전으로 인한 정신적 위기와 그 스트레스들이 이유일 것이다. (275.6)
 알코올 의존 증후군 사망자
 경제 기획원 조사 통계국이 1985년의 사망 원인 통계 연보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 증후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은 사망자는 한 해 동안 남자 234명, 여자 18명, 도합 252명으로 집계되었고 의사의 진단은 없으나 알코올 의존 증후군으로 죽은 것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망자는 473명(남자 445명, 여자 28명 )으로 나타났다. 이들 알코올 의존 증후군 사망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층이 45~49세로 40대 후반이다. 우리 나라 국민이 일생 동안 한번 이상 정신 불건강 상태를 경험하는 비율은 전체의 40% 정도인데 이중 22% 가량은 알코올 남용과 관련되어 있다는 통계다. (276.1)
 범죄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왕자가 술꾼에게 묻는다 “아저씨는 왜 술을 마시나요?” “잊기 위해서란다”고 술꾼이 대답하였다. “뭘 잊어버리겠다는 겁니까?” “부끄러운 걸 잊으려는 것이야.” “부끄럽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술 마시는 게 부그러운 거야.” 그렇다! 브끄러운 것이다. 특히 술을 마시고 생기는 범죄 행위들이 다양하고 엄청나기에 음주자는 창피한 줄을 알아야 한다. 술로 인한 각종 범죄는 엄청나고 그로 인한 재정적 손실도 막대하기에 수치로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아직도 우리 나라는 술을 마시고 일어난 각종 범죄들을 통계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일례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가늠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276.2)
 성인 남자의 68%가 음주자인 미국 사회에서는 1년에 10만 명의 목숨이 술로 인하여 희생되는데 이것은 불법적인 모든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망보다 25 배나 많은 숫자이다.1 1986년 전미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중독 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알코올은 미국 내의 살인, 자살, 사고의 거의 절반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약 3만 명의 미국인들이 경변증 (硬變症)이라고 알려진 치명적인 간장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한 해 미국에서 일어나는 교통 사고로 인하여 약 1천 500만 명이 해를 입는데, 1987년에는 약 5만 명이 죽고 3백만 명이 신체적인 상해를 입었다. 이 사망자와 부상자의 반 수가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가 사고를 입거나 사고를 내었다. 술을 마시고 방화, 익사, 실족 등으로 사망한 숫자도 엄청난데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의 40%가량인 2천 명이 알코올로 인한 것이라고 계산하여 냈다.2 (276.3)
 미국에서 1년 간 일어나는 3만 건의 자살 중, 1만 건이 자살할 때에 알코올을 마셨거나 마시고 있는 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알코올과 연관되어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1 년에 1만 건이다. 하여간 알코올과 관련된 사망자는 1 년에 약 15만 명 정도이다.3 (277.1)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알코올로 인하여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1987년 갤럽 조사에 의하면 네 가정 중 한 가정이 알코올로 인하여 고통당하고 있다고 한다.4 미 의회에 제출된 한 연구 보고에 의하면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가정의 이혼율은 일반 가정보다 약 7배나 높다고 한다. 또 미국내의 소송 사건의 40%가 술과 관련 있는 사건들이다.5 이 보고서는 또 배우자 학대의 45~60%가 알코올 때문이라고 한다. (277.2)
 범죄에 관련된 통계를 마지막으로 살펴보자. 72%의 절도 사건에 알코올이 연루되어 있고, 성적 공격자의 50%와 강간 피해자의 31%가 알코올에 연루되어 있다. 알코올이 연루된 강간 사건의 63%는 두 쪽 (가해자와 피해자)이 모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로 밝혀졌다. 폭력 행사자의 72%와 피해자의 79%가 술취한 자들이었다. 살인자의 86%, 그리고 피해자의 40~60%가 술취했었다는 통계 결과로 나왔다. (2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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