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성경의 기록
 인간 및 인간의 기원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성경 전반에 흩어져 있지만, 그 중에서도 창세기 1장2장이 가장 구체적으로 이 주제에 관해 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창세기의 첫 두 장은 지난 여러 세기에 걸쳐서 이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자료로 여겨져 왔다. (252.1)
 안타깝게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두 장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들이 때때로 더 이상 하나의 묶음으로 여겨지지 않고 창조에 대한 각기 다른 이야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창세기 2:4에서는 창세기 1:1-2:3의 이야기(창조 이야기)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낙원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낙원 이야기는 따로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라 창조 이야기에 대한 보충적인 설명이다(참조 창조 I. B. 1-3). (252.2)
 창조 이야기는 하나님의 창조 능력을 통해 존재하게 된 삶과 기쁨의 기원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반면에, 낙원 이야기는 사람의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시작되고 이 세상에 고통이 존재하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 두 번째 이야기에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 대한 암시가 다시 등장하긴 하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이전 이야기와 다른 점을 지닌다. 이 두 이야기의 전개 순서가 서로 다른 것은 각 이야기의 내적 필요에 따른 것이지 사건들의 발생 순서에 대해서 각각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낙원 이야기는 창조 이야기와 그 견해가 일맥상통하며, 또한 사용한 언어나 이야기의 구성에 있어서도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 같은 통일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야기의 상이한 부분들이 뜻하는 바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마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253.1)
 이 통일성의 실례 중 하나가 바로 먹는 것과 관련된 규범이다. 창세기 1:29, 30에서 최초의 부부에게 “씨 맺는 모든 채소”“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 즉 곡식들과 과일들을 먹으라는 명령이 주어졌다. 동물들에게는 그와는 달리 “푸른 풀”이 먹이로 주어졌다. 따라서 창세기 2:8, 9에 나오는 과일나무들이 있는 동산은 아담과 하와가 살기에 적합한 장소였음이 분명하다. 뱀이 여자에게 처음으로 한 말에서 우리는 그가 자기의 음식물에 대한 제한사항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말을 적절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히브리어 아프 키) 하나님께서 ‘너는 동산의 어떤 과일도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면 어찌되었겠느냐?”(참조 창 3:1). (253.2)
 창세기 1장2장은 만물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를 묘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고, 단지 누가 무엇을 창조하였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 기록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만물이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사람의 창조의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이것을 묘사하는 것이 성경 기자가 가지고 있던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253.3)
 B. 인간 속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함을 받았다는 것을 확증해 주는 핵심 성경구절은 창세기 1:26, 27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53.4)
 1. 창조물 가운데서 사람이 지니는 위상
 하나님의 창조물 중에서 인간 부부가 차지하는 위상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 “하나님의 형상”의 의미 그리고 이와 연관된 성경구절들을 고찰해야 한다. (253.5)
 a.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
 옛 철학자들(예를 들어 플라톤)은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세상을 창조해야만 하셨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성경의 가르침은 그들의 생각과 다르다. 하나님은 자신이 소유하신 어떤 속성에 의해 무엇인가를 창조하도록 강요당하지 않으신다. 그는 자기 자신의 자유로운 뜻에 따라서 창조의 일을 하시며, 그 일을 통해서 그의 선하심과 지혜와 권능 즉 그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우리는 시편 19:1-4에서 그런 암시를 찾아볼 수 있다. (253.6)
 인류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가 우주 합창단의 일원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그가 원하시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는 오히려 그가 하나님과 사랑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참조 시 100:1-4). (253.7)
 b. 하나님의 자화상
 창조 이야기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우선적으로 자연 환경 속에서 서로 쌍을 이루는 세 종류에 대해서 언급하셨다. 빛이 어둠과 분리되었으며(첫째 날, 창 1:3-5), 물이 공기로부터 분리되었고(둘째 날, 6-8절), 땅과 초목이 바다로부터 분리되었다(셋째 날, 9-13절). 그런 후에 그는 그 자연 환경을 거주자들로 채우셨다. 그는 궁창에 낮과 밤을 주관하는 광명을 두셨고(넷째 날, 14-19절), 공중에 날짐승들과 물속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두셨으며(다섯째 날, 20-23절), 초목이 덮인 땅에는 육축들을 두셨다(여섯째 날, 24, 25절).(참조 창조1. A. 1-10) (254.1)
 이 모든 일이 다 끝난 후에야 비로소 사람이 창조될 준비가 마쳐졌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26, 27절). (254.2)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존재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인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태양은 호수의 수면에 자기의 형상을 투영하고, 화가는 태양의 그 형상을 캔버스에 그림으로 그린다. 이 둘 모두가 태양의 형상이긴 하지만 동일한 의미에서의 태양의 형상은 아니다. 전자는 태양 자체가 투영한 형상으로, 태양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빛을 나누어 받은 그 광휘의 일부분이다. 후자는 태양의 형상으로 도안된 것이긴 하지만 캔버스 위에서 그림물감에 의해서 만들어진 형상에 불과하며, 또한 거기에는 태양이 직접 방사한 그 어떤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254.3)
 그리스도께서는 본성적인 면에서 영원한 하나님의 형상이시다. 그분은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다(히 1:3). 진실로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시다(골 1:15). 또한 그는 창조자로서 사람을 만드신 분이시기도 하다.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라는 말씀에 근거해 볼 때 사람을 만드신 것이 신성 전체가 하신 일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일원으로서 그 일에 참여하셨다. 사람은 하나님의 존재 자체의 확장적인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독창적으로 고안해서 만드신 그분의 초상이라는 의미에서 그의 형상이다. (254.4)
 c.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개념과 연관된 언급들
 이교의 철학자들은 이 세상을 창조주의 형상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서 성경은 오직 사람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창 1:26, 27; 고전 15:49). 창세기 1:26, 27의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형상이 창조된 물질세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가 정상이라는 점과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