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기원후 65년, 예루살렘 또는 그 근방에 사는 예순 살 된 유대계 그리스도인이라고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약 25년 전 당신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때 당신은 예수께서 수년 안에 돌아오실 것이라고 분명히 기대했다. 어쨌든 그분 스스로, 그분의 백성을 위하여 거처를 준비하시고 나면, 그분께서 다시 오셔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요 14:3)고 약속하셨다. 그리고 그분의 승천 직후에 천사들도 제자들에게, 그분이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행 1:11)고 확언하였다. (369.1)
 하지만 25년이 지난 후 예수님은 오시지 않고, 당신의 신앙은 흔들리며, 혹시 그리스도인들이 지금까지 내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어렸을 때 예루살렘 성전과 관련된 모든 의식들은 당신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사실 다른 그리스도인 친구들도 그렇듯이 당신은 지금도 때때로 그 의식에 참예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예루살렘과 유다에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편견은 억압적이다. 조롱당하는 것은 다반사고, 많은 경제적인 기회들도 당신에게는 주어지지 않으며, 당신의 상황은 불안하다. 모든 유대인들이 끊임없이 그리스도인들을 법적으로 고소할 거리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느 날 당신은 몇 명의 친구들에게 어쩌면 유대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느낌도 당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369.2)
 신약의 히브리서는 이와 같이 예수에 대한 신앙이 흔들리고, 유대교로 복귀하는 것을 고려하는 유대인 기독교도들에게 주어진 권면인 것이 거의 분명하다. 유대교는 그들에게 여전히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한 성숙한 유대계 그리스도인이 이렇게 흔들리는 동료 신자들에게, 과거의 그들에게 그토록 의미 있었던 의식(儀式)들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해 주기 위하여 히브리서를 썼다. 그리스도께 대한 그들의 믿음을 굳게 붙잡도록 격려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369.3)
 히브리 종교력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하게 준수하는 절기는 물론 속죄일이었다. 이 날은 지나간 1년 동안 저지른 모든 죄가 이스라엘 진영에서 영원히 제거되는 날이었으며, 백성은 그들과 그들의 성소가 모두 영적으로 완전히 씻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히브리서의 저자가 흔들리는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글을 쓰면서, 속죄일에 대하여 여러 번 언급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어떤 해석자들은 히브리서에 속죄일이 대한 언급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을 그 책에서 저자의 논리 전개에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로 간주하기도 한다. 예컨대 데스먼드 포드는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사역이 히브리서의 주요 주제이며, 대제사장의 독특한 사역은 속죄일 봉사뿐이다.”1) “속죄일이 사도의 마음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2)라고 말한다. 따라서 내가 이 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검토하려고 하는 이슈는 히브리서, 특히 8-10장의 주제이다. (370.1)
 내가 이해하는 대로, 포드가 히브리서의 주요 주제가 속죄일이라고 여기는 데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책 전체에 걸쳐서 저자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임재 앞에, 즉 그분의 보좌실에 들어가셨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포드는 그것을 오로지 지상 성소의 지성소 칸의 원형으로만 본다 또 지상 성소의 지성소 안에서 거행되는 유일한 활동은 대제사장의 속죄일 의식뿐이었으므로, 포드는 그리스도가 성부의 임재 앞에 서있거나 그분의 보좌에 함께 앉아있다고 하는 언급은 모두 속죄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단정한다. 히브리서 문제를 다루는 그의 글래시어뷰 원고 제2장에서, 그 장의 중심 논지는, “속죄일” 표상의 성취로,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부활-승천 사건으로 말미암아 성소의 둘째 칸으로써 예시된 봉사에 들어가셨음을 히브리서는 명백하게 단언한다.3)라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서 포드는 히브리서에서 그리스도가 하나님과 함께 계신 것을 언급하는 모든 본문과, 그리스도가 “휘장 안에” 들어가셨다고 하는 6:19, 20을 또한 인용하였다. 이 직전의 두 장에서 그 본문들을 다루었으므로 그 논의를 여기서 다시 반복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370.2)
 속죄일이 히브리서의 주제라고 여기는 포드의 두 번째 이유는 히브리서 8-10장에 있는 속죄일에 대한 언급들이다. 이제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하여 이야기할 것이다. 속죄일이 정말 히브리서 8 -10장의 중요 주제인가? 나는 그 대신에 이 장들의 주제가 옛 언약과 새 언약이며, 그 대목 내내 히브리서의 저자는 옛 언약에 대한 새 언약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증하려고한다. 두 언약에 각각 성소가 있으므로, 저자는 그리스도께서 하늘 성소에서 드리는 희생과 봉사가 지상 성소에서 제사장들에 의하여 수행되는 봉사보다 우월함을 또한 강조한다. (371.1)
 히브리서 8-10장을 상세하게 검토하는 것은 이 책에서 본 장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요약하고 꼭 필요한 단어, 구절, 문장들만 여러분에게 소개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논란의 여지없이 속죄일임이 확실한 네 번의 언급과 주석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한 구절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이 장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그것을 먼저 읽어보면 나의 설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371.2)
 히브리서 8장
 히브리서 8장은 두 부분으로 쉽게 나눌 수 있다 (371.3)
 전반부, 1-6절.
 이 구절에서 저자는 예수가 하늘 성소의 대제사장이라고 설명한다. 지상 성소는 그것의 사본이다 지상 성소에는 희생을 드리는 제사장들이 있었으므로, 하늘 성소의 대제사장인 그리스도 역시 “무엇인가 드릴 것이 있어야”(3절) 한다. 8장의 전반부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제 그[예수]는 더 아름다운 직분을 얻으셨으니, 그는 더 좋은 약속으로 세우신 더 좋은 언약의 중보자시라”(6절). 이 절에서 핵심 단어는 언약이다. (371.4)
 후반부, 7-13절.
 7절에 저자는 “저 첫 언약이 무흠하였더라면 둘째 것을 요구할 일이 없었으려니와”라고 말했으며, 이어지는 몇 절에서도, 하나님이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과 더불어”(8절) 새 언약을 제정하실 것이라고 예언하는 긴 구절을 예레미야서에서 인용한다. 이 언약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을 떠날 때 그들과 맺으신 언약과는 같지 않을 것이었다(9절). 이 새언약에서는 그분께서 “[그분의] 법을 그들의 생각에 두고, 그들의 마음에 이것을 기록”(10절)할 것이었다. 그 장의 마지막 절은 ‘새 언약이라’ 말씀하셨으매 첫 것[언약]은 낡아지게 하신 것이니, 낡아지고 쇠하는 것은 없어져 가는 것이니라”라고 말한다. (372.1)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내 생각에 8-10장의 주제는 옛 언약과 새 언약의 대조이며, 저자의 강조점은 옛 언약이 하나님의 백성의 생각과 마음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데 효력이 없었으나 새 언약은 이러한 변화를 분명히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옛 언약이 본질적으로 효력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속죄일을 포함한 구약의 성소 봉사 전체를 예로 든 것이다. 그러한 대조로써 그는 그리스도의 하늘 성소 봉사가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효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372.2)
 히브리서 9장
 9장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372.3)
 제부, 1-10절.
 1-10절에서 저자는 구약의 성소를 묘사한다. 1절“첫 언약에도 섬기는 예법과 세상에 속한 성소가 있더라”라고 말하며, 이어지는 아흡 절에서 저자는 성소의 양쪽 칸에 있던 기물들과(2-5절), 제사장들이 양쪽 칸에서 수행한 봉사(6, 7절)에 대하여 묘사한다. 7절에는 히브리서 8-10장 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속죄일을 가리키는 언급들이 들어있다. 저자는 “오직 둘째 장막 [지상 성소의 지성]은 대제사장이 홀로 일 년에 한 번 들어”갔다고 말한다 “일 년에 한 번” 드리는 대제사장의 봉사는 명백히 속죄일을 가리킨다. (372.4)
 8절에서 저자는 하늘 성소를 언급한다 “성령이 이로써 보이신 것은 첫 장막이 서 있을 동안에는 성소에 들어가는 길이 아직 나타나지 아니한 것이라.” “성소”(〈새제임스왕역〉에는 “Holiest of All,”“지성소”)라고 번역된 말은 그리스어로 톤 하기온(ton hagion)인데, 이것은 타 하기아(ta hagia)의 소유격이다. 저자가 “성소”(sanctuary, 즉 전체 성소)를 말하는 것인지 “지성소” 칸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자들 간에 의견이 다르다. 이것은 내가 다음 장에서 다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톤 하기온이 나오는 부분을 언급할 때도 주격인 타 하기아를 쓸 것이다. (373.1)
 제2부, 11-1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