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그림자 제7편 가을 연례 절기 제 29 장 속죄일-둘째 칸의 봉사
 7월 10일은 속죄일(贖罪日)이었다(레 23:27). 그날은 연례적 봉사 가운데 다른 어떤 날보다도 더 신성하게 여겨졌다. 그날은 하나의 예식적인 안식일이었고 또한 금식일이었다(레 23:30). 그날에 자기의 영혼을 괴롭게 하지 않는 이스라엘 사람은 그 백성으로부터 끊어졌다(레 23:28~30). 그날은 오늘날까지도 매우 신성하게 여겨진 나머지, 비록 유대인들이 그리스도를 거절했고, 또한 안식일을 존중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지만, 아직도 7월 10일이 되면, 어떤 유대인도-그가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 하더라도-그날에는 아무런 사업도 일도 하지 아니할 것이다. (209.1)
 속죄일에는 여러 희생제물이 드려졌다. 대제사장은 그날의 정규 봉사에 들어가기 전에 자기 자신과 자기의 집을 위하여 수송아지 한 마리를 드렸다(레 16:6~14). (209.2)
 그날의 주된 봉사는 염소를 드리는 일이었다. 두 마리의 염소를 성소 문으로 데려와서는 그들 위에 제비를 던져서, 하나는 여호와를 위하여, 다른 하나는 아사셀을 위하여 뽑았다(레 16:8). 대제사장은 여호와를 위한 염소를 잡았다. 그러고는 화려한 의상들을 입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들의 이름들이 적힌 거룩한 호마노 보석들을 양 어깨에 붙이고, 그 염소의 피를 가지고 지성소 안으로 들어갔다. [“역자의 부록” 참고] (209.3)
 그는 여호와 앞의 단으로부터 가져 온 숯불을 가득 담은 금향로를 들고 한 손에는 향을 수북이 쥐고서 둘째 휘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 향을 향로 안에 있는 숯 위에다 놓았다. 그리하여 그가 속죄소 위에 있던 크룹들 사이에 나타난 바와 같은 하나님의 보이는 임재 앞으로 나아갔을 때에, 그 향기로운 향연은 그를 덮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 피를 찍어서, 하나님의 어겨진 율법위에 있던 속죄소 위에 그것을 뿌렸다. 그 다음에 그는 첫째 칸으로 나가서 금단(金壇)의 뿔들에다 그 피를 발랐다(레 16:15~19). “지성소와 회막과 단을 위하여 속죄하기를 마친 후에” 그는 뜰로 나갔다. 표상적으로 대제사장은 이스라엘 자손이 자백하여 성소로 전가시킨 모든 죄를 이제 자기 자신이 짊어졌다. 그 다음에 그는 “두 손으로 산 염소의 머리에 안수하여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불의와 그 범한 모든 죄를 고하고 그 죄를 염소의 머리에 두”었고, 그 염소는 “미리 정한 사람에게 맡겨 광야로 보”내졌다. 그 염소는 그들의 모든 불의를 지고 “무인지경(無人之境)”“분리의 땅”으로 끌려갔다(레 16:20~22). (210.1)
 대제사장은 회막으로 도로 들어간 다음, 그의 화려한 제사장복을 벗어두고 다른 예복을 입었다(레 16:23). 그 후 다시 뜰로 들어와서는 그 뜰을 피의 부정으로부터 정결케 했다. 성소 안으로 가져간 피를 흘리고 죽은 짐승들의 시체들은 진영 밖으로 옮겨져서 불살라졌다. 속죄일의 해가 졌을 때, 그 죄들은 모두 “분리의 땅”으로 옮겨졌으며, 오직 재만이 그 죄들을 상기시키는 물질로 남아 있었다(레 16:24~28). (210.2)
 이와 같이 함으로써 이 지상에 온 매 영혼의 영원한 운명을 결정짓게 되는 천상의 역사(役事)에 대한 표상이 이행되었다. 모형과 그림자에 있어서 이스라엘의 회개한 죄들은 1년 내내 성소로 전가되었고, 성소를 정결케 하는 것은 그 죄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하늘에 있는 것들의 모형은 이런 것들[짐승들의 피]로써 정결케 할 필요가 있었으나 하늘에 있는 그것들은 이런 것들보다 더 좋은 제물로 할지니라”(히 9:23). (211.1)
 모든 죄는 하늘에 계시는 주 앞에 표시되어 있다(렘 2:22). 죄들이 자백되고 용서를 받을 때, 그 죄들은 가림을 받는다(시 32:1). 죄들이 성소로 전가되던 일은 이 일을 표상하는 것이었고, 그 성소에서는 제사장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휘장 앞 금단의 뿔들 위에 묻어 있던 속죄제의 핏자국을 본 적이 없었다. (211.2)
 죄에 대한 기록이 언제까지나 하늘 책에 남아 있거나 또는 그리스도께서 언제까지나 세상 죄들을 짊어지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모형적인 봉사가 한해의 끝에 이행되었듯이, 하늘 성소를 정결케 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제사장 직무의 끝 무렵에 이루어질 것이다. 하늘 성소를 정결케 하는 일은 기록들을 심사하는 일-조사심판-을 필요로 한다. (211.3)
 지상 성소는 매년 제7월 10일에 정결케 되었으나 하늘 성소는 단번에 정결케 될 것이다. 이 일은 2,300 주야의 예언적 기간의 끝에, 곧 A.D. 1844년에 시작되었다(단 8:14). 표상적 봉사에서 여호와께서는 속죄일에 지성소로 들어가셨는데, 이것은 그분이 친히 그곳에 임재하시리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레 16:2). 그러므로 속죄일의 봉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대제사장은 특별히 준비를 했던 것이다(레 16:4~6). (211.4)
 선지자 다니엘은 하늘 성소에서의 실체적인 봉사에 관한 이상을 받았다. 그는 그것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212.1)
 “내가 보았는데 왕좌가 놓이고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좌정하셨는데, 그 옷은 희기가 눈 같고, 그 머리털은 깨끗한 양의 털 같고, 그 보좌는 불꽃이요, 그 바퀴는 붙는 불이며, 불이 강처럼 흘러 그 앞에서 나오며, 그에게 수종하는 자는 천천이요, 그 앞에 시위하는 자는 만만이며, 심판을 베푸는데 책들이 펴 놓였더라”(단 7:9~10). (212.2)
 성경은 동양의 한 나라에서 기록되었는데, 그곳의 관습은 손님들을 위하여 자리를 “깔아 놓는”(cast down) 것이다. 「개역판」(RV)은 위의 성경절 첫 부분을 “내가 보았는데 왕좌가 베풀어졌다”(“I beheld till the thrones were placed”)고 번역하였다. 아버지의 왕좌의 위치가 변경되었다. 다니엘은 왕좌가 놓이는 것 또는 베풀어지는 것, 다시 말해서, 그 위치가 변경되는 것을 보았고, 이어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 곧 아버지께서 그 왕좌 위에 좌정하시는 것을 보았다. 환언하면, 다니엘은 그 아버지의 보좌가 하늘 성소의 첫째 칸으로부터 둘째 칸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의 주의는 큰 바퀴들에게 쏠렸는데, 그것들은 무한하신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보좌 밑에서 움직일 때, 타오르는 불처럼 보였다(겔 10:1~22). 천천만만의 천군들이 그 장엄한 광경을 목격하기 위하여 모여들었다. 여호와께서 세상을 심판하시기 위하여 보좌 위에 좌정하셨을 때, 천만인이 그에게 수종들었다. (212.3)
 거울이 얼굴의 모습과 특징을 아무리 정확하게 묘사해 준다 하더라도 하늘의 책들이 개인의 생애의 기록을 묘사하는 정확성을 따를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는다(계 20:12). (213.1)
 이 광경을 바라보라. 아버지께서 심판의 보좌에 앉으셨다. 그들의 사건들이 하나님 앞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부리는 영”으로 활약해 온 천사들은 명령에 응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서 있다. 책들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아직 미비한 것이 있다. 이제 다니엘의 주의는 승리를 거두고 아버지 앞으로 구주를 인도해 들이는 “하늘 구름”-천만 천사들-에게로 향한다(단 7:13~14). 때때로 지상의 군인들은 유혈과 살육의 전쟁터에서 그들을 혁혁한 승리로 이끌어 준 사령관들을 그들의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천사장이요 하늘 군대의 사령관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많은 전쟁터에서 천사들을 인도해 오셨다. 천사들은 모든 의(義)의 대 원수가 하늘로부터 쫓겨날 때, 그리스도의 지휘 하에서 싸웠다. 그들은 그들의 사령관께서 잃어버림을 당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치욕스런 죽음을 당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분의 명령에 따라 급히 출동하여, 많은 영혼들이 사탄에게 정복당하는 것으로부터 구원해 내었다. 이제는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왕국을 받으시며 그분의 신민(臣民)을 요구해야 할 때가 왔고, 천사들은 의기양양하게 그들의 힘 있는 사령관을 심판석 앞으로 메고 가기를 열망하고 있다. 심판석 앞에서 책들이 생애의 기록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추어낼 때,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 앞과 셀 수 없는 천사들의 무리 앞에서 매 승리자의 이름을 시인하신다(계 3:5). (213.2)
 하나님의 보좌는 움직일 수 있도록 된 구조물이다. 표상에서 그분의 보이는 임재가 지상 성소의 첫째 칸에서 나타났듯이,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셔서 그의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으셨을 때, 하늘에서 하나님의 보좌는 첫째 칸에 있었다. 그러나 다니엘은 아버지와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심판이 베풀어지고 책들이 펴 놓였을” 때, 그 보좌들의 위치도 또한 바뀐 것을 보았다. 표상이 실체를 만났던 것이다. 하늘 성소의 대제사장께서 지성소로 들어가셨고, 표상에서 하나님께서 지성소에서 대제사장과 만날 것을 약속하셨듯이, 아버지께서는 지성소 안으로, 곧 대제사장 앞으로 건너가셨으며, 천사들이 승리에 찬 모습으로 그리스도를 어깨에 메고 그분 앞으로 들어왔을 때 그분께서는 거기 계셨다. (214.1)
 지상의 대제사장은 지성소에 들어갈 때, 이스라엘의 이름들을 그의 몸에 붙이고 들어갔다(출 39:6~17). 더하여 어떤 연약한 영혼이 자기가 잊히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대제사장께서는 이런 말씀을 내려 보내신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사 49:15). 그러고 나서 마치 보증을 갑절로 확실하게 하기라도 하는 듯, 그분께서는 그 잔혹한 못 자국이 나 있는 자신의 두 손을 치켜드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16절). [“역자의 부록” 참고] (214.2)
 지상의 대제사장은 백성의 죄들을 속하기 위하여 제물의 피를 제시하였는데, 우리의 대제사장께서는 그분 자신의 피를 가지고 “아버지여, 나의 피, 나의 피, 나의 피!하시며 탄원하신다. 지상의 대제사장은 향기로운 향이 담긴 향로를 가지고 들어갔으나 그리스도께서는 그분 자신의 품성의 향기로운 의(義)를 제시하는데, 이 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저 위대한 심판자 앞에 조사 받으러 나타날 때, 저희의 죄들이 모두 자백되어 그분의 피로써 덮여진 모든 사람에게 입혀주시는 의이다. (214.3)
 지상 성소에서 대제사장은 금단의 뿔들을 만져서, 그곳에 전가되었던 모든 죄들로부터 그 단을 성결케 하기 위하여 첫째 칸에서 잠시 멈추었다(레 16:18~19). 이것은 속죄일의 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사람이 자복하지 않은 죄가 있는 것이 기억나면 아직도 그의 속죄제물을 가져와서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민 29:7~11). 이와 같이 우리의 대제사장께서 조사심판 때에 아버지 앞에서 봉사하시는 동안 누구든지 자신이 죄인인 것을 깨달으면 나아와서 자기의 죄를 자백하고, “죄를 짊어지신 자(Sin-bearer)”이신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용서를 받을 수 있다. (215.1)
 우리의 대제사장께서는 하늘 성소의 안쪽 칸에서의 그의 사업이 끝날 때, 바깥쪽 칸에서 잠시 지체하실 것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그분이 지성소에 계시던 동안에 자복된 죄들이 모든 시대의 의인들의 죄들과 함께 거두어져서 성소 밖으로 옮겨질 것이다. (215.2)
 예수께서 우리의 대제사장으로서 탄원하시는 동안 모든 회개하는 죄인에게는 희망이 있으나 마침내 그가 성소로부터 나올 때에는 자비의 문이 영원히 닫히고 말 것이다. 그때에는 아무런 중보자도 없게 될 것이다(사 59:16). 표상에서 대제사장이 성소로부터 나왔을 때, 그는 “속죄하기를 마친” 것이다. 우리의 대제사장께서 성소로부터 나오실 때, 그분은 이렇게 선포하실 것이다. “불의를 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하게 하라”(계 22:11). 모든 사건이 영원한 판가름을 당한다. 시련은 영원히 끝난다. 구원받기를 희망하면서도 그때까지 미루는 자들은 모두 아버지 앞에서 그들의 경우를 변호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할 것이며 마침내 그들은 영영히 잃어버림을 당하고 말 것이다.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