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신약과 구약으로 되어 있다. 구약은 히브리어와 약간의 아람어로 기록이 되었고 신약은 헬라어로 기록이 되었다. 우리가 연구하려는 창세기는 구약성경에 속한다. 구약성경의 배열은 기독교와 유대교가 차이가 있다. 기독교는 구약을 오경, 역사서, 시편과 지혜문학, 대선지서와 소선지서로 배열한다. 유대교는 ‘토라’(תורה, Torah, ‘율법서’), ‘느비임’(נביאים, Nevi’im, ‘선지서’), ‘케투빔’(כתובים, Ketubim, ‘성문서’) 등 세 부분으로 구분한다. 예수님은 유대교의 구분을 따라 구약성경을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눅 24:44)이라고 말씀하셨다. (21.1)
성경의 첫 부분을 차지하는 토라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등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오경이라고 부르거나 기록자로 여겨지는 인물의 이름을 따서 모세 오경이라고 부른다.1 오경은 성경의 다른 부분들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다. 성경의 주요 신학적 사상들은 오경 속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21.2)
토라는 ‘율법’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경 전체가 법률문서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경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야기이다. 오경은 율법 외에 천지 창조, 인류의 타락, 대홍수, 바벨탑 사건, 이스라엘의 부조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요셉의 이야기, 모세의 이야기와 출애굽 사건,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광야에서 겪은 사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신학적 의도를 갖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은 피조세계와 단절된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역사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신다. 하나님은 개인과 민족과 세계와 더불어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신다. 하나님은 창조 때에 인류를 축복하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고 하셨다. 인류가 타락하여 이 세상은 질병과 죽음과 자연 재해와 전쟁의 위협 속에서 고통을 겪는 곳으로 변했다. 하나님은 상실된 에덴의 평화와 행복을 인류에게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서 일하신다. 하나님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역사하시는 모습을 오경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볼 수 있다. (21.3)
토라는 ‘교훈, 지침’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오경의 이야기들과 율법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어떻게 사랑하시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인간이 하나님과 사람들로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오경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인간을 취급하시는 원리를 발견하고, 성경의 수많은 자료들을 해석할 수 있는 패러다임(paradigm)을 도출할 수 있다.2(22.1)
오경은 산발적인 이야기나 법률의 모음집이 아니다. 오경의 각 책들은 연대기적, 신학적 상관성을 갖고 일련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책의 주요 기술 내용과 신학적 의도를 파악할 때 오경 전체의 통일성은 물론 구약 성경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신학적 큰 물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신약의 주요 가르침에 대해 근본적인 이해를 할 수가 있다. (22.2)
구약시대는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중심으로 볼 때 부조전시대, 부조시대, 출애굽시대, 가나안 정착시대, 사사시대, 왕국시대, 분열왕국시대, 유다왕국시대, 강제이주 및 귀환시대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 오경은 부조전시대,창 1-11 부조시대,창 12-50 모세시대출애굽기-신명기를 다루고 있다.3 이 시대적 구분을 따라서 오경의 신학적 구조를 살펴보자. (23.1)
2. 오경 속의 역사 구분과 대주제
1) 부조전시대
부조전시대는 창세기 1-11장까지에 해당한다. 이 시대에는 아직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는 부조들이 출현하지 않았다. 창세기 1-11장은 전 세계적인 범주에 해당하는 창조, 타락, 대홍수, 바벨탑 사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창조-반창조-재창조’(creation-uncreation-re-creation) ‘죄의 확산과 은혜의 확산’이라는 신학적 주제가 이 부분에서 발견된다.4‘창조-반창조-재창조’ 주제는 하나님이 위대한 분임을 증거한다. ‘죄의 확산과 은혜의 확산’ 주제는 하나님이 자비로우신 구원자라는 사실을 증거한다. 절대주권을 갖고 계신 위대한 창조주께서 인류에게 잃어버린 낙원을 은혜의 선물로 회복시켜 주실 것임을 두 주제가 말한다. (23.2)
창조주 하나님이 구원자와 회복자가 된다는 것은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이며, 이것이 영원한 복음이다. 영원한 복음의 핵심적 내용이 창세기 1-11장에서 씨앗처럼 심겨져 있다. 이 씨앗은 하나님과 사단 사이의 대쟁투라는 배경 속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큰 열매를 맺는다. 족장전 시대에서 발견되는 구원에 관한 근본 원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23.3)
(1) 축복
하나님은 인간을 피조물들 중에서 가장 크게 축복받은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드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축복하셨다(창 1:27-28). 이 축복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계속해서 적용이 되었다. 대홍수 전 시대에 ‘사람이 땅 위에서 번성하기 시작’함으로 이 약속은 성취되었고, 홍수 후에 이 축복이 새로운 아담인 노아에게 반복되었다(창 6:1; 8:17; 9:1, 7). 창세기 1-11장에 등장하는 가인의 자손과 아담의 자손과 노아의 세 아들들과 바벨탑 후의 셈자손의 족보들은 이 축복의 연속성을 보여준다(창 4:16-22; 5:3-32; 10:1-32; 11:10-26). 이 축복은 오경의 다른 부분으로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5(24.1)
(2) 씨(후손)
아담이 범죄했을 때 하나님은 창세기 3:15에 인류 구원의 약속을 주셨다. 인류는 뱀사단의 머리를 상하게 할 여자의 후손(문자적으로 ‘씨’)을 통해 구원을 받을 것이었다. 구약은 여자의 후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한 인종(셈족, 창 9:26-27)을 준비하시고, 한 인간(아브라함)을 준비하시고, 한 민족(이스라엘)을 준비하시고, 한 왕가(다윗)를 준비하신 이야기이다. 때가 찼을 때 예수 그리스도는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으로 이 땅에 오셨다(마 1:1; 갈 4:4). (24.2)
2) 족장시대
바벨탑 사건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온 인류가 뿔뿔이 흩어졌을 때 하나님은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그와 언약을 맺으셨다. 아브라함언약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25.1)
(1) 민족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창 12:2). 이 약속은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삭과 이스마엘, 이삭의 후손인 야곱과 에서, 야곱의 열 두 아들들의 출생을 통해서 성취되었다. 이들을 통해서 근동 지방의 다양한 민족이 출현하였다. 이중에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계보를 통해서 구속사의 중심 무대에 이스라엘 민족이 출현하였다. 창세기 12-50장은 이스라엘 민족의 부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과 악의 대쟁투에서 여자의 후손 편에 서게 될 한 민족을 준비한 것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