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불이면 모든 것을 끝장내리라고 생각했던 왕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왕보다, 바벨론의 신보다, 더 높고 능력이 더하신 하나님이 계심을 선언함으로써 바벨론의 권위는 다시 한번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이스라엘에 의하여 정면으로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69.49)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의 세우신 금신상에게도 절하지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단 3:18). (69.50)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잇는 세 젊은이의 다음 번 선언은 참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신앙고백의 극치였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 · · 아옵소서”(But if not, be it known to you, O king). “But whether He does or not, · · ·”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69.51)
이 말은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우리 하나님은 전능하시므로 왕에게서나 풀무불에서 우리를 능히 건지실 수 있으십니다. 그러나 만약에 우리를 건지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어서 그냥 죽게 되더라도, 풀무불에서 사루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과 우리를 위해 더 좋은 길이어서, 설사 우리가 죽게 된다 해도 신상에게 절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69.52)
참으로 하나님께 대한 조건 없는 절대 순종의 고상한 모본으로 결과를 묻지 않고 부르심에 응한 아브라함의 신앙(히 11:8)을 방불하게 한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만일 · · · 을 해 주시면”(If · · ·, then · · ·) “내가 · · · 을 하겠나이다”라는 팥죽 장사하던 야곱의 실리주의(實利主義)적인 조건부 신앙에 머물러 있는지 모른다. (69.53)
여호수아의 신앙고백처럼(수 24:14, 15), 다윗의 고백처럼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찬송하리로다”(시 57:7, 시 108편)라고 부르짖어야 하겠다. 그리고 에스라의 고백처럼(스 7:10), 마침내는 십자가를 지시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을 향하신 그리스도의 본을 좇아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는”(롬 10:10) 신앙 경험이 절실하다. (69.54)
동방 교회 최대의 설교자로 불리우는 교부 크리소스톰(John Chrysostom 347- 407)은 젊었을 때 황제 앞에 서서 그의 신앙을 취소하라는 심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때에 이러한 문답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9.55)
“네가 만약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고집한다면, 나는 너를 네 조국으로부터 쫒아 내고 말겠다.”(69.56)
“황제 폐하, 그러실 수 없습니다. 온 세상이 내 아버지(하나님)의 땅이 올시다.”(69.57)
“그렇다면 나는 네 재산을 몰수해 버리겠다.”(69.58)
“그렇게도 못하십니다. 제 재산은 하늘에 있습니다.”(69.59)
“그럴진대 내 너를 말조차 나눌 친구 하나 없는 곳으로 쫓아 보내겠다.”(69.60)
“그것도 안 되십니다. 제게는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나 의 형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원히 모실 것입니다.”(69.61)
황제는 분통이 나서 소리쳤다. (69.62)
“네 생명을 끊어 버리겠다.”(69.63)
“그것도 하실 수가 없습니다. 제 생명은 그리스도로 더불어 하나님 안에 감취 어있습니다.”Anderson, 66.(69.64)
세 젊은이의 모본에서 우리는 장차 같은 경험을 가지게 될 남은 백성의 특성을 본다. “성도들의 인내가 여기 있나니 저희는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 믿음을 지키는 자니라”(계 14:12). (69.65)
일찌기 패해 본 적이 없고 정복하지 못한 나라가 없으며 굴복시키지 못한 왕이 없는 느브갓네살은 이제 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용사들을 대한 것이다. 일찌기 세 젊은이들의 이름을 우상숭배에 맞춰 고칠 수는 있었어도 그들의 신앙은 바꿀 수가 없었다. 일곱 배나 뜨겁게 달구어진 풀무 불도 왕의 분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세 젊은이는 옷을 입은 채 결박되어 급히 불 속에 던져졌는데 “왕의 명령이 엄하고 풀무가 심히 뜨거우므로 불꽃이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붙든 사람을 태워 죽였고 세 사람은 · · · 극렬히 타는 풀무 가운데 떨어졌더라” (3:22, 23). (6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