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서 유월절과 오순절은 밀접하게 연관된 절기였다. 두 절기 모두 하나님의 구원 행위의 중요한 국면들을 기념하고 예표했다. 유월절(
레 23:5; 민 28:16; 신 16:1-8)은 이스라엘이 애굽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일과 관련하여 하나님을 자유의 원천으로 기념하는 절기였다(
신 16:1, 3, 6). 오순절 또는 칠칠절(
출 23:16; 34:22; 레 23:15-222; 민 28:26-31; 신 16:9-12)은 하나님을 모든 좋은 선물의 원천으로 기념하는 절기였다. 칠칠절 또는 오순절이라는 명칭은 유월절로부터 50일의 간격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가리킨다(
레 23:15, 16; 참조 6BC 133, 134). 유월절과 애굽으로부터의 구원이 예수의 사명(
마 2:15; 참조
호 11:1)과 십자가의 죽음(
고전 5:7)을 가리키는 표상이었던 것처럼, 오순절과 시내 언약은 성령의 역사적인 도래를 가리키는 표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순절에 있었던 성령의 역사적인 도래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베풀어진 그분의 좋은 선물로 이해된 시내 언약의 원형이 될 것이다. 시내 언약의 뚜렷한 기능이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통해 이스라엘을 구속(救噴)으로 인도하는 것이었던 것처럼, 성령의 도래는 그런 목적을 구체성과 친밀성이라는 새롭고도 놀라운 차원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의 역사적인 도래에 관해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강조하셨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
요 14:26).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나타내신 구속 사역과 성령의 계시 및 그분의 역사적인 도래 사이에는 단절보다는 오히려 분명한 표상학적인 연계성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 말이 동일한 것의 반복이라는 뜻은 아니고, 과거의 계시에서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국면의 계시라는 의미이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 의지와 행위에 관한 지식과 경험의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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