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그림자 제5편 각종 제사 제 24 장 문둥병자의 정결예식
 인간이 물려받은 모든 질병 중에서 문둥병보다 더 무서운 병은 없다. 문둥병에 걸린 사람은 이 소름끼치는 병으로 수년간에 걸쳐 자기 몸의 일부분을 잠식당해 가면서 살아가는데, 마침내 그는 그 병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죽기를 갈망하게 된다. (165.1)
 오랜 옛날부터 문둥병은 죄의 표상으로 간주되었다. 그것은 거듭거듭 자신의 양심을 짓누름으로 해서 마침내는 악을 저항할 능력도 잃어버리고 완전히 악에게 굴복당하는 사람의 영혼을 파멸시키는 무서운 질병을 나타내기에 아주 적절한 표상이었다. (165.2)
 미리암이 자기의 올케를 질투하여 아론과 함께 모세를 향하여 불평했을 때, “여호와께서 그들을 향하여 진노하시고 떠나시매 ∙∙∙ 미리암은 문둥병에 들려 눈과 같더라.” 하나님께서는 질투하고 불평하고 남의 잘못을 꼬집는 죄들은 마치 문둥병이 신체에 영향을 끼치듯이 영적 생애에 영향을 끼친다는 교훈을 가르치신 후,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미리암을 고쳐주셨다(민 12:9~15). (165.3)
 엘리사의 종 게하시가 나아만의 재물을 탐내어 그것을 가지려고 거짓말을 하고 감추었을 때, 여호와로부터 한 명령이 이르러 “나아만의 문둥병이 네게 들”리라(왕하 5:20~27)고 하였다. 미리암과 게하시가 당한 경험들에 대하여 알고 있는 유대인들이 문둥병을 하나님으로부터 내린 심판으로 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65.4)
 문둥병자가 사람에게 가까이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보좌에 앉은 왕으로부터 가장 비천한 하인에 이르기까지 예외란 없었다. 여호와의 명령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문둥환자는 옷을 찢고 머리를 풀며 윗입술을 가리고 외치기를 ‘부정하다. 부정하다’ 할 것이요 ∙∙∙ 그가 부정한즉 혼자 살되 진 밖에 살지니라”(레 13:45~46). (166.1)
 문둥병이 가장 악독한 죄들에 대한 표상이었듯이, 문둥병자를 정결케 하기 위한 의식은 다른 어떤 제사보다도 더 절차가 복잡했다. 문둥병자를 조사하여 부정하다고 선고한 제사장만이 그를 정하다고 선언할 수 있었다. 제사장은 진 밖으로 나가서 문둥병자를 조사하였다. 만일 문둥병이 치유되었으면 그 문둥병자는 제사장에게 “정(淨)한 산 새 두 마리와 백향목과 홍색 실과 우슬초”를 가져와야 하였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흐르는 물 위 질그릇 안에서 잡았고, 나머지 산 새와 홍색 실과 백향목을 흐르는 물 위에서 잡은 새 피에 적셨다. 제사장은 그 피를 정결함을 받게 될 사람에게 일곱 번 뿌리고 난 후 그를 정하다고 선언하였다(레 14:4~7). (166.2)
 문둥병은 전염성이 대단히 강한 질병이다. 문둥병자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오염된다. 죄 역시 무서운 질병이다. 땅, 공기, 물 등 모든 것이 인간의 죄로 저주를 받았다. 이것들도 사람을 정결케 하는 동일한 피로써 정결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문둥병자가 정결하다는 선고를 받은 후, 산 새는 피로 붉게 물든 깃털을 지닌 채로 공중에 날려 보냈다. 피는 부정하게 되었던 사람 위에 뿌려졌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질병과 죄의 병균을 싣고 있는 대기를 가로질러 운반되었는데(참고 렘 9:21), 이것은 죄로 저주받은 이 지구에 하나의 새로운 하늘-하나의 새로운 대기 즉 분위기-을 주실 그리스도의 피를 표상하는 것이었다. (166.3)
 인간이 범죄하기 전에는 부패하는 식물이 없었으며, 아름다운 나무들은 해충으로 인하여 훼손되는 일이 없었고, 삼라만상에는 저주의 그림자가 전혀 없었다. 그리스도의 피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초목을 에덴의 이 아름다움으로 회복시킬 수 없다. 이 재생시키는 능력의 표상에서, 삼림의 거목인 백향목 한 토막과 “담에 나는”(왕상 4:33) 작은 식물인 우슬초 한 묶음이 그 피에 적셔졌다. 이 두 식물은 식물계의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대표하기 위하여 선택되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식물을 포함하는 것이 된다. (167.1)
 동물의 생활도 죄로 인하여 저주를 받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속하시는 피의 능력을 통하여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릴(사 11:6) 때가 올 것이다. (167.2)
 피에 적신 홍색 실은 동물의 왕국을 대표하는 것이었다(히 9:19). 새의 피는 흐르는 물 위에서 질그릇 안에 담았다. 그러므로 문둥병자를 정결케 함에 있어서 피는 문둥병자뿐만 아니라 죄로 저주받은 모든 것, 곧 땅, 공기, 물, 식물, 그리고 동물계에 이르는 모든 것과 직접 접촉하게 되었다. (167.3)
 이 훌륭한 표상들은 이것보다 월등히 훌륭한 실체에 대한 압축된 예언들에 불과하였다. 그리스도께서 고민 중에 겟세마네 동산의 차디찬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셨을 때, 큰 핏방울이 그의 얼굴로부터 흘러내려 땅에 떨어졌다(눅 22:44). 그로부터 4,000년 전 가인이 그의 동생을 살해했을 때, 땅은 처음으로 인간의 피를 감촉하게 되었고, 그 피는 초목을 시들게 하는 저주로 떨어져서 땅의 비옥함을 망쳐놓았다. 그 후 여러 번 땅은 사람의 피로 점철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탄이 이끄는 무장한 인간 군대가 서로를 살육함으로써 땅은 피의 홍수를 이루었다. 핏방울이 땅에 떨어질 때마다 땅은 저주에 저주를 더하였다(사 24:5~6). 그러나 복스러운 구주께서 흘리신 피의 결과는 얼마나 다른가! 그 속에는 치유하고 정결케 하는 능력이 있었다(민 35:33). (168.1)
 죄의 저주가 “사망이 우리 창문에 올라오며, 우리 궁실에 들어오며, 밖에서는 자녀와 거리에서는 청년들을 멸절하는”(렘 9:21) 질병의 병균들이 실려 있는 대기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 표상에서 새가 공중을 날아갈 때, 제물의 피가 새에게서 흘러내렸다. 그리스도께서 갈바리의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위대하신 실체적 제물에게서 치유하는 피가 그의 상한 손발로부터 대기를 통하여 흘러내려 밑에 있는 바위 위에 떨어졌다. 옛 레위기의 봉사에 나타난 표상들은 무의미한 의식이 아니라, 위대하신 실체에 대한 정확한 예언이었다. (168.2)
 오랜 옛적부터 물은 죄의 저주로 영향을 받아 왔다(출 15:23). 흐르는 물 위에서 죽임을 당한 새는 세상의 물로부터 죄의 저주를 영원히 제거하실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하나의 표상이었다. 그리스도의 피는 물과 직접적으로 닿게 되었는데, 한 군인이 구주의 옆구리를 잔혹한 창으로 찔렀을 때, “피와 물이 나왔다”(요 19:34). 그것은 피와 물의 혼합물이 아니라, 피와 물 곧 두 개의 풍성한 강물이었다. (168.3)
 “죽임을 당한 새의 피에 적셔져서 그의 즐거운 생명을 누리도록 놓임을 받은 산 새가 보여주는 놀라운 상징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속죄의 상징이다. 거기에는 생명과 사망이 뒤섞여 있으면서, 진리를 탐구하는 자에게는 감추어진 보화, 즉 사죄의 피와 우리 구주의 부활 및 생명과의 연합을 보여주었다.” (169.1)
 “새는 흐르는 물 위에서 죽임을 당했고, 그 흘러가는 시내는 그리스도의 보혈의 영원히 흐르고 영원히 깨끗케 하는 효험의 상징이었다”(Letter 87, 1894). (169.2)
 구주께서 달리셨던 십자가, 그분의 보혈로 얼룩진 십자가는 숲에 있는 나무들로 만들어졌다. 한편, 조그만 우슬초 막대기는 식초에 적셔져서 그분의 갈증을 축여주기 위하여 그분에게 주어졌던 해융(海絨, sponge)을 받쳐주었다. (169.3)
 구주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그분은 자신의 희생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몇 마디 말을 인간으로부터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셨다. 그러나 십자가 밑에 있는 격동한 군중으로부터 들리는 것은 오직 조소와 모욕과 저주의 소리였다. 심지어는 그분의 곁에 있는 행악자들 중 하나도 그들과 합세하여 욕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행악자는 그를 꾸짖고 예수께로 돌이켜 말하기를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라고 하였다. ‘진실로 내가 오늘 네게 이르노니,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39~43) 하신 예수의 대답에는 용서의 보증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스도의 정결케 하는 피가 그분의 혈관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동안에 행악자는 죄를 정결케 하는 보혈의 능력을 인하여 기뻐하였다. 원수들이 패배하였다고 생각하였던 그분께서는 능력 있는 정복자로 죽으셨다. 행악자는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사 1:18)이라는 약속이 성취되는 경험을 하였다. (169.4)
 표상적 제물의 피에 적셔진 양털의 색깔에도 의미가 있었다. 주홍색의 흔적을 제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그리스도의 피는 그들을 “눈과 같이” 희게 할 수 있다. 그대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정죄를 받고 외인으로 취급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구주를 바라보고 그분의 정결케 하시는 능력을 요구한다면, 그분은 그대의 죄를 씻어주실 것이요, 그대의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을 부어주실 것이다. (170.1)
 표상적 봉사에서, 문둥병으로부터 정결함을 받는 사람이 피 뿌림을 받고 정결하다는 선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정결하다는 선고를 받은 후 제8일에 양 두 마리와 소제와 한 록(log)의 기름을 가지고 제사장 앞에 나타나야 하였다. 제사장은 정결함을 받을 사람을 회막 문 앞에 세우고 양 한 마리와 기름 한 록을 여호와 앞에 흔들었다. 그러고 난 다음, 양을 잡아서 그 피 중 얼마를 취하여 정결함을 받은 사람의 “우편 귓부리”“우편 손 엄지가락과 우편 발 엄지가락”(레 14:10~14)에 발랐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귀는 그를 계속적으로 정결케 하여 줄 것들에만 기울이고, 그의 손은 하나님을 봉사하는 일에만 사용하고, 그의 발은 주의 계명이 명하는 길만 다니도록 성별되었다. (170.2)
 그 다음에 제사장은 기름 한 록을 취하여 그 일부는 여호와 앞에 뿌리고, 그 중 얼마는 정결함을 받은 사람의 “우편 귓부리와” “우편 손 엄지가락과 우편 엄지발가락”에 발랐고, 그 나머지 기름으로는 그의 머리에 부었다(레 14:15~18).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