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와 로마 군대 제1장 서론 A. 문제의 제기와 연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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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얼마만큼 호전적인 존재인가 하는 문제는 사회 과학자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활발히 논의되어온 사회학적 주제이다. 대체적으로 싸움하는 본능은 동물적인 특성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러한 동물적 경향을 특정인간에게 연루시킬 때 대개는 경멸의 뜻이 내포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동종간의 집단적인 싸움 즉 전쟁이라는 현상은 동물 가운데서도 이렇다할 신체적 공격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류에게 국한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인간에게 하나의 이리”(Homo homini lupus)라는 라틴어 격언은 오히려 이리에게 부당한 격언이 아닐 수 없다. (9.1)
 그런가 하면 사람의 일생은 결국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삶일 뿐이라는 저 19세기 사회 진화론의 진부한 표현과는 달리 인간은 결코 호전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신념도 우리에게 있다. 인류사에 전쟁이 시작된 것은 잉여 생산력에 힘입어 군사 계급이 출현한 이후이며 인간의 전체 생활에서 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참으로 미미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많은 문명들이 군사적으로 우세했던 기간에 문화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룩한 것도 사실이지만 전쟁에 의해 인류문명의 자부심과 영광이 처참히 짓밟힌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항상 안정된 정신을 되찾을 때마다 자신의 차원 높은 영혼과 전쟁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인식해 왔던 것이다. 이리하여 동서양의 모든 위대한 종교들은 하나같이 전쟁을 부정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사람을 신의 형상으로 간주하는 그리스도교도 예외가 아니다. (9.2)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평화주의에 추상적인 원리 이상의 어떤 역사적 실체성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왜냐하면 중세기의 숱한 십자군 전쟁과 근세 초기의 참혹한 종교전쟁들은 물론이려니와 20세기의 1, 2차 세계대전까지도 (그 속에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사회-경제적 요인들이 함유되었음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결국 그리스도교적 명목을 내건, 그리스도교 세계의 그리스도교적인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교 문화의 발단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리스도교가 국가 권력과 유착하기 이전의 초기 그리스도 교회 시대, 즉 콘스탄티누스 체제 이전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군대와 전쟁에 대하여 신약성서의 평화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는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즉 최소한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서는 그리스도교 평화주의 역사적 실체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에 관심이 미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 주제의 일차적 관심도 전쟁과 군복무에 대한 초기 그리스도 교회의 태도가 진실로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10.1)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 교회와 전쟁의 관계는 전쟁 및 폭력과 평화에 대한 교회의 태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폭력의 사용은 국가 권력의 핵심적 사항의 하나이다. 따라서 강권적 폭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와 “평화 복음”의 담지자요 또 그 선포자로 자임하는 초기 그리스도 교회에게 있어서 전쟁과 폭력의 문제는 교회와 국가의 대립이나 유착(癒着) 중 어느 하나를 결과시킬 수 있는 대단히 민감한 교회와 국가 관계의 문제이며 교회와 로마 군대 관계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본 주제의 두 번째 문제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제기된다. 초기 그리스도 교회의 평화 이상은 하나님과 국가정부에 대한 이중(二重) 충성의 긴장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하였으며 또는 어떻게 굴절하였는가? 또 로마정부와 로마 군대는 반전론(反戰論)적 평화주의자들인 초기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10.2)
 위에서 제기한 두 개의 기본문제에서 다음과 같은 좀 더 구체적인 문제들이 파생된다.

 1)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전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평화적 반전(反戰) 집단이었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평화주의는 어떠한 형태를 띠었는가?

 2) 전쟁과 로마 군대에 대한 교부들의 태도는 어떠하였는가?

 3) 전쟁과 군복무에 대한 초기 그리스도인 병사들의 태도는 어떠하였는가?

 4) 초기 그리스도인 병사들은 어떻게 발생했는가?

 5) 기원 170년 이전에 그리스도인의 군복무 문제에 대한 역사적 증거가 부재한 까닭은 무엇인가?

 6) 그리스도교와 로마 군대간의 충돌 요인은 무엇이었는가?

 7) 로마 군대는 그리스도교 병사들을 어떻게 취급했는가?

 8) 그리스도인 병사들은 어떻게 군대 생활을 영위했는가?

 9) 그리스도 교회와 콘스탄티누스 체제의 유착이 갖는 진정한 성격은 무엇인가?

 10) 기원 170년부터 337년에 걸쳐 나타난 그리스도교회의 전쟁 및 군대관이 내포하고 있는 항구적 요소와 가변적 요소는 무엇이었는가? (11.1)
 위와 같은 문제들을 밝히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1) 교부들의 전쟁 및 군복무관과 관련된 교부 문서 전체를 개인별로 분석하여 거기에서 도출된 각 교부들의 사상들의 특성과 공통성을 시대적, 지역적, 사회적 변화에 비추어 조명하며 2) 관련 교회법 자료들의 분석을 통하여 시대, 지역 및 정치 사회적 환경에 따른 그리스도교회 전쟁관의 실상과 변천을 추적하고, 3) 그리스도인 병사들의 구체적인 군복무 경험을 조명하기 위하여 그리스교도 병사의 묘비 자료 및 병사 순교열전 자료를 비중 있게 사용하고 4) 본 주제를 로마 군대의 시각에서도 조명하기 위하여 로마 군대법, 로마 군대조직, 로마 군대 종교에 관한 자료를 십분 이용하였다. (11.2)
 본 연구에서 취급되는 기간은 신약성서 이후 그리스도교 병사에 관한 역사적 증거가 최초로 나타나는 기원 170년부터 시작하여 교회와 국가 관계에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룩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통치가 종료되는 337년까지이다. 연구의 대상 시기를 이같이 설정한 배경에는 편의적인 의도 이상의 이유가 있다. 그리스도인 병사가 최초로 등장하는 시기로부터 그리스도인 병사의 존재가 일반화되고 당연시되는 시기까지의 전환기를 연구의 대상 기간으로 삼음으로써 그리스도 교회의 전쟁 및 군복무관의 문제를 어느 한 시대의 정체적 현상으로서 아니라 변화무쌍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동하고 변모하는 운동체로써 파악하고자 함이 가장 중요하고 첫째 가는 이유이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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