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를 곰곰이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한없이 존재하고 끝없이 흐르는데 그대는 영원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 잠이 오지 않거든 ∙∙∙

 — 시편 77~80편(207.1)
 잠 못 이루는 밤에
 시편 73편에서 시작되어 89편에서 끝나는 시편의 제3권은 선과 악이 뒤섞인 채, “악한 일에 징벌이 속히 실행되지 않으므로 인생들이 악을 행하기에 담대”(전도서 8장 11절)해진 세상에서 모순과 갈등을 겪으며 몸부림치듯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들의 흉금(胸德)을 털어 보이고 있다. 그것이 73편에서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거의 실족할 뻔한” 속사정이요, 그래도 태산같이 믿었던 성전이 어이없이 파멸되는 것을 보며 땅이 꺼지는 경험을 한 74편의 탄식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전이 무너졌을 때, “땅의 기둥을 세”우신 하나님을 75편(3절)에서 가까스로 붙잡게 되고 “성전에서 더 큰 이”(마태복음 12장 6절)가 계셔서 저질러진 모든 악을 “판단하러 일어나시”는 때를 76편(9절)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역사의 와중(溫中)에서 부침(浮沈)을 거듭하는 의인은 77편에서처럼 너무도 지치고 상심(傷心)이 되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207.2)
 “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를 찾았으며

   밤에는 내 손을 들고 거두지 아니하였으며 ∙∙∙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고 불안하여 근심하니

   내 심령이 상(傷)하도다

   주께서 나로 눈을 붙이지 못하게 하시니

   내가 괴로워 말할 수 없나이다

   내가 옛날 곧 이전 해를 생각하였사오며

   밤에 한 나의 노래를 기억하여

   마음에 묵상하며 심령에 궁구하기를

   주께서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아니하실까

   그 인자하심이 길이 다하였는가

   그 허락을 영구히 폐하셨는가

   하나님이 은혜 베푸심을 잊으셨는가

   노하심으로 그 긍휼을 막으셨는가”

   (77편 2~9절). (208.1)
 잠 못 이루는 밤, 꼬리를 잇는 암울(暗W)한 생각으로 머리가 온통 비누 거품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지는 때 시인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표류(漂流)하는 심령을 정박시킬, 닻을 내릴 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208.2)
 깊은 밤 깊은 물에 내린 닻

 “또 내가 말하기를 이는 나의 연약함이라

 지존자의 오른손의 해

 곧 여호와의 옛적 기사를 기억하여

 그 행하신 일을 진술하리이다

 또 주의 모든 일을 묵상하며

 주의 행사를 깊이 생각하리이다

 하나님이여 주의 도는 극히 거룩하시오니

 하나님과 같이 큰 신이 누구오니이까 ∙∙∙

 하나님이여 물들이 주를 보았나이다

 물들이 주를 보고 두려워하며

 깊음도 진동하였고

 구름이 물을 쏟고 궁창이 소리를 발하며

 주의 살도 날아 나갔나이다 ∙∙∙

 주의 길이 바다에 있었고

 주의 첩경이 큰물에 있었으나

 주의 종적을 알 수 없었나이다”

 (77편 10~19절). (209.1)
북극을 탐험하던 난센이 북극 바다의 수심을 재기 위해 측연선을 바닷물 속에 던졌다. ∙∙∙ 그는 그의 측해일지에 이렇게 기록했다. “3500길—그리고 더 깊다.”
(209.2)
 자신이 속해 있는 하나님 백성의 절망적인 현실을 둘러보며 앞날을 공상(空想)할 때 마음이 산란(散亂)해지고 상심이 되어 눈을 붙이지 못한 채 뒤척인, 한밤의 시인은 풍랑이 심한 역사의 해면 위를 해초처럼 부유(浮避)하고 있는 자신의 연약함과 속절없음을 통감한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의롭고 힘 있으신 구원의 오른손이 이루신 지난날의 모든 행적을 돌이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잇대어 온 지난날들이 모두 하나님께서 함께하신 기적의 나날이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의 표류하던 심령은 한밤에 닻을 내린다. 그리고 “물들이 주를 보고 두려워하며 깊음도 진동”하였던 위대한 출애굽의 하나님, 홍해를 가르시고 그 바닥을 드러내신 크신 하나님을 잠 못 이루는 깊은 밤 닻을 내린 깊은 바다에서 발견한다. (210.1)
 북극을 탐험하던 난센(nonsen)이 북극 바다의 수심을 재기 위해 측연선(測鉛線)을 바닷물 속에 던졌다. 있는 줄을 모두 풀었어도 밑바닥은 나타나지 않았고 가진 줄을 모두 이어 내려 보냈지만 끝내 바닥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의 측해일지(測海日誌)에 이렇게 기록했다. “3500길-그리고 더 깊다.” “주의 길이 바다에 있었고 주의 첩경이 큰물에 있었으나 주의 종적을 알 수 없었나이다.” 그것이 세파(世波)에 시달려 역사의 해면(海面)을 밤새 떠돌던 시인이 그의 심령의 닻을 바다보다 더 깊은 하나님의 중심(中心)에 내린 뒤의 고백이었다. (210.2)
 천계(天啓)의 역사 비평
 배로 북극해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같은 바다 위에서 작은 얼음덩이들이, 유유히 움직이는 커다란 빙산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떠 가는 이상한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까닭은 바다 밑으로 8~19배나 더 큰 몸둥이를 잠그고 있는 빙산은 해저를 흐르는 조류를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작은 얼음덩이들은 바람에 출렁이는 해면의 물결을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다. (210.3)
 시인이 깊은 물 밑에서 발견한 빙산의 진로(進路)인 “주의 길”“주의 첩경”은 무엇인가? “여호와의 옛적 기사(忌事)”(11절), 곧 “야곱과 요셉의 자손을 구속(救聽)하”(15절)시고 “주의 백성을 무리양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신”(20절) 구속의 역사(歷史)인 것이다. 바다의 흐름을 바꿀 수 없든 하나님의 중심(中心)에서 연원(溫源)하여 도도(消消)히 흐르는 구속의 역사를 거스릴 세력이 세상에는 없는 것이다. 없고 말고, 77편과 마찬가지로 선견자요 음악가인 아삽 가계에 돌려지고 있는 78편은 구속사의 진로인 역사의 첩경을 후손에게 알리려는 열망으로 쓰여진 위대한 역사 비평이다. (211.1)
 “내 백성이여, 내 교훈을 들으며

   내 입의 말에 귀를 기울일지어다

   내가 입을 열고 비유를 베풀어서

   옛 비밀한 말을 발표하리니 ∙∙∙

   우리 열조가 우리에게 전한 바라

   우리가 이를 그 자손에게 숨기지 아니하고

   여호와의 영예와 그 능력과 기이한 사적을

   후대(後代)에 전하리로다

   여호와께서 증거를 야곱에게 세우시며

   법도를 이스라엘에게 정하시고 ∙∙∙

   저희 자손(子孫)에게 알게 하라 하셨으니

   이는 저희로 후대(後代)

   곧 후생(後生) 자손에게 이를 알게 하고

   그들은 일어나 그 자손에게 일러서

   저희로 그 소망을 하나님께 두며

   하나님의 행사(行事)를 잊지 아니하고

   오직 그 계명을 지켜서

   그 열조(列朝) 곧 완고하고 패역하며

   그 마음이 정직하지 못하며 그 심령은

   하나님께 충성치 아니한 세대와

   같지 않게 하려 하심이로다”

   (78편 1~8절). (212.1)
 이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가진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가! 거스를 수 없는 구속의 절대(絶對) 역사와 독선(觸善)으로 빗나갈 수 있는 민족의 전통(傳統) 역사를 분별할 줄 알게 하는 천계(天啓)의 역사비평인 것이다. (212.2)
“대통령 각하, 주님이 우리 편에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 우리가 과연 주님 편에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213.1)
 조상이 만들어 낸 역사를 바르게 비평할 줄 알게 될 때 조상보다 나은 후손이 산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史實)을 곡해하고 역사를 왜곡機曲)시키는 개인과 민족은 끝내 망할 것이다. (213.2)
 역사 망각 증의 약물요법
 78편에 펼쳐진 천계(天啓)의 역사 비평을 수용하지 못한 선민(選民) 이스라엘은 79편에 서술된 대로,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으로 돌무더기가 되게”하는 운명을 자초하였고, 그들의 시체는 “공중의 새에게 밥”이 되고 “그들의 피를 예루살렘 사면에 물같이 흘”리는 참변을 겪게 되고 세상의 “조소와 조롱거리”(1~4절)가 되어 버렸다. 78편에서처럼 “광아에서 반석을 쪼개시고 깊은 수원(水源)에서 나는 것 같이 저희에게 물을 흡족히 마시우셨으며”(15절) “하늘 문을 여시고 저희에게 만나를 비 같이 내려 먹이시며 하늘 양식으로”(24절) 먹이신 하나님이셨다. 그러나 “그의 권능을 기억지 아니하며 대적에게서 구속하신 날도 생각지 아니”(42절)하는 역사망각증(歷史忘却症)에 걸린 개인과 민족은 80편에서는 눈물의 약물(燥物) 치료를 받는다. 뿌리 없는 나무를 키울 수 없듯 역사를 망각한 개인과 민족은 구제 불능이기 때문이다. (213.3)
 남북전쟁을 치른 링컨 대통령이 곤경을 겪고 있을 때 교회의 대표자가 찾아와 그를 격려했다. “대통력 각하, 우리는 주님이 우리편에 계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자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주님이 어느 편에 계시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연 주님 편에 서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당신의 백성 편이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나님 편이 아니었다. 인간의 전통 역사는 사람이 만들지만 구속의 절대 역사는 하나님이 이끌어 가신다. 그것이 바다를 횡단(橫斷)한 “주의 길”이요, “큰물에 있었으나 주의 종적을 알수 없었”“주의 첩경”이었으며, “주의 백성을 무리 양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신 절대 역사의 대로(大路)이다(77편 19, 20절). 이스라엘 백성은 역사의 대로를 떠나 전통의 미로(述路)를 헤맨 것이다. 그들의 길을 떠난 것이었지 길이 그들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은 더 이상 역사의 미아(迷兒)가 아닌 것이다. 돌이켜야 할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그들이었음을 시인은 마침내 깨닫는다. (213.4)
 “요셉을 양떼 같이 인도하시는

   이스라엘의 목자여 귀를 기울이소서

   그룹 사이에 좌정하신 자여 빛을 비취소서 ∙∙∙

   하나님이여 우리를 돌이키시고

   주의 얼굴빛을 비취사

   우리로 구원을 얻게 하소서 ∙∙∙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돌이키시고

   주의 얼굴빛을 비취소서

   우리가 구원을 얻으리이다”

   (80편 1, 3, 7, 18, 19절).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