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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하나님의 존재
 하나님의 존재를 말하는 이성적인 증거에 관한 논의는 하나님에 관한 그리스도교 교리에서 고전적인 장(場)이 되어 왔다. 하나님은 자신을 시종일관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방식으로 계시하시진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하나님”(God)이라는 단어에 일치하는 존재가 실재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일어난다. 성경의 기록은 이성적인 증거를 개진하거나 제안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에 관한 이슈를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성경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히 11:6)을 믿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나님에 관한 지식은 인간의 맘속에 믿음이 생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롬 10:17).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확신으로서의 그런 믿음은 성경에 기록된대로 역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자기 계시 및 마음에 임하는 성령의 감동하심으로 그리스도인들의 경험에서 확고한 사실이 된다 천연계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존재에 관한 이성적인 증거들이 그런 근본적인 확신을 주진 못한다.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확신은 이성적인 논증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로 인해 생긴다 성령의 인격적인 역사를 통해 자신을 인간의 맘속에 계시하기 위해 성경과 천연계와 역사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이런 관계가 시작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성적인 논증보다는 성경에 나타난 그분의 인격적인 계시를 기초로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참조 마 16:15-17). 이런 맥락에서 대개 하나님의 존재는 신비로 여겨진다. (140.1)
 B. 신비로서의 하나님
 하나님에 관한 교리가 지닌 또 하나의 기본적인 측면은 그분의 본질과 관련된다. 이에 관해 성경의 기록은 압도적인 양의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에 관한 다양한 계시의 몇 가지 기본적인 측면을 고찰하기 전에, 하나님에 관한 연구를 시도할 때 침묵이 금이 될 수 있는 “거룩한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대한 이해를 다룰 때 인간의 사고 과정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연구 주제가 하나님과 관련될 때 우리의 사고 과정에 부족함이 드러나는데, 하나님의 자기 계시 없이는 우리 스스로 하나님을 알 수 없음을 인식할 때(욥 11:7)뿐 아니라 계시된 것을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음을 깨달을 때 그렇다. 이런 한계점들은 우리 죄된 본성뿐 아니라 그 위대함을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본성(시 145:3)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유한하고 제한된 이성으로는 하나님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성경에 바탕을 둔 개념이라 해도 하나님에 대해 완전히 이해한다는 어떤 사람의 주장도 살아계신 무한한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의 상상으로 만든 신과 일치할 수 있다. 하나님에 관한 성경의 계시는 전통적인 의미가 아니라 성경적 의미에 비추어 이해하면 사실상 신비(mystery)의 범주에 속한다. (140.2)
 전통적인 의미로는 신비(〈개역한글판〉에는 “비밀”로 번역돼 있음)란 본질적으로 알 수도 없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성경은 신비를 계시와 밀접하게 결부시킨다(단 2:30, 47; 롬 16:25; 고전 15:51; 엡 1:9; 골 2:2). 성경에서 신비란 인간의 지식으로 알 수 없는 숨겨진 그 무엇이지만 계시를 통해 알려진 것을 말한다. 더 나아가, 신비가 인간의 인식으로 알 수 있는 직접적인 계시와 결부될 때 그것은 계시된 실재를 신비 자체와 동일시여기는 것을 피하도록 그 계시된 측면들을 초월하는 점을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바울은 에베소 교인들이 “지식에 넘치는[지식을 초월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도록 기도한다(엡 3:18). 이런 초월적인 사랑에 관한 지식은 하나님이 성경에 기록된 대로 자신을 계시하기 위해 선택하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드러난 신비의 범주에 속한다. 특히, 삼위일체나 하나님의 예지나 영원성 등과 관련된 이슈를 논할 때는 신비에 관하여 계시된 면과 숨겨진 면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신 29: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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