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주권을 갖고 계신 창조주께서는 피조세계의 질서와 조화를 깨뜨린 인류의 범죄에 대해 심판자가 되신다. 창세기의 심판 장면, 특히 대홍수의 기사는 매 과정이 창조가 밑바탕이 되어 전개되어 나간다. 창조와 심판 사이에는 언어적, 신학적 상관성이 존재한다. (319.1)

 대심판의 시작과 끝에 하나님께서 친히 창조를 가리키는 낱말인 ‘바라’(בָּרָא, Bärä´, ‘창조하다’), ‘아사’(עָשָׂה, `äsâ, ‘만들다’), ‘브첼렘 엘로힘’(בְּצֶלֶם אֱלהִים, Bücelem ´élöhîm, ‘하나님의 형상으로’) 등의 언어를 통해 심판과 인권옹호의 이유를 밝히셨다(창 6:7; 7:4; 8:21; 9:6. 비교, 창 1:26-28).¹ 하나님은 인간의 사악함 때문에 사람 지으신 것을 한탄하셨다. 심판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창조기사 속의 생물명과 순서로 지칭되고 있다(사람-육축-기는 것-새, 창 6:7; 7:23. 참조, 창 9:2). (319.2)

 심판에 등장하는 하등동물들은 창조기사 속에 등장한다. 짐승, 육축(בְּהֵמָה. Bühëmâ, 창 1:24, 25, 26; 2:20; 6:7, 20; 7:2, 8, 14, 21, 23; 8:1, 17, 20; 9:10), 기는 것, 파충류(רֶמֶשׂ, remeS, 창 1:21, 24, 25, 28, 30; 6:7, 20; 7:8, 14, 21, 23; 8:17, 19; 9:2, 3), 새, 조류(עוֹף, `ôp, 창 1:20, 21, 22, 26, 28, 30; 2:19, 20; 6:7, 20; 7:3, 8, 14, 21, 23; 8:17, 19, 20; 9:2, 10) 등의 생물이 두 기사 속에 모두 나온다. 심판 기사 속에 제외된 것은 물에서 움직이는 생물, 물고기였다(창 1:20, 21, 26, 28). (319.3)

 창조와 대홍수의 사건 범위는 전 세계적이기 때문에 땅(הָאָרֶץ, hä´ärec)은 구체적인 지명과 함께 사용되고 있지 않다.² 하늘(הָשָּׁמַים, haššämayim)은 홍수의 문이 열려 비를 쏟아 내리게 한 우주적인 장소이다(창 7:11; 8:2). ‘천하’(תַּחַת הַשָּׁמָיִם, TaHat haššämäyim)는 전 세계적인 멸망을 가리키는데 사용된다(창 6:17; 7:19). 이들의 용법은 창세기 1:8-9의 창조 용법을 무효화시킨다. 대홍수 심판은 창조의 역행으로서 전 세계적인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320.1)

 대홍수를 초래한 ‘깊음’(תְּחוֹם, tühôm)의 여닫힘은 창세기 1:2의 세계적 대양인 깊음과 관련되어 창조되기 전의 상태대로 되돌리는 것을 가리킨다(창 7:11; 8:2). ‘깊음’을 닫음과 함께 새 창조가 시작되었다. (320.2)

 대홍수 후의 재창조는 창세기 1장의 원창조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³ 다음은 둘 사이의 비교이다.⁴ (320.3)

 ① 창조 전. 창조전에 하나님의 신이 수면 위에 운행하신 것처럼 대홍수 후에 하나님은 새 창조에 앞서서 바람을 수면 위에 불게 하셨다. 창세기 1:2, ‘땅’, ‘깊음’, ‘신’(רוּחַ, rûªH.) 물=창 8:1-2, ‘바람’(רֶוּחַ), ‘땅’, ‘물’, ‘깊음’. (321.1)

 ② 제2일. 하나님께서 천지의 경계를 확립하시기 위해서 물을 나누셨다. 창세기 1:6-8, ‘물’, ‘하늘’=창 8:2, ‘하늘’. (321.2)

 ③ 제3일. 하나님께서 마른 땅과 물을 분리하셨다. 창세기 1:9, ‘물’ ‘뭍’, ‘드러나라’=창 8:3-5, ‘물’, ‘산들의 봉우리’, ‘보였더라’. (321.3)

 ④ 제5일. 또 다시 하늘에 새들이 날다. 창세기 1:20-23, ‘새들’, ‘땅 위’=창 8:6-12, ‘까마귀’, ‘비둘기’, ‘땅에서’. (321.4)

 ⑤ 제6일. 하늘과 땅의 생물들이 불려나왔다. 창세기 1:24-25, ‘생물’, ‘육축’, ‘땅에 기는 모든 것’, ‘땅의 짐승’=창 8:17-19, ‘생물’, ‘새’, ‘육축’, ‘땅에 기는 모든 것’. (321.5)

 ⑥ 인류.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핵 가족(남성과 여성)이 다시 출현했다. 창세기 1:26-28, ‘사람’, ‘하나님의 형상’, ‘남자와 여자’=창 8:16, 18, 노아와 그의 아내, 9:6 ‘사람’, ‘하나님의 형상’. (321.6)

 ⑦ 축복. 하나님께서 인류를 축복하시고, 그들의 식물을 배정하시고,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주권을 회복시키셨다. 창세기 1:28,‘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9:1-2,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너희를 무서워하리니 ∙∙∙ 너희 손에 붙이웠음이라’. (321.7)

 첫째 날의 빛과 넷째 날의 천체는 그 것들을 재창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위에서 빠져있다. (3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