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역사에 나타난 안식일 제 3부—안식일 신학 제16장—안식일 신학에 대한 고찰
 안식일의 문제는 어떤 날을 안식과 예배의 날로 지키는 것이 옳은가 하는 관심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우 폭넓은 관심사의 것이다. 안식일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성경에 밝히 나타나있는 그대로 창조주와 구세주로 신앙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안식일은 한 사람의 일생 전체가 앞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 하는 것과 관련된 매우 중대한 관심사이다. (280.1)
 필자가 이 글에서 피력하고자 하는 것은 첫째로 성경에 나타난 안식일의 신학적인 의의가 무엇이며 둘째로 안식일이 하나님과 동료 인간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에 어떤 빛을 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안식일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하여 충분한 대답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안식일의 신학적인 의의와 안식일의 실제적인 적용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을 증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안식일과 관련하여 우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하나는 현대인을 위한 안식일 계명의 함의와 현대 교회를 위해 그 실천적 의의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280.2)
 하나님에 대한 기본적인 긍정
 우선 성경에 나타난 안식일 안식(Sabbath rest)의 의미부터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한 주간마다 안식일을 지키는 제도는 “상당히 고대에 속한”제도이며 “이스라엘 종교의 초창기”에 속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1 그리고 그동안 안식일의 기원에 관한 여러 가지 학설들이 주창되어 왔으나 안식일이 창조의 시대에 제정되었다는 성경의 기록에 달리 추가할 빛이 그 학설들 속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2 사람의 일상적인 생활에 제 7일의 안식을 포함하게 하는 시간과 안식의 질서는 분명히 이스라엘의 시간 개념 가운데 독특하게 나타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3 (280.3)
 구약성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날인 안식일은 성경 종교의 근본적인 요소이다. 안식일은 우주의 창조와 관련하여 세 차례에 걸처 언급되고 있다. 창조에 관한 창세기 기사에서 한번(창 2:2, 3), 안식일 계명의 기초로 두 번이 언급되었다(출 20:11; 31:17). 창조의 교리가 하나님과 세계의 근본적인 관계를 중요시하고 이 관계를 기독교 복음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때 이 사실은 자못 심장한 의미를 띠게 된다.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라는 사상은 성경의 기자들이 하나님에 대하여 주장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긍정의 하나이다(시 33:6-9; 89:11, 12; 90:1, 2; 146:5-7; 사 20:26-31; 44:24-26; 요 1:1-12; 행 14:15-17; 17:22-31; 롬 1:18-23; 골 1:16-20). 그리고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는 신앙은 기독교의 모든 교리의 밑바탕을 이루는 필수불가결의 신앙이다.4 흥미롭게도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는 주장은 성경의 첫 페이지에 나타나고 있다. 성경의 첫 페이지에 나타나고 있는 창조주 하나님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안식일의 개념을 발견하고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본성과 그 목적의 뚜렷한 계시이므로 성경의 안식일은 우리에게 하나님이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며 하나님 안에 인간의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는 신학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280.4)
 하나님의 안식과 그 함축
 이것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안식에 관한 성경의 진술 자체를 먼저 살펴 보아야 한다. 창세기의 기록들에 의하면 하나님은 제6일의 끝에 하늘과 땅과 사람의 창조를 모두 끝내시고 자신이 이룩한 창조의 업적을 만족한 마음으로 되돌아 보셨다.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좋았고 또 “심히 좋았다”(창 1:31). 모세는 하나님이 제칠일에 쉬심으로써 안식일의 기초를 놓으신 순간이 바로 그 때였다는 사실을 특별하게 지시하고 있다. 즉 그는 기록하되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니라. 하나님의 지으시던 일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에 마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하므로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 하였다(창 2:1-3). (281.1)
 하나님이 창조의 일을 마치시고 쉬신 것은 십계명의 넷째 계명을 기술한 부분에서도 똑같이 명백하게 강조된 사실이다. 즉 기록하였으되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이다.∙∙∙ 이는 엿새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칠일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하였다(출 20:8-11). (281.2)
 위의 두 경우에서는 하나님이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일을 남겨 둔다는 의미에서 일을 쉬셨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하나님이 피곤해서 쉬셨다든가 하나님이 쉬심으로써 이 기운을 되찾았다는 사상도 들어 있지 않다(사 40:28). 위의 성경절의 강조점은 하나님의 활동과 역할의 완료에 있다. 하나님의 일과 창조 사업이 완성되는 순간에 하나님이 안식하셨다는 것이다. 창세기 2:2, 3에는 안식일과 관련하여 “완성”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다 이루다”, “마치다”, “다하므로”, “마치시고” 등 네 차례에 걸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는 비록 하늘과 땅이 다 이루어졌어도 그것으로 하나님의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끝은 하나님이 제칠일에 안식하셨을 때 비로소 왔다. 이로써 안식일은 하나님의 창조의 명확한 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일은 다 마친 것이다.5 (281.3)
 그러면 하나님께서 창조의 제7일에 쉬셨다는 사상의 함축은 무엇인가? 우선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함축은 우리가 여기서 인간의 문제를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제칠일에 쉬셨다는 사상은 하나님에 관한 교리이며 신학이다. 인간학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 앞에 있는 논의는 하나님을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조약한 신인(神人)동형 동성론(anthropomorphism)의 논의가 아니다.6 또 기왕에 사람들이 7일마다 하루씩 쉬었던 습관을 십계명의 하나로 법제화함으로써 이 습관에서 어떤 신적인 재가를 찾아내려는 시도도 아니다. 이 주제는 명확히 신학적인 주제이며 사람의 일을 하나님에게 적용시키는 시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논의이다. 성경의 기록은 창조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하나님의 안식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에게 하나님의 이 안식에 동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282.1)
 하나님의 안식일의 가장 분명한 신학적 진리는 하나님께서 제칠일에 쉬심으로써 그가 그의 창조계와 더불어 인격적인 관계에 들어가고자 하시는 자신의 소망을 명확하게 나타내셨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세계와 사람을 창조하신 다음에 그들을 제멋대로 돌아가도록 방치하고 자신은 오불관언의 자세로 구경이나 하는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사람과 함께 공존하시고자 하셨다.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 소망을 표현하셨다. 즉 그는 안식일을 제정하여 자신의 안식과 축복안으로 사람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사람과 공존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 소망을 나타내셨다.7 진실로 하나님에 의하여 축복 받고 거룩하게 된 이 제칠일은 “세상에게 은혜로 주어진” 것이다.8 이 날은 그리스도 자신이 선언하셨듯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서” 사람에게 주신 것이다(막 2:27). 게르하르트 폰 라드(G. V. Rad)는 이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여 말하기를 하나님의 이 안식은 “모든 면에서 창조의 과정과 병행해서 발생한 새로운 일”이라 하였다.9 하나님이 사람의 세상으로 오셔서 머물러 계시는 것이다. (282.2)
 성경에서는 분명히 창조의 사건이 자연의 순행에 따라 발생하는 끝 모르는 계시로 간주 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역사를 시작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다. 오히려 역사를 시작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이 역사 자체야말로 하나님과 인간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하나라고 인식되고 있다. (282.3)
 이 점은 하나님이 창조 작업의 끝에 안식하셨다는 성경의 진술이 뜻하는 두 번째의 신학적 함축을 지적한다. 즉 하나님은 그가 역사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언약과 약속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안식일의 신학적 함축이 대두된다. 사람은 창조의 목표이다. 그러나 창조는 서로의 교제와 교통을 뜻하기 때문에 창조는 역시 언약에 따르는 순종과 언약의 제휴를 뜻한다. 성경에서 강력하게 강조되고 있는 이 언약적인 관계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대단히 가까운 관계를 새롭게 확인하고 있다. 언약적인 관계는 한편으로 역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능력을 증거하며 그의 언약의 백성들을 위한 그의 선하심과 신실하심을 증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충성을 요청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이 언약의 “표징”인 안식일 안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지킴으로써 그 충성을 나타내기를 요청하고 있다(사 56:4, 6; 겔 20:12, 20; 겔 20:14, 15). 이것은 안식일의 종교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안식일은 하나님의 선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께 안식일”이요(레 23:3; 출 16:23, 25; 35:2), “여호와의 안식일”이다(레 23:38). “여호와께 거룩한” 날이다(출 31:15). 하나님께 바치는 날이다. 엘렌. 지. 화잇(Ellen G. White)이 말했듯이. “이 날을 지키는 것은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을 자신들의 창조주이며 주권자인 것과 자신들은 그가 만드신 것이며 그의 권세 하에 있는 백성들이란 사실을 고맙게 인정하는 행위”이다.10 (282.4)
 그러나 이 말은 이 안식일이 하나님께서 자신의 이익을 강구하거나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려는 날이란 뜻이 아니다. 이 말은 하나님에 의해 구별된 이 날에 하나님의 현존이 특별하게 드러났다는 뜻이다. 이 날은 전적으로 그에게 소속되어 있으며, 전적으로 그리고 특별한 방식으로 그의 주권 아래서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안식일은 반드시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이같은 관계의 빛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날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조주와 그의 피조물,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와 그의 자녀들의 이같이 측량할 수 없는 친밀성을 이해해야 한다. (283.1)
 안식일 준수의 동기
 이제는 안식일 안식의 의의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실천에 차지하는 안식일 안식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안식일을 지키는 근본 동기는 무엇인가? (283.2)
 안식의 날. 안식일을 지키는 근본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칠일이란 이 특정한 날에 대한 계명이 출애굽기 20장신명기 5장에서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출애굽기 20장에서는 안식일이 창조 때에 이루어진 하나님의 안식에 연결되고 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아무 일도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칠일에 쉬었으므로,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 20:8-11)고 하였다. (283.3)
 넷째 계명에 따르면 안식일은 무엇보다도 안식의 날이다. 안식일은 모든 일을 보란듯이 제쳐놓음으로써 거룩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최소한 일곱 날에 하루씩 자신들이 피조물이란 사실과 하나님을 떠나서는 사람이 자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의 올바른 관계를 제대로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안식일은 사람이 자신의 일을 중지하는 날이며 먹고 살기 위한 자신의 수고를 멈추고 하나님의 은혜를 자신의 생활의 첫째와 마지막 말로 삼게 하는 날이다. 안식일은 사람이 자신을 하나님께 온전히 굴복시키는 날이며 자신을 남김없이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하나님의 처분에 맡기는 날이다(출 33:14; 사 58:13, 14; 렘 17:19-27; 느 13:15-22). (283.4)
 한 주간의 여섯 날 동안은 이 세상이 우리에게 속해 있다. 여섯 날 동안은 우리가 모든 사물들 위에 우리의 창조적인 흔적을 남기고 우리들의 의지에 따라 그것들을 부린다. 그러나 제칠일이 되면 우리는 결국 이 세계가 우리들의 소유가 아니고 하나님의 소유이며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복들일 뿐이란 사실을 증거해야 한다.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일한다는 사실과 하나님이 우리의 왕이며 주인이시라는 사실과 우리가 하나님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제칠일 안식일에 안식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이 세계와 우리들의 창조주이며 주인으로 선포함으로써 그에게 충성의 맹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사람은 인간의 근본적인 피조물성과 하나님의 초월적인 선하심과 주권의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 관계를 항상 상기하지 않으면 안된다.11 왜냐하면 하나님을 우리의 삶의 중심에 모시지 못할 때 우리는 우리의 그 근본적인 피조성 때문에 결국 하나님이 아닌 다른 무엇을 우리의 삶의 중심으로 삼을 수 밖에 없게 되며 우리의 충성심을 거짓된 대상에게 바치게 되기 때문이다.12 하나님을 본받아 제칠일 안식일에 쉬는 것의 일차적인 의도는 6일간의 수고스러운 삶 끝에 기운을 다시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일을 중단하는 것이며 더 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식일에 사람은 자신의 일에 소속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자치권을 포기하고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지배를 확인한다. (284.1)
 그러나 비록 일의 중지가 명령되었지만 이것이 안식일 계명에서 요구된 전부는 결코 아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이 날을 바침으로써 이 날은 시간의 십일조가 된다. 우리의 수입의 십분지 일이나 우리의 생축의 첫 새끼나 또는 우리의 추수의 첫 열매들이 모두 여섯날들 동안 우리가 힘써 노력한 일들의 십일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13 이처럼 안식일 안식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이 하나님께 드리는 공간의 봉헌을 표현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와 시간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신앙의 표현이다.14 (2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