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내를 남에게 빼앗겨도 보고(
사무엘상 25장 44절 참조), 배반한 자식에게 쫓겨 필사의 도망길에 오르기도 했으며, 철석같이 믿어 온 심복과 동료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랑했던 백성에게 등돌림을 당하는 등 다윗의 일생은 참으로 배점이 높은 스트레스로 넘치는 날들이었다. 자신을 대적하여 스트레스를 높여 놓은 사람들이 차라리
“미워하는 자일진대 피하여 숨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너희가 내 영혼더러 새같이 산으로 도망하라 함은 어찜인고”(
시편 11편 1절).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진 비둘기를 부러워하면서도 비둘기처럼 훌훌 날아가 버릴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
시편 55편이다. 한때 사울왕을 피하며 블레셋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가서, 게걸스럽게
“미친 체”하고서라도 살아보려고
“대문짝에 그적거리며 침을 수염에 흘”려도 보았지만(
사무엘상 21장 10~15절), 모두 잘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인간에 대하여 이리”라고 하지만 이리떼처럼 싸우면서도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적 존재임을 어찌하랴.
“멀리 날아가서” 홀로 거할 그러한 인생 광야가 땅 위에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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