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우리는 바울이 골로새서 2장 16절에서 정죄한 것은 먹고 마시는 것이나 안식일과 같은 성일들의 준수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의 준수에 관련된 그릇된 동기라고 결론지어야 할 것이다. 바울이 공격하는 대상은 이런 습관들을 구원에 예비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나 또는 “초등학문”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높이는 신앙 태도였다. (294.3)
 골로새서 2장 16절에서 언급한 안식일
 거짓 교사들이 규정한 거룩한 시간들은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헤오르테이스 에이 네오메이니아 에이 사바톤, 2:16)로 언급되었다. 주석가들은 일치하여 이 세 단어가 거룩한 시간의 철저한 목록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고 진행적인 순서(해마다, 달마다, 주(週)마다)를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이 견해는 이 용어들이 골로새서 2장 16절과 동일한 순서로 혹은 그 역순으로 나열된 형태가 70인역에서는 5번씩, 다른 문헌에서는 여러 번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을 받고 있다.47 이사야 1장 13,14절에서는 “월삭”이 이 목록에서처럼 중간에 나오는 대신 처음에 나타나는 예외적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이 예외는 일반적인 용법을 무효화하지 않는다. (295.1)
 골로새서 2장 16절“안식일”(사바톤)이 일 년 주기의 절기 안식일들을 뜻하는 것으로서 제7일 안식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히브리어에서는 제칠일 안식일과 대속죄일이 모두 “큰 안식일”(출 31:15; 35:2; 레 23:3,32; 16:31)의 의미를 가진 복수적인 표현인 사바트 사바톤으로 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희랍어 번역인 70인역에서 복수적인 표현인 “사바타 사바톤”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이 표현은 골로새서에 나오는 단수인 “사바톤”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골로새서의 “사바톤”이 대속죄일이나 또는 다른 절기 안식일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언어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속죄일이나 절기 안식일 등은 단순히 “사바타”로 표시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295.2)
 골로새서 2장 16절“안식일”이 일 년 주기의 절기 안식일들이라는 주장의 또 다른 약점은 절기의 안식일들을 뜻하는 “절기”(헤오르테스)라는 용어가 골로새서 2장 16절에 이미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바톤”이 절기의 의미를 지녔다면 바울이 왜 불필요한 용어를 동일한 문장에서 반복했겠느냐 하는 것이다. 위의 지적들을 고려해 볼 때 골로새서 2장 16절에 사용된 “사바톤”은 일 년 주기의 절기 안식일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296.1)
 그러면 “사바타”라는 복수 형태는 전적으로 제칠일 안식일만 뜻하는가? 그런가 하면 복수형 “안식일”(사바타)이

 (1) 여러 안식일들(LXX 스 46:11; 사 1:13; 행 17:2)

 (2) 단일 안식일(LXX 출 20:11; 막 1:21; 2:23-24; 3:2-4)

 (3) 한 주일 전체(LXX 시 23:1; 47:1; 93:1; 막 16:2; 눅 24:1; 행 20:7) 등 세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골로새서 2장 16절의 안식일도 제7일 안식일뿐만 아니라 같은 주간의 다른 날들을 뜻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48

 이 주장의 강점은 골로새서에 나오는 성일들의 목록이 연례적, 월례적, 주례적 축제들을 암시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더욱이 바울이 “날들과 달들과 절기들”의 준수를 고집했던 매우 유사한 거짓 가르침을 갈라디아서 4장 10절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4장 10절에서 “날과 달과 절기나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해서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성일들의 목록이 “날들”(헤이메라스)로 시작되고 있는 사실은 골로새서의 “안식일들”이 제칠일 안식일 이외의 다른 날도 포함한다고 믿을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 있어서, 바울은 전체적으로(안식일을 포함하여) 모든 연례적, 월례적, 주례적 성일들의 준수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296.2)
 이 해석에 대한 뒷받침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지적과 거룩한 시간들의 준수에 대한 지적이 병렬(竝列)식으로 제시되고 있는 사실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먹고 마시는 문제와 날들을 엄수하는 문제의 상호 연관적인 관계는 로마서 14장 2, 5절에도 제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의 “날들”과 골로새서의 “안식일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또한 제칠일 안식일 외에도 금식이나 또는 특정한 식사의 금기로 그 특색을 이루고 있는 주중의 다른 날들까지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97.1)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초대교인들도 정해진 날에 금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종파적인 유대주의에서는 금식이 더욱 더 엄격하게 요구되었다. 『사독문서』(Zadokite Document)에는 금식해야할 의무가 성일을 지켜야 할 의무와 함께 요구되었다. “안식일의 모든 규정들과 함께 안식일을 지키라. 그리고 ‘다마스커스의 땅’에서 새 언약에 들어간 사람들에 의해 처음으로 실행된 습관들에 일치되도록 절기와 금식일들을 지키라”(다마스커스 다큐멘트 6:18). (297.2)
 그러나 우리는 유대인이나 초대 그리스도인들 모두에게 안식일에는 금식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안식일은 금식해서는 안 되는 날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만약 골로새서와 로마서에서 음식을 금하고 있는 언급들이 만약 “날들”“안식일들”에 대한 규칙들과 관련되는 것이라면,49 “날들”“안식일들”은 제7일 안식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주중의 어떤 금식일들을 언급하는 것일 것이다. (297.3)
 그러나 만약 골로새서의 “안식일들”“제7일 안식일”을 지칭하거나 포함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종류의 안식일 준수를 거짓 선생들이 옹호했는가 하는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골로새 교회에 보내는 바울 사도의 편지가 제공해 주는 자료는 너무 빈약해서 이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를 이단의 본질에 비추어 검토한다면 몇 가지 기본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298.1)
 규칙과 규정들의 준수에 대한 엄격한 강조는 의심할 나위 없이 안식일 준수에도 적용되었을 것이다. “초등학문”에 대한 존중은 안식일 준수와 거룩한 때들의 준수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별들을 관장하는 별나라의 권세들이 달력과 인간의 생명을 지배하는 것으로 믿는 경향이 일반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귄터 보른캄(Günther Bornkamm)이 지적했듯이 바울은 갈라디아서 4장 10절골로새서 2장 16절에서 별들의 운행에 관련을 맺고 있는 날들과 절기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날들과 절기들에게 내용과 의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초등학문 곧 우주들의 원소”(스토이케이아 투 코스무)였던 것이다.50 골로새교회의 이단들은 안식일을 창조와 선택, 또는 구원의 표로서 준수했던 것이 아니라 로제(Edward Lohse)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별들의 항로를 지도하고, 달력의 정확한 순서를 규정하는 초등학문(우주의 원소들)”51 때문에 준수하였던 것이다. (298.2)
 우리는 이같은 점성술적인 미신이 희랍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유대주의 사회에서도 기세를 떨쳤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쿰란 공동체는 별들의 권세인 천사들과 거룩한 때들을 엄격히 준수하는 신앙의 관계에 대한 명상들을 많이 남겼다.52 유대—그리스도교적 종파인 엘카사이(Elchasaites: ca. AD 100)파는 어떻게 천체적인 권세들에 대한 숭배가 그들의 안식일 준수행위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한 본보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다음은 히폴리투스의 기록이다. (299.1)
 “엘카사이(Elchasai)는 이와같이 말한다. ‘불경한 악한 별들이 존재하고 있다. . . . 날들의 권세와 이런 별들의 지배를 조심하고 이런 것들이 주관하는 날들에는 아무 일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악한 별들의 날에는, 그리고 달이 이러한 별들 사이로 떠올라와 그 별들과 나란히 하늘을 순행하는 기간에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침례를 베풀지 말라. . . . 그러나 그보다 더 안식일의 날을 영화롭게 하라. 이는 그 날이 이런 별들의 권세를 이기는 날들 중의 하나에 속하기 때문이다’.”53 (299.2)
 유대인들을 논박하는 그리스도인의 논리에서도 안식일과 같은 성일들의 준수에 미친 천체(별들)의 영향에 대한 부가적인 증거를 발견한다. 예컨대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통렬한 책망이 들어 있다. “그러나 육식에 대한 그들의(즉, 유대인) 까다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안식일에 관한 그들의 미신과 할례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 그리고 고려할 가치가 없고 전적으로 우스꽝스러운 금식과 월식에 대한 그들의 공상들에 대하여, 어떤 것을 배우려고 그대들이 나에게 문의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54 (299.3)
 “베드로의 설교”의 한 단편에도 다음과 같은 퉁명스러운 경고가 담겨 있다. “유대인들이 하는 식으로 그를 경배하지 말라. 왜냐하면 자기들만이 하나님을 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하나님을 모르고 천사와 천사장들과 달과 월삭을 공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이 보이지 아니하면 첫 안식일이라고 불리우는 날을 경축하지도 않고 월삭이나 무교절의 날들이나 절기(장막절?)나 큰 날(대속죄일?)을 지키지도 아니한다.”55 (300.1)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이교의 세계에서는 토요일이 토성(土星)과 연관된 불길한 날로 여겨지고 있었다. 당시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이 성일을 준수하는 관습이 별신들에 대한 미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할 때 “초등학문 또는 우주의 원소들”의 숭배를 조장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골로새교회의 금욕주의적 교사들이 강조한 안식일 준수 규칙들은 모두 엄격하고 미신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런 종류의 안식일 준수 행위에 대한 바울 사도의 경고는 적절한 조치였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조치였다. (300.2)
 그러나 바울이 여기서 공격한 것은 안식일을 준수해야 하는 원칙이 아니라 안식일 준수의 왜곡성이었다. 우리는 바울 사도가 안식일 준수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왜곡된 기능에 대해 경고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먹고 마시어야 하며 어떤 날과 절기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하는 방법의 문제는(로마서 14장 5절에 잘 진술된 바와 같이) 모두 개인의 확신에 속하는 문제로서 이러한 일들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판단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준수하는 신앙적 동기의 문제는 결코 개인적인 관점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날과 식사 같은 일에 관련된 규칙들은 그리스도에 속한 실체를 지적하는 그림자이다. 따라서 결코 그 그림자가 실재를 대신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바울이 반대하는 것은 거룩한 때들을 준수하는 형태나 방법이 아니고 그것들의 왜곡된 기능과 동기들이었다. 날들과 절기들을 지키는 잘못된 동기와 이 신앙의 잘못된 기능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근거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뒤이어 고찰하고자 하는 두 개의 다른 구절(롬 14:5-6; 갈 4:8-11)로부터 우리는 이 결론을 확고히 뒷받침해 줄 정보를 추가로 얻게 될 것이다. (301.1)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의 안식일
 로마에서는 골로새의 경우와 매우 유사한, 광신적인(이단적인) 금욕주의의 집단이 포도주를 금하고 엄격한 채식주의와 날들(롬 14:1-10, 21)의 준수를 옹호하고 있었다. 우리는 앞에서 바울이 먹고, 먹지 않는 문제를(골로새서 2:16절에 있는 것처럼) 날들을 엄수하는 문제와 서로 연관시켰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만약 이 해석이 옳다면 로마서 14장 5, 6절에 언급된 “날들”에는 안식일이 포함될 여지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제7일 안식일은 축제(잔치)의 날이지 금식의 날이 아님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56 (301.2)
 로마서에서의 문제는 골로새나 갈라디아에서의 문제보다 확실히 완화된 것이었다. 그곳의 금욕주의적 교사들은 영향력이 크지 않은 소수 세력에 불과했던 것 같으며 십자가의 핵심을 희석시키려고 겨냥한 그런 의식주의를 선전하는 사람들도 아니었던 것 같다.57 이것은 이들에 대한 바울 사도의 관대하고 삼가하는 말투로도 넉넉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3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