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시작)이신가?”(계 13:14)
 여기에는 하나님으로서의 예수님에 대한 그리스도교 전체의 예배 개념의 문제가 걸려 있다. 영어 흠정역 성경과 영어 개역 표준 성경(R. S. V.)에 번역되어 있듯이 이 구절은 예수님을 피조물로, 즉 하나님이 창조한 첫번째의 피조물로 이해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 구절 본래의 의미가 이상과 같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으로서 예배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구절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이 구절의 희랍어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근본(시작, beginning)이라고 번역된 희랍어는 아르케(arche)라는 단어이다. 추기경이란 뜻의 영어 단어 아크비숍(archbishop)이나 대적이란 뜻의 영어 단어 아크에니미(archenemy)의 아크가 모두 이 아르케와 동일한 것으로서 주요한, 제1의 뜻을 가지고 있다. 또 군주란 뜻의 영어 단어 모나크(monarch)의 아크(arch)도 같은 것인데 여기서는 통치자란 뜻을 갖고 있다. 희랍어를 상용하는 국민들은 아르케란 단어를 “시작” 이란 뜻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위의 예에서도 본바와같이 그런 뜻으로 사용된 예는 전여 없다. (140.1)
 G. W. 브로밀리(Bromiley)가 영역한 게르하르트 키텔(Gerhard Kittel)의 “신약 성경 신학 사전”(Theological Dictionary of the New Testament)에서는 아르케(arche)가 “시간상이든 서열상이든 항상 ‘으뜸’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하였다. 시간상으로 으뜸은 시간적인 순서상의 첫번째인 “시작” 이란 뜻을 갖게 되며, 서열상의 으뜸은 권위상의 첫번째라는 함축을 갖고 있는 “권세”, “주권”, “직책” 등의 뜻을 갖게 된다. W. F. 아른트(Amt)와 F. W. 경리크(Gingrich)가 영역한 발터 바우어(Walter Bauer)의 “신약 성경 희랍어—영어 사전”(A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에는 “시작” 이란 뜻 외에 “제1 원인”“기원” 이란 뜻을 추가하고 있다. 즉 사물의 발생상의 첫째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H. S. 존즈(Jones)가 개찬한 H. G. 릿델(Liddell)과 R. 스콧트(Scott)의 표준 “희랍—영어 사전” 에도 여러 가지 의미와 나란히 “첫째 자리”, “제1 원리”, “기원” 등의 뜻을 부기하고 있다. (140.2)
 그래서, 희랍어 단어만 가지고 보면 요한계시록 3장 14절은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을 하나님의 첫 피조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나 동시에 예수님을 하나님의 창조의 “기원(근원)” 또는 “제1 원인” 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한글 번역에서는 후자를 택하고 있다). (140.3)
 예수님은 어떤 의미에서 피조물이시다. 성경은 그분을 “영광을 받으신 현 상태에서 조차 그분의 성육신”(成肉身:하나님이 사람으로 태어나심)의 관점에서 “사람”으로 부르고 있다.(딤전 2:5). 그러나, 만약 요한계시록 3장 14절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피조물성(被造物性)이라면 이 논급은 최초의 피조물로서의 그의 존재를 뜻하는 것일 수 없다. 예수님이 세상에 태어나시기 전에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먼저 세상에 태 어났다는 것은 논의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140.4)
 신약 성경의 다른 구절은 한결 더 고원한 주장을 나타내고 있다. 요한복음 1장 1~3절에 보면 그리스도가 “태초(아르케)”에 하나님과 함께 존재했다고 했다. 그리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고 했다. 여기에서는 예수님이 피조물로 나타나 있지 않고 만물을 창조하게 하는 동인(動因)으로 나타나 있다. (140.5)
 이점에 관련하여 신약 성경 골로새서가 특별한 관심을 끌게 된다. 왜냐하면, 골로새서는 요한계시록의 라오디게아 교회에 보내는 편지와 마찬가지로 그 수신인이 라오디게아 교회이기 때문이다(골 4:16). 골로새서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골로새서 1장 15~20절을 보면 예수님을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라 하였고 “만물이 그에게 창조되되∙∙∙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셨다고 했다. 이것은 오히려 요한복음 1장 1~3절의 말씀보다도 더 강력한 표현이다. 만약 예수님이 자신의 본질적인 존재에 있어서 만물보다 먼저이시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다면 그를 단순한 피조물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다. (141.1)
 요한계시록 22장 13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일컬어 알파와 오메가라 하셨다. 이 표현은 요한계시록 1장 8절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일컬어 사용하신 표현이다. 오직 무한하신 신(神)만이 모든 것을 망라하는 송영(頌)을 받을 수 있다. (141.2)
 이러저러한 관점 때문에 현대의 여러 번역 성경들은 요한계시록 3장 14절의 번역에 있어서 영어 흠정역 성경이나 개역 표준 성경(R. S. V.)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번역 성경들은 “하나님의 창조의 시작”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대신에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 (141.3)
   N. E. B. 는 “하나님의 창조의 제1차적 원천”

   N. I. V. 는 “하나님의 창조의 주권자”

   T. E. V. 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의 기원”

   예루살렘 성경(Jerusalem Bible)은 “하나님의 창조의 궁극적 원천”

   몬시노 녹스(Monsignor Knox)는 “하나님의 창조가 시작된 원천”

   N. A. S. B. 는 “하나님의 창조의 시작” 이라하고 난외에 “즉 기원 또는 원천”이라 하였다.

 (141.4)
 그리스도를 창조의 원천이라 하든 또는 창조의 주권자라하든 하여튼 창조물 이상의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번역은 희랍어 원어의 의미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요한계시록 3장 14절의 그 어떤 것도 참된 예배의 대상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지위를 최소화하도록 이용될 수 없다. 라오디게아 교회에 보내는 그 동일한 편지 속에서 예수님을, 하나님의 보좌에 하나님과 함께 앉으신 분으로 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계 3:21).

 (141.5)
 2.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가 그리스도교 역사의 일곱 시대를 예표한다는 증거가 또 있는가?
 필자는 앞에서 이 문제를 취급할 때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가 그리스도 교회사(史)의 일곱 시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것이라는 증거들을 좀더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이미 그 세 개의 증거를 앞에서 제시한 바 있다. 즉 (141.6)
 a. 다니엘 2장의 묵시에 나타난 신상(神像)은 다니엘와 요한계시록의 열쇠가 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그 선지자의 시대로부터 세상 끝날까지의 세속 역사의 기간에 걸친 것이다. 다니엘 2장의 묵시에 대한 이 같은 이해는 다니엘 7, 8, 11장의 중요한 다른 묵시들도 똑같이 그 선지자의 시대를 기점으로 하여 세상의 끝날까지의 사건을 나란히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준다. 요한계시록은 다니엘의 기초 위에 견고히 구성되어 있다. 이와같이 다니엘 2장의 이해를 토대로하여 최소한 요한계시록의 전반부 즉 역사적인 부분을 취급하고 있는 주요 묵시들 즉 일곱 인, 일곱 나팔, 대쟁투의 장면들, 그리고 일곱 교회들이 해당 선지자의 시대로부터 세상 끝날까지의 역사를 나란히 나타내고 있다는 이해를 갖게 된다. (141.7)
 b.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는 분명하게 미래 예언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요한계시록 2장 10절에서 서머나 교회에게 말하기를 “네가 장차 고난을 받을 것”이라 하였고 요한계시록 3장 10절에서는 빌라델비아 교회에게 “내가 또한 너를 지키어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이는 장차 온 세상에 임하여∙∙∙시험할 때라”고 하였다. (142.1)
 c. 요한복음 13장 19절에서 예수님은 “지금부터 일이 이루기 전에 미리 너희에게 이름은 일이 이룰 때에 내가 그인줄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로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그리스도 자신의 해석 원칙을 이용하여 우리 시대를 중심으로 하여 과거를 되돌아 보았으며,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가 교회 역사의 사건들과 밀접하게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142.2)
 이 밖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증거들을 더 추가할 수가 있을 것이다. (142.3)
 d. 예수님은 다니엘 선지자와 마찬가지로 감람산 설교에서 자신의 시대로부터 그의 재림에 이르는 교회사의 전체 과정을 훑어 내렸다. 만약 예수님과 다니엘이 그렇게 했다면 요한도 그렇게 했다는 결론은 타당한 것이다. (142.4)
 e. 서머나 교회는 “십 일” 동안 환난을 당하리라고 경고를 받았다(계 2:10). 당시는 기원 후 155년 또는 156년(일부 역사가들에 의하면 166년)경이었는데 폴리카르포스(Polycarp)도 그때 순교했다. 문자 그대로 수일에 걸친 박해를 당했다. 그러나, 데키우스 황제의 치하인 기원 후 250년에도 그들은 박해를 당했다. 또 303~313년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와 그의 후계자들에 의해 박해를 당했다. 수세기 후인 1402년, 1424년, 그리고 1922 년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 시대를 훨씬 능가하는 박해로 수천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학살되었다. (142.5)
 

예수 그리스도는 원자를 고안하셨고, 우리 세계를 창조하셨으며 우주를 만드셨다.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