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등지고 걷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어두운 그림자를 밟고 가야 한다. 그러나 태양을 향하여 걷는 사람은 자신의 투영(投影)한 좌절과 낙망의 우울한 그림자를 밟지 않고서 투명(透明)한 내일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우유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고 썰어 놓은 톱밥은 다시 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태양이 비치지 않을 때에도 태양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알고,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사랑이 변함없이 존재함을 깨달으며, 하나님이 얼굴을 숨기시고 침묵하실 때에도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 계심을 믿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참으로 좋은 날씨는 찌푸린 하늘이 비를 뿌려 대지를 적신 후에 오는 것임을 아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눈부신 태양이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감춘 까닭은 흐리고 찌푸린 날만이 구름을 녹여 비를 내릴 수 있기 때문임을 알라. 낙망과 좌절의 어둡고 두터운 구름이 인생 하늘에 덮일 때,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신
“하나님을 바라라” 그리고
“나는 내 얼굴을 도우시는 내 하나님을 오히려 찬송하리”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구름 속에 몸을 숨긴 태양의 실루엣의 오묘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미 그늘 없는 인생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 전날 밤, 겟세마네에서
“고민하고 슬퍼하사 ∙∙∙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
마태복음 26장 38절)다고 말씀하시고도 끝내 십자가를 지신 우리 주님에게서 좌절은 이미 좌절되었고, 절망은 영원히 절망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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