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후 표상은 실체를 만났다. “그리스도의 입술에서 큰 소리로 ‘다 이루었다!’는 외침이 들렸을 때 제사장들은 성전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었다. 때는 저녁 제사를 드릴 시간이었다.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양이 끌려들어왔다. 제사장은 뜻깊은 의미가 담긴 아름다운 제사장 복을 입고 마치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죽이려고 칼을 들었던 것처럼 칼을 들었다.... 요란하게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성전 안 휘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꼭대기로부터 밑바닥까지 찢어졌다.... 모두들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랐다. 제사장은 희생양을 죽이려 했으나 칼은 그의 무감각한 손에서 땅에 떨어지고 양은 다라나 버렸다. 하나님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모형은 실체를 만났다. 위대한 희생은 그렇게 치러졌다”(DA 747). (247.1)

 그래서 옛날 모리아 산에서는 칼이 다른 용도에 쓰였다. 이삭을 묶은 줄을 끊어주는 일을 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감격스런 포옹이 있고, 기쁨의 노래와 감사의 기도가 있었다. 그 때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살펴보았더니, 보라! 뿔이 넝쿨에 걸린 수양 한 마리가 그 뒤에 있는지라, 아브라함이 가서 수양을 잡아 그의 아들 대신에 번제로 드렸더라”(창 22:13). 심지어 이 모형의 산양까지 가시(넝쿨) 관을 쓰고 있었다! (247.2)

 예수님의 말씀 중에는 아브라함이 이 사건의 뜻을 깨달았다는 암시가 있다.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게 될 것을 즐거워하였고, 마침내 보고서 기뻐하였다”(요 8:56, ｢표준새번역｣). 이삭 대신에 죽을 양을 준비하신 이는 물론 하나님이셨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죄인을 대신하여 죽도록 허락하심으로 하나님은 인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셨다. 실로 그는 아들을 주심으로 당신 자신을 주신 것이었다. (247.3)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바치라는 명령이 주어졌을 때, 하늘 거민의 관심은 온통 거기에 집중되었다. 그들은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이 명령이 이행되는 과정을 일일이 주시했다. 이삭이 번제 드릴 양은 어디 있는가 라고 물었을 때, 아브라함의 대답은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하신다는 것이었다. 이삭 대신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산양이 제물로 쓰이는 것을 보는 순간, 그 순간 구속의 신비가 빛을 발했다. 그래서 천사들은 인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놀라우신 준비를 분명히 깨달았다”(PP 155). (247.4)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의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는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그를 주신 목적은 모든 사람을 위해(롬 8:32),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롬 4:25),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살게 하기 위해서였다(요일 4:9). “그리스도는 당신의 교회가 ‘세상의 빛’으로 환해지고, 임마누엘의 영광을 소유한, 변화된 몸이 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셨다”(COL 419). 제자들에게 “너희는 이것들보다 더 귀하지 아니하냐?” 하신 것은 그들이 당신의 사랑을 주목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사람과 짐승을 위한 ‘위대한 제공자’는 손을 펴서 당신의 피조물들에게 모든 것을 공급하신다”(SC 128). “우리가 믿기만 하면, 우리를 지으신 이, 우리 생명의 보존자, 우리를 당신의 형상으로 만드시는 이가 우리의 필요를 제공하지 않으실 것인가?”(SC 129). 분명한 대답을 예상하면서 바울은 묻는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신다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신 분이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값없이 주시지 아니하겠느냐?”(롬 8:31, 32). (248.1)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을 주셔서 그가 수치, 자기 부정, 가난, 고생, 능욕, 그리고 십자가의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되었을 때, ... ‘족하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죽을 필요가 없다’는 기쁜 기별을 가지고 찾아온 천사는 없었다. 수많은 천사의 무리가 슬피 기다리며 이삭의 경우처럼 마지막 순간에 그의 수치스런 죽음을 하나님께서 막아 주시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런 기별을 전하는 일은 어떤 천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재판정에서 시작된 수모는 갈바리로 가는 길에서 계속되었다. 그는 조소와 비난과 침 뱉음을 당했다. 그는 놀림과 꾸중과 그를 미워하는 자들의 비방을 받으시다가 십자가에서 머리를 떨구고 운명하셨다”(TC 3:369). (248.2)

 “이런 일이 있었으므로 아브라함이 그곳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고 하였다(이레[yiréh]는 ‘장만하다,’ ‘준비하다’라는 뜻; 8절에 나오는 같은 말과 비교하라. ‘주께서 마련하시리라,’ 또는 ‘장만하시리라,’ 난외주).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주의 산에서 준비될 것이다’라고 말을 한다”(창 22:14, ｢표준새번역｣).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제공하실 때는 항상 특별한 장소에서 하신다. 독자는 그런 경험을 해보았는가? 아브라함은 그 장소를 기억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거기에 이름을 붙여 그의 후손과 후세가 그 곳을 찾을 때, 그 이름으로 부르고 거기에서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기 바랐다. (249.1)

 자기 생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소에 이름을 붙인 것은 아브라함뿐이 아니었다. 얍복 강변에서 밤이 새도록 골반 뼈가 위골되기까지 예수를 붙잡고 씨름하여 자기의 죄를 이긴 야곱이 좋은 예이다. “그러므로 야곱이 그곳의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하나님을 대면하여 보았지만 내 생명이 보존되었다’ 함이더라. 그가 브니엘을 통과할 때에 해가 그 위에 솟았고 그는 그의 넓적다리를 절뚝거렸더라”(창 32:30-32). 그는 그 후 50년을 절며 살았으나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지팡이에 의지하여 경배”드렸다(히 11:21). (249.2)

 창조 때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의 필요를 미리 아시고 각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하게 잘 준비하셨다. 지구, 하늘, 흙, 물, 공기, 태양, 달, 별들, 초목, 어류, 곤충류, 파충류, 동물, 조류, 인류, 이 모든 것은 각기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남의 필요를 공급한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심히 좋았더라”고 하실 만큼 잘 만들어졌다. 이런 모든 창조의 배후에는 만물을 유지하시는 야훼 이레 의 역할이 숨어 있다. (249.3)

 범죄 이후 하나님은 인류 구원의 필요를 보시고 구원의 씨(창 3:15)를 준비하셨다. 그는 노아와 그의 가족을 절망에서 구하시기 위해 안전한 방주를 마련하셨다. 그는 니느웨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깊은 구속의 갈망을 보시고 순종할 마음이 없는 선지자 요나를 보내셔서 16만 이상의 영혼을 회개하도록 인도하셨다. 그는 요나가 이런 큰 변화를 초래할 은사의 사람임을 보시고 요나가 준비될 때까지 그로 하여금 당신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고래 뱃속에 갇히어 목적지까지 항해하도록 만드셨다. (250.1)

 그는 빚에 몰린 한 과부가 당한 위기를 보시고 많은 기름을 주셔서 빚을 갚게 하실 뿐 아니라 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살 길을 마련해 주셨다(왕하 4:1-7). 그는 백성에게 물이 필요함을 보시고 2백만 이상의 인구가 40년 동안이나 사막에서 물 걱정 없이 살도록 바위를 갈라 샘물을 제공하셨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이 좋은 신발이 있어야 할 것을 보시고 험한 돌밭 같은 사막 길에 40년이나 견딜 수 있는 가죽 샌들들을 제공하셨다. (250.2)

 그는 참된 지혜의 필요를 보시고 욥으로 하여금 죽음의 골짜기를 통과하며 친구들을 위해 중보할 필요를 배우게 하셨다. 그는 굶주리는 당신의 선지자의 어려움을 보시고 까마귀를 시켜서 날마다 먹을 것을 공급하셨다. 그는 모세와 엘리야의 생활 환경을 보시고 그들로 하여금 홀로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함으로써 승천에 필요한 준비를 하게 하셨다. 그는 바울의 마음 속에 있는 교만을 보시고 “육신의 가시”를 허락하셔서 그로 하여금 오늘의 직무 뿐 아니라 영원한 나라를 위해 적합한 인품을 구비하게 만드셨다. 그는 두 자매를 포함하는 온 백성의 믿음이 부족한 것을 보시고 그 자매들의 오빠인 나사로가 죽는 것을 허락하셨다. 야훼 이레 는 인간의 필요를 보시고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하신다. (250.3)

 갈바리에서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을 선물하심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셨다. 하나님은 당신의 어린양의 피로 우리가 모든 죄를 깨끗이 씻을 길을 마련하셨다. 오늘날 하나님은 옛날의 동물 희생 제도보다 월등한 길을 그리스도인들에게 허락하셨다(히 11:40). 그는 사랑으로 우리의 죄를 속할 화목 제물을 제공하신 것이다. 그는 당신의 은혜로 연약한 우리를 강하게 하시며, 우리의 불순종을 용서하시고, 위험과 포로 됨에서 노이게 하시며, 순종하는 자에게 행복을 베푸신다. 그는 성령을 통해 우리가 당할 모든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주심으로 길잡이 역할을 하신다. 그는 당신의 책을 우리에게 구원의 교과서로 제공하셨다. 당신의 천사들을 통해 그는 모든 위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계신다. (250.4)

 예수를 볼 때 우리는 옛날 팔레스타인의 들과 사막, 산촌과 도시를 거니시는 야훼 이레 를 보는 것이다. 우리는 도움을 바라고 찾아온 사람들의 모든 필요에 기적적으로 응해 주시는 그분을 보는 것이다. 용서의 필요를 보신 그는 중풍 환자의 죄책감을 씻어 주시고 육신의 치유를 허락하셨다(마 9:1-7). 납세의 필요를 보신 그는 동전을 입에 문 물고기를 준비하셨다가 잡히게 하셨다(마 17:24-27). 혼인집에 포도주가 있어야 할 것을 보신 그는 물이 신선한 포도즙으로 변하게 하셨다(요 2:1-11). (251.1)

 그는 열병으로 앓는 한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심으로 그녀가 손님을 잘 대접할 수 있게 치유하셨다. 그는 제자들이 생선이 필요할 때 어부인 제자들도 경험하지 못했던 큰 어획을 허락하셨다(요 21:5-11). 그는 사람들이 먹어야 할 것을 보시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치지 않고 장정만 5천명을 먹이시고 남은 것이 열두 광주리나 되리 만치 풍성히 주셨다(막 6:34- 44). (251.2)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만일 우리가 구원의 드라마를 일일이 살펴서 인류의 복지를 위해 야훼 이레 께서 베푸신 모든 고마운 일들을 가려내어 책을 쓴다면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점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2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