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자 : 사도 바울
 킹제임스 성경에는 표제어에 “히브리인들에게 보내는 사도 바울의 서신”(The Epistle of Paul the Apostle to the Hebrews)이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수 세기 이전에 가장 오래된 헬라어 필사본들에 붙은 이 책의 표제어는 단순히 “히브리인들에게”(Pros Hebraious)로 되어 있다. 또한 “일찍이 2세기경에 그리스도인들이 히브리서의 저자에 관하여 토의하고 있었다. 190년 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는, 바울이 그것을 히브리어로 기록하였고, 누가가 그것을 헬라어로 번역하였다고 결론 지었다.”1 (10.1)
 어떤 비평가들은 히브리서가 바울의 다른 편지서들보다 문체가 훨씬 아름답고 품위가 있기에 바울 서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바울은 편지서에서 구약을 인용할 때 일련의 다소 표준적인 구절들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히브리서에는 구약 자료들을 인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을 보여주었다. 자주 ‘70인역’에서 인용하지만 때로는 히브리어를 자신이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것을 쓰기도 하며, 또 구약의 원문에 함축된 풍부한 내용을 저작 의도에 따라서 축약하기도 하고 확대해 적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활용은 저자가 70인역(구약의 고대 헬라어 역본)과 구약 히브리어 원문에 정통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울이 유대인이면서도 헬라어를 사용했으며, 구약성경과 유대인들의 종교 사상, 그들의 거룩한 역사, 제도적 유산에 정통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히브리서는 철저하게 정돈된 논증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신약의 그 어떤 책보다도 높은 수사학적 문학수준을 견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울이 히브리서를 기록할 당시 그가 옥중에 있었거나, 그렇지 않다면 옛 언약에서 새 언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계몽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가지고 연구하며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M. L. 앤드리어슨은 그가 히브리서를 기록할 당시 옥중에 있었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록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11.1)
 히브리서가 바울이 기록하였다고 보는 여러 확고한 증거들이 있다. 먼저 책의 내증들을 살펴보자! 이 책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대신에 자신을 제 2세대 그리스도인에 적용시키고 있다. 그 내증은 다음과 같다. “구원은 처음에 주로 말씀하신 바요 들은 자들이 우리에게 확증한 바라”(2:3)는 언급이다. 또 하나는 히브리서 13:23에서 디모데를 언급한 것과 ‘바울적인’ 교훈의 내용이다. (11.2)
 사도 바울이 저자라는 사실은 많은 계열에서 주장하던 전통적인 견해였다. “스코필드 주석 성경(원본은 1909년에 출판되었고 1937년과 1945년에 개정되었다)의 서문에서는 ‘사도 바울이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시’라고 쓰고 있다.”2 (11.3)
 이렇게 바울을 저자라고 생각하는 역사성과 전통성에 확신을 더해 주는 것은 E. G. 화잇의 무게 있는 영감에 의한 진술이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각 시대의 대쟁투’‘하나님의 성소’ 장에서 8번이나 바울을 저작자로 지칭하며 히브리서를 인용하였다. 그 외 다른 여러 인용 부분들에서도 ‘사도’ 혹은 ‘바울’이라고 기록함으로 그가 히브리서의 저자라고 확신하였다. (11.4)
 2. 기록 연대와 역사적 배경
 저자의 기록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히브리서가 함축하고 있는 여러 내용들을 참고해 볼 때, 바울이 예루살렘을 방문(행 20장)했던 58년경부터 예루살렘이 세스티우스에 의해 포위되기 시작한 66년 10월 사이에, 아마도 예루살렘의 멸망이 임박해 올 때에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12.1)
 바울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바울은 아직도 의식적 율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만 명의 “율법에 열심 있는 자”(행 20:21)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바울이 “모세의 율법을 지키지 아니하고 할례를 행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분하게 생각하였다. 그들은 바울이 이스라엘의 신앙에서 변절된 자라고 선동하였으므로 바울의 이방 전도 사업이 막힐 위험 가운데 처하게 되었다. 바울은 자신의 개혁 사업에 대한 반감을 무마시키고자 7일 동안 결례(정결의식)를 행하게 한 다음, 바울이 비용을 대어 저들에게 있는 서원한 네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깎게 하였다. 이처럼 예루살렘에는 아직도 유대의 옛 제도를 고수하는데 열심 있는 ‘열심당원’(Zealotes, 셀롯당)3 수만 명이 있었다. 그들은 옛 제도에 매여 “큰 구원을 등한히”(2:3) 함으로 흘러 떠내려 갈 위험이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거치는 돌이요 반석이 되고 있었다. 바울은 그들의 사상을 계몽해야 할 긴급한 필요를 느꼈다. 그리하여 옛 제도의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구주의 신성과 인성을 높이며, 특별히 장기간 부재 상태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피를 가지고 하늘 성소에 들어가 대제사장으로서 봉사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논증하고자 이 편지를 쓰게 된 것이다. (12.2)
 바울이 예루살렘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이미 예루살렘의 성전과 도성의 멸망, 곧 그 파괴의 날이 임박해 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유대인들은 아직도 옛 제도에 대한 헛된 열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13.1)
 이제 곧 세스티우스에 의해 예루살렘이 포위되기 시작할 때가 박두해 오고 있었다. 바울의 시야에는 유대 민족의 환난과 유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위기가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이때 만일 저들의 마음이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향하고, 보이는 희생 제물대신 더욱 온전한 희생제물이 되신 구주로 향해 하늘을 바라본다면 저들은 환난을 이길 수 있을 것이었다. (13.2)
 바울은 민족적 신앙의 긍지요 자랑인 예루살렘 도성과 그 성전이 파괴된다 할지라도 하늘에 그들의 집이 있고 성소가 있다는 사실로 백성들을 위로하기를 원하였다. (13.3)
 바울은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그들의 옛 유산을 새 언약의 성소와 연결시켰다. 그리스도의 성소 봉사를 통해 표현된 거룩한 은혜와 풍성한 축복의 약속들로 그들의 마음이 열리도록 하기 위하여 그 새로운 진리에 그들의 마음을 집중 시켰다. 그들은 오직 성소의 휘장 안으로 들어갈 때만 영혼의 닻을 발견하고 앞으로 다가올 환난의 때에도 요동치 않는 소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임을 히브리서를 통해 당부하고 있다. (13.4)
 3. 수신자 :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 그리스도인들
 히브리서는 구약의 제도와 관습이 영원하지 않고 한시적임을 집중해서 보여주고 있다. 구약 성경은 성막에서 이루어진 희생제도와 하나님의 안식,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게 주어진 풍성한 약속들, 오래 참음으로 그 약속을 받고 잠자는 이삭, 야곱, 요셉, 모세 등의 믿음의 영웅들에 대하여 열거하고 있다. 그런 다음 “이 모든 날 마지막에 아들로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후사로 세우시고 또 저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1:2)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가 유대의 제사제도를 완성하시고 하늘에 대제사장으로 계시는 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울은 의도적으로 그리스도를 모세보다, 레위 제사장들보다 우월하신 분으로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강조는 유대인들의 시야를 옛 제도에서 돌이켜 그리스도에게 향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이 서신이 당시에는 이방인들보다는 유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더욱 잘 해당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4.1)
 4. 주제
 히브리서는, 하나님이 구약 시대에 그가 택한 백성에게 인류에 대한 구속의 경륜을 나타내 보이기 위하여 고안하신 상징들과, 십자가 이후로 그리스도가 죄인들을 위하여 진행하는 봉사의 실제를 비교하고 대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표상적 제도 아래서 고대 이스라엘이 체험한 일들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교훈과 경고로 제시되고 있다. 표상적 제도와 그 제도 아래서 겪은 이스라엘의 체험을 통하여, 바울은 하늘에서 행하는 그리스도의 봉사에 대한 더욱 완전한 이해와 인식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14.2)
 5. “권면의 말”(13:22)
 바울 시대의 사람들은 오순절 성령 강림을 경험했고, 성령의 선물과 관련된 많은 이적들(2:3-4)을 경험하였다. 특별히 사도들의 설교와 가르침을 직접 받는 특권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빛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핍박이 몰려오면서 모욕과 박해를 당하고 심지어는 재산을 몰수당하기도 하던 시기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 부류의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투옥된 사람들을 동정하고 돌아보면서 함께 고난을 받았다(10:32, 34).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신앙을 등한히 하면서 물결치는 대로 시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2:1). 그들은 영적으로 자라나는 일에 실패했다(5:11-14). 그들은 핍박을 피하기 위해 점차 예배를 위한 모임을 꺼려했다(10:25). 그들 중에 어떤 이들은 그들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6:4-6; 10:26-31; 12:15-17). (14.3)